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최순우 옛집

[좋은삶공동체]

두문 즉시심산 (杜門卽是深山). 문을 닫아 걸면 이곳이 곧 깊은 산중이다, 라는 뜻이다. 혜곡 최순우 옛집에 걸린 편액이다. 최순우는 제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분으로 미술사학자다. 성북동 자락에 그가 살던 고졸한 아름다움이 배인 한옥이 보존되어 있다. 조붓한 앞마당도 좋지만 모퉁이 돌면 나타나는 수려한 뒷뜰에 취한다. 햇살과 바람과 잎새 종일 뒤척이는 그곳, 깊은 산중이라 할만 하다. 


최순우는 창호지 문 열고 들어가면 가 닿는 깊은 산중 '자기만의 방' 에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 라는 책을 썼다고 한다. 읽어보고 싶다. 그 방을 생각하며. 김수영이 나는 혁명은 안 되고 방만 바꾸었다고 했는데, 나는 글은 안 쓰고 글방만 보면 탐낸다. 훔치고 싶은 방. 


어제 성북동 전시장 오뉴월 갔다가 정호씨가 가보자고 해서 우연히 들른 곳, 최순우 옛집. 이건 분명 공간 체험인데 나는 다른 시간대를 지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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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길담서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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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내리기 하루 전날. 수능 한파가 몰아친 날. 그러니까 겨울 초입에 서촌을 찾았다. 

체부동에서 통인동 지나 옥인동으로. 예전 내 근무지. 점심 먹고 옷깃 동여맨 채 종종걸음으로 산책하던 그 길. 

길담서원이 이사를 한 뒤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하다가 이날에서야 발을 디딘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고 나면 잘 보이지만 모르면 꼭꼭 숨어 있는 집. 등 뒤에서 나를 놀래킨 서점.  


박성준 대표님 만나러 귤 한상자 들고 동료랑 동행했다.

이런저런 책관련 포럼의 자문을 구하기 위한 자리. 박대표님이 외부 일정 마치고 들어오는 길이라고 했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만 가끔 늦기도 하는 것은 좋은 거 같다. 숨 고르기의 시간. 

이런 틈. 일상의 여백. 서가를 기웃거리면서 침을 꼴딱 삼켰다. 사고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그 때 문을 열고 누가 들어온다. "언니!" 미경언니다. 그러고 보니 '류가헌'은 여기서 가깝다. 가끔 종종 들른다고 했다. 


언니는 김경주 시집을 찾고 있었다. 서가에 같이 머리를 들이밀고 코를 킁킁 책을 찾다가 여기 없네 어쩌네 하는데 

시집 한 권을 뽑아들더니 물었다. "이거 있어? 좋아. 돌아가시기 전에 나온 마지막 시집인데..."



그 시집이 나에게 없다니 언니는 그럼 선물하겠다고 했다. "진짜?" 내 눈은 토끼처럼 커졌을 거다.

난 세상에서 시집 선물 받는 게 제일루 좋다. 이렇게 예기치 않게 받는 건 더욱. 아웅. 좋아라. 했더니  

"살면서 이런 즐거움도 있어야지." 했다. 난 시집에 흔적을 남겨달라고 했다. 두고두고 보려고.




햇살 아래서 펜으로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언니는 

박대표님이 들어서시고 내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감쪽같이 사라졌다. 


서촌에서의 돌연하고 신비로운 만남. 선물. 꿈 같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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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동피랑 벽화길 - 달동네 꽃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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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오이소! 동피랑 몬당꺼지 온다꼬 욕 봤지예! 짜다리 벨 볼 끼 엄서도 모실 댕기드끼 어정거리다 가이소’ 자글자글 주름꽃 핀 할매의 다정한 목소리 들리는 듯하다. 이는 동피랑 마을에 설치된 통영사투리 간판이다. 표준어로 옮기면 ‘어서 오세요. 동피랑 언덕까지 오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별 볼거리가 없어도 마실 다니듯이 천천히 둘러보세요.’ 라는 뜻이다.

