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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강사 G20포스터 풍자 딱 걸리다 G20 포스터에 ‘쥐’그린 강사 “우스운 현실 풍자했을뿐” 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가 경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가 기각된 대학 강사 박모씨(41)는 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지나친 의미 부여가 낡고 촌스러워 보였다”며 “이런 우스꽝스러운 현실을 풍자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쥐를 그린 이유에 대해서는 “G와 쥐가 발음이 같아서다. 별 뜻 없다”고 했다. 박씨는 “정상회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번 일로 공안당국이 독기가 올라 더 잡아들일까 걱정은 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씨와의 일문일답. -그림을 잘 그렸다는 평이 많다. 미술을 전공했나.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대학에서는 현대문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서울 소재 종합대학에서 교양과목 ‘문학과..
버리고 돌아오다 / 김소연 지루한 글이었다 진전 없는 반복, 한 사람의 생 읽 어내느라 소모된 시간들, 나는 비로소 문장 속으로 스 며서, 이 골목 저 골목을 흡흡, 냄새 맡고 때론 휘젓 고 다니며, 만져보고 안아보았다. 지루했지만 살을 핥 는 문장들, 군데군데 마지막이라 믿었던 시작들, 전부 가 중간 없는 시작과 마지막의 고리 같았다. 길을 잃 을 때까지 돌아다니도록 배려된 시간이, 너무 많았다, 자라나는 욕망을 죄는 압박붕대가 너무, 헐거웠다, 그 러나 이상하다, 너를 버리고 돌아와 나는 쓰고 있다, 손이 쉽고 머리가 맑다, 첫 페이지를 열 때 예감했던 두꺼운 책에 대한 무거움들, 딱딱한 뒷표지를 덮고 나 니 증발되고 있다, 숙면에서 깬 듯 육체가 개운하다, 이상하다, 내가 가벼울 수 있을까, 무겁고 질긴 문장 들은 다, 어디..
박정훈 사진전 - 시가 흐르는 얼굴들 간밤에 누워 생각했다. 내가 사진전을 아직도 안 간 것은 의리없는 행동이다. 아무리 입이 헐고 피곤에 쩔어도 이럴 순 없다. 다음주 평일에 갈 예정이었는데 일정을 당기기로 맘먹었다. 아침에 눈 떠 친구한테 전화했다. "박작가오빠께서 첫 개인전을 하는데 같이 가자." "그래? 니가 좋아하는 그 박작가 오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지금까지 수십명이 넘는 사진가들과 취재를 다녔는데 친한 동료는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그 중에 사진가로서 존경을 보내는 이들은 둘 정도다. 그중 일인. 내가 장난삼아 박작가오빠라고 부르는 박정훈 선배다. 인물사진이 탁월하다. 미학적으로 감성적으로 둘다. 형식과 내용이 서로 맞물려 사진이 깊고 아름답다. 김기택 시인이 '삶의 진액'이라고 표현해서 끄덕끄덕 공감했다. 그 사람의 정..