동피랑은 통영 중앙시장과 강구항을 품고 있는 하늘아래 언덕마을이다.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의 아름다움이 한 눈에 내다보이는 동쪽 벼랑(피랑)에 자리했다. 전망이 좋은 만큼 가파르다. 물길, 발길이 닿기 어려운 지형 탓에 일제강점기 때부터 부두의 막노동꾼, 지게꾼, 엿장수, 붕어빵 굽는 아낙 등 가난한 사람들이 판자촌을 이루고 살았다. 몇 년 전만 해도 통영사람들조차 동피랑을 모를 만큼 존재감이 없는 동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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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옛 정취 간직한 역사문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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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다’는 뜻의 이름에는 저마다 타고난 사명이 담겨있다. 땅이름도 그렇다. 인천(仁川)은 어진 내, 어진 흐름이다. 물길이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던 시절 인천은 근대화의 진입통로였다. 항구에서 받아들인 서구문물을 서울로 실어냈고 외지사람들은 여기서 성공하면 서울로 나갔다. 엄마처럼 정성스레 품어 내어주는 곳이 인천이었고 그 중심에 배다리마을이 있다.

배다리는 인천 동구 금곡동 일대를 일컫는다. 19세기 말까지 마을 어귀에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닿는 다리가 있어 ‘배다리’라고 불렸다. 유서 깊은 지명대로 배다리는 근대로부터 이어오는 삶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최초의 공립 보통학교 창영초등학교, 여선교사 기숙사 등 100년도 더 된 건물과 옛 성냥공장, 양조장을 볼 수 있다. 인천항에서 일하던 인부들과 먼 뭍에서 물건을 떼러 온 상인들이 묵었다던 여인숙길, 1․4후퇴 때 생긴 60년 전통 한복길, 고서점길 등이 구불구불 실개천처럼 흐른다. 마을전체가 탁 트인 하늘 아래 전시된 생활사박물관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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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길, 시장 옆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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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왕산 자락에는 작은 동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통인동, 옥인동, 누상동, 누하동, 체부동 등 골목길을 돌 때마다 지명이 바뀌는데 이 일대를 경복궁 서쪽이라 하여 ‘서촌’이라 칭한다. 이곳엔 한옥 300여 채와 사대문 안의 유일한 재래시장인 통인시장이 남아 있다. 개발과 속도를 피해간 도심 속 ‘올드타운’이다. 고풍스러운 멋을 간직한 서울의 시골길을 걸었다.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10여분 가면 왼편으로 ‘통인시장’ 간판이 보인다. 천장에는 눈비를 가리는 둥근 아케이드가 있고 통로 바닥은 매끈하게 다져놓은 신식 재래시장이다. 건어물, 채소류, 잡화류, 쌀, 떡볶이, 반찬을 파는 소형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가게 안쪽 온돌마루에는 꽃무늬나 땡땡이무늬 티셔츠에 보풀 일어난 카디건을 겹겹이 걸치고 목도리를 둘러맨 다음 원색의 긴 앞치마로 패션을 마무리한 아주머니들이 나른한 오후 2시의 가게를 지키고 있어 정겨움을 더한다. <신진 떡 방앗간> 김혜순 씨(55)는 가래떡을 기계에 넣어 금은보화처럼 쏟아지는 떡국떡을 비닐에 담고 있다.


“여기서 아들을 키워서 장가보냈어요. 오래 됐죠. 방앗간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할 일이 무척 많아요. 바빠서 신앙생활도 못하죠. 친척들은 제가 주님을 안 믿어서 못사는 거라고 말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할 일이 태산인데. 어떤 때는 평생 이 고생을 해도 모아 놓은 것도 없어 속상하지만, 그래도 또 우리가 갈 때는 빈손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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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인쇄골목 - 삶을 실어 나르는 인생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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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꼬마 서넛이 팽이치기라도 할 것 같은 아련한 골목길이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내려온 오후 두시의 도톰한 햇살이 울퉁불퉁한 바닥에 고인다. 그 좁다란 길 위로 머리에 쟁반을 인 밥집 아줌마가 잰 걸음을 옮기며 단역배우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종이를 실은 삼륜차와 오토바이가 곡예를 하듯이 서로 비껴간다. 양 옆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쇄소 미닫이 문틈으로 기계 굉음이 새어나온다. 허름한 골목길에 어시장 못지않은 활기가 넘친다.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비슷비슷한 골목길이 실개천처럼 이어지는 곳. 서울 충무로 인쇄골목 풍경이다.