최기영 대목장 "이음새 하나가 천년을 간다" 전란에 태어나 먹고 살기 위해서 목수가 되었다.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나무를 깎으며 해를 지우고 연장을 익히며 봄을 맞았다. 그 세월이 40년. 몸에 각인된 근성과 감각은 독창성으로 발휘되었다. 이음새 하나가 천년을 간다는 ‘장인의 윤리’로 봉정사 극락전, 백제문화단지 등 국보급문화재를 생생히 복원했다. 마음을 다스리고 나무와 교감하며 역사를 되살리는 대목장 최기영. “살아온 대로 말하고 원칙대로 일한다”는 그를 만났다. 상상을 현실로 짓는 큰 목수, 최기영 지난 추석에 KBS추석특집다큐멘터리 ‘천년문화재와 만나다’ 대목장 최기영 편이 방영되었다. 반응이 뜨거웠다. 인터넷 다시보기 순위 9위까지 올랐고 시청소감 게시판에는 찬사가 줄을 이었다. 둥근달처럼 넉넉한 표정, 소탈한 말투, 우직한 장인정..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어요? 한 달 전에 내가 좋아하고 따르는 사부에게 전화가 왔다. 관에서 주최하는 어떤 프로젝트가 있는데 참여해보라고 했다. 내가 적임자 같다고. 난 재밌을 거 같아서 하기로 했다. 나름은 최선을 다했다. 기획안 내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갔다. 속으론 신경질 났다. 왕복 세 시간이 걸리는 것도 그렇거니와, 왜 당연하게 마치 부하직원 다루듯이 이런저런 걸 요구하는지 내 상식으론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소개해준 사부를 생각해서 ‘꾹 참았다.’ 나중에 한번 더 올 것을 요구했다. 갔다. 세 주최 측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말이 전부 달랐다. 중구난방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의견이 봇물터졌다. 방향성도 없는 상태에서 '당신이 알아서' 기획안을 최종적으로 오늘 밤까지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했다. 머리에서 쥐가 날 지..
절두산 부활의 집 - 13월의 풍경 어릴 적, 새해 달력이 나오면 한 장씩 넘기며 휴일부터 헤아렸다. 사과보다 더 맛있게 보이던 빨간 숫자들. 하루걸러 휴일이 깔린 ‘수확의 달’ 10월은 최고였으나 뒷장은 실망 그 자체였다. 검은 숫자로 빼곡한 11월. 칙칙하고 음울했다. 매년 그랬다. 그런데, 그저 노는 날이 적어 투정부리던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11월의 다른 얼굴을 만난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 같은 달력의 부피감도 허전하거니와 11이란 숫자의 모습도 애잔하다. 외로운 둘이서 언덕 저편으로 넘어가는 듯한 쓸쓸한 형상이다. 삶의 9부 능선을 넘어가는 11월. 그 길을 지나 12월을 통과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 성지는 13월의 풍경을 담고 있다. 절두산(切頭山)은 말 그대로 머리가 잘린..
정치론- 자연권 스피노자에게 끌리는 점. 위계가 없다. 신과 자연 그리고 인간을 동일선상에 놓는다. 자연과 인간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벗어났다. (홉스를 잘 모르는 관계로 고병권의 글을 참조했다. 스피노자와 홉스가 확연하게 갈리는 지점이 자연에 대한 태도라는 설명이다.) ‘스피노자에게 자연이 도달해야할 본연의 모습이라면 홉스는 자연을 극복해야할 나약한 상태로 본다. 홉스는 개인은 사회를 구성하는 원자처럼 취급함으로써 인간 본성에 대한 일반적 가정을 내놓는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에서 만인들은 비슷한 본성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반면에 스피노자는 개인을 환원불가능한 단위로 설정할 수 없다고 봤다. 개체는 항상 무수히 많은 부분들로 이뤄진 조성체다. 고정된 원자는 없다. 스피노자에게는 항상 이것이나 저것이 문제되지..
나는 네가 쓴 번역투를 알고 있다 수유너머에서 공부하는 연구원들은 생계수단이 크게 두 가지다. 대학이나 학원에서 강의하기 그리고 책 쓰거나 번역하기. 나의 스승이자 동료인 박정수도 대학에 출강을 나가고 지젝이랑 라캉 책을 몇 권 번역했다. 처음에 그에게 배울 때 강의안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철학적 배경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문체의 꼬임이 거슬렸다. 한국어이지만 번역이 필요했다. 집에 와서 강의안을 ‘나의 언어’로 바꿔가며 정리하고 이해했다. 그는 국문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명색이 국문학도가 왜 이러나 싶었는데 얼마 전 우연히 문체얘기가 나왔다. “내가 예전엔 김훈 글을 읽을 때는 김훈 문체처럼 됐는데 책 몇 권 번역하고 났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번역투로 문체가 변하더라고. 큰일이야~^^;” 다행히도 박정수는 '아빠가 쓰는 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