영화의 고장답게 마치 거대한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충무로 일대에서는 각종 인쇄물만큼이나 다양한 삶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생이라는 장편영화를 찍는 주연배우들. 봄의 전령사 분장이라도 한 듯 꽃분홍색 니트 곱게 차려 입은 전명자 씨(61세)도 그 중 하나다. ‘한림제책’이라는 제본소를 85년부터 부부가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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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원 환경을사랑하는학생전시회모임 - 원하는 것은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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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미술학도들이 하면 환경운동도 다르다. 딱딱한 문건, 식상한 구호 대신 재기발랄한 작품과 풋풋한 초록감수성으로 친환경 메시지를 전한다. 세 번의 큰 전시와 크고 작은 게릴라 전시를 통해 에코세대의 소명을 다하는 그들은, 환경을 사랑하는 대학생 전시모임 ‘Green On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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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스장애인무용단 - "우리아이가 밝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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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우리가 알에서 깨어나는 새가 되는 거야.” 마루를 뒤덮는 살굿빛 커다란 천속에는 열 명 남짓의 아이들이 몸을 웅크린 채 모여 있다. 깊은 정적 속에 잔잔한 선율이 깔리는가 싶더니 아이들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설핏 밖으로 새어나온다. 이불 뒤집어쓰고 잡기놀이라도 하는 양 마냥 좋은 이 아이들은, 오는 6월 6일 국제현대무용제 초청공연을 준비하는 필로스장애인무용단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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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마을극장] 15년 도심공동체 '즐거운 대형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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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도심의 기적으로 불리는 마을공동체 성미산마을은 이의 좋은 사례다. 15년 전부터 손 맞잡고 공동육아로 아이를 키우고, 먹을 것을 나누고, 승용차를 나눠 타더니 이번엔 “모여서 놀아보자”고 의기투합해 판을 짰다. 소통과 창조의 공간, 바로 성미산 마을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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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예술촌] 1층은 철공소 2층은 미술작업실

[좋은삶공동체]
1층은 철공소 2층은 미술작업실이다. 낮에는 철공소의 에너지가 넘치고 밤에는 창작의 열기가 뜨겁다. 쇳소리와 북소리가 어우러지고 허름한 식당 간판은 그대로 ‘작품’이다. 공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이곳은 ‘문래예술공단’. 회화․ 춤․ 사진 등 64개 작업실에 150여 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산다. 전시회도, 거리공연도 열린다. 예술창작촌이 지역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얼핏 봐서는 모른다. 70년대 오래된 공업지역일 뿐이다. 낡고 횡한 건물 안에는 전봇대만한 철근들이 누워있다. 드르륵 드르륵 둔중한 기계음과 불꽃같은 파열음이 교차한다. 좁은 도로를 다 차지하고 지나가는 커다란 트럭들, 군청색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만이 부지런히 오간다. 거기에 겨울철 오후 4시의 잿빛 공기가 덧입혀져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보인다. 언 땅을 뚫고 초록색 몸뚱이를 밀어 올리는 새순처럼 차가운 콘크리트 벽면마다 알록달록 나비가 그려져 있다. 몇 걸음 가다보면 또 어딘가에 나비가 앉아있다. 인근 화가의 작업실에서 날아온 녀석들이다. 철대문에 쇠작업 노동자가 유머스럽게 인사하는 모습도 있다. 그렇다. 이 지역 건물 곳곳에는 화가의 방, 조각가의 방, 사진가의 방, 예술단체의 사무실, 무용가의 연습실이 숨어 있다. 그들 예술가의 손길과 눈길이 더해져 문래동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곳, 문래예술공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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