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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카페 '마리' 명동 철거현장에서 만난 노란 꽃 오랜만에 명동에 들렀습니다. 명동성당 언덕 지나 옛날 중앙극장 바로 옆에 카페 '마리'란 곳이 있습니다. 여기부터 향린교회 일대 주변지역 상점 11곳은 명동성당 재개발과 금융특화지구 설립을 위한 철거에 맞서 24시간 농성중입니다. 사금융센터를 만들려는 거대 금융건설 자본의 횡포에 소상인들 삶의 터전을 고스란히 빼앗겼습니다. 그래서 싸우고 있습니다. 용산- 홍대두리반- 명동으로. 철거투쟁의 지도가 눈물처럼 번져갑니다. 지난 일요일 오후 3시경에는 급작스레 용역이 들이닥쳐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담요로 덮고는 입구의 유리문을 다 깨부수었다고 합니다. 아비규환의 사태. 트윗에 이 소식이 알려지고 시민들과 홍대 두리반을 지키던 인디밴드, 날날이 외부세력, 활동가들이 모여서는 밤 늦도록 '기타치고 춤추고' 신나게 ..
글쓰기의 최전선 2기 글쓰기는 삶을 살아가는 한 방편입니다. 글쓰기를 누구나 배워야 한다면, 근사한 작품을 남기기 위해서라기보다 우선은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내 생각을 표현해보아야 남의 말을 알아듣고, 불필요한 오해와 말의 공해가 줄어듭니다. 제대로 말하고 쓰기. 글쓰기의 필요성은 마치 등산처럼 삶의 어느 지점에서 간절해집니다. 자신이 경험한 인생을 신뢰하고 느낌에 집중하면서 그때부터 한걸음씩 내딛으면 됩니다. 글쓰기는 지성의 영역인 만큼 기술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근육처럼 쓸수록 나아집니다. 그리고 써야 씁니다.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 쓰는 행위를 통해 생각은 명료해집니다. 또한 글쓰기에는 이야기를 나눌 동료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글쓰기가 가능하려면 잘 쓰겠다는 의지보다 꼭..
주관적인 글과 객관적인 글 11차시 수업 전날 ‘파티하쥐’를 치렀다. 일주일 후 글쓰기반 엠티, 이틀 지나 R엠티까지 다녀왔다. 세 건의 행사가 잇달아 열렸다. 생체리듬의 교란. 하루를 동틀 녘에 잠들면 여파가 이삼일 간다. 일상의 보폭을 다시 맞추기가 쉽지 않다. 꼬박꼬박 쓰던 후기까지 밀렸다. 후기는 나 스스로에게 부여한 약속어음이다. 만기기일이 지나면 내가 나를 조여 온다. 사람 사이는 왜 친밀도가 높아지면 긴장이 사라질까나. 사유와 행동을 촉발하지 못하면 아름다운 인연이 아니다. 글을 쓰도록 영감을 주는 지속가능한 관계. 글쓰기반 동료들과 이루고 싶었던 꿈 아닌가. 11차시에 수잔손탁 책을 읽었다. 랑 일부분이다. 각각 본다는 것, 쓴다는 것에 관한 텍스트다. 는 “현실은 늘 이미지에 기록된 대로 해석되어 왔다”로 시작한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개와 샐러드 그리고 민주주의 수유너머R 심야합법강좌 '저자와 함께 읽는 '가 지난 6월 7일부터 4일 연속 열렸습니다. 첫날 강의 제목이 '개와 샐러드, 그리고 민주주의' 입니다. 저자 고병권은 "제목은 뭔가 있을 것 같았는데 몸이 안 풀려 죽겠다"고 하소연합니다. 일각에서는 '단기유학파로서 고충을 십분 이해한다'며 '영어로 강의해도 좋다'고 권했건만, 극구 한국말을 고집했습니다. 민주주의 강의안에 갑지가 웬 개? 고대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말했죠. "나는 개다." 어떤 개인가 하면, "탐욕과 불의에 대해서는 사자처럼 사납지만 선물에 대해서는 사슴처럼 다정한 개"입니다. 또 왜 샐러드일까요. 샐러드에 얽힌 사연을 일부 공개하자면, # 플라톤이 길을 가다가 샐러드를 씻는 디오게네스를 보고 한 마디 던졌다. “네가 디오니시오스 왕에게 조..
커피와 상처 모처럼 믹스커피가 먹고 싶어 커피물을 끓였다. 2분여 흘렀을까. 보글보글 물이 익어가는 소리 요란했다. 무선주전자 뒤편의 믹스봉지를 집으려고 손을 뻗었다. 벌레를 포획하는 새처럼 날렵하게 믹스스틱 하나 빼오려는 찰나, 눈보라처럼 회오리치던 뽀얀 김이 손목을 감쌌다. 1초 정도. 아아아. 칼바람 속을 지날 때 "추워 추워" 란 말이 저절로 나오는 것처럼. 아파. 아파. 말이 샜다. 손목을 심장 앞으로 얼른 뺏어왔을 때는 이미 피부가 벌겋게 익은 이후다. 찬물로 씻고 얼음찜질을 했다. 손목에 가스렌지가 내장된 기분. 시간이 흐를수록 살이 가열됐다. 후끈후끈. 약국에 가서 화상 연고를 사서 바르고 진정되길 기다렸다. 웬걸. 반나절이 지나자 상처부위가 검지손가락만한 투명에벌레 모양으로 부풀어 올랐다. 달걀이 비..
두리반 승리와 파티하쥐 기사 * 두리반 투쟁 531일째인 6월 8일 철거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오늘 현대자동차 노조원 자살로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지만, 어쨌든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저희 파티를 물심양면 도와주신 두리반 사장님 내외분과 그 컴컴한 동굴같은 두리반을 지키던 인디밴드, 문화투쟁생활자들 면면이 떠올라 뭉클합니다. 우리 연구실 동료 안티고네도 두리반을 함께 지켰는데 어제 모여서 그랬대요. 칼국수집 새로 열 때까지 우리는 울지 않겠다.. 너무 기쁘면 그 기쁨이 달아날까봐 울지도 못하죠. 먹먹합니다. 파티할 때 순박한 사장님 무대에 올라가셔서 두 주먹 쥐고 "투쟁~" 딱 한마디 하던 게 생각나서 좀 웃기기도 했고요. 투쟁의 티읕도 모르던 사람들을 투쟁하게 만드는 세상입니다. 두리반 승리와 파티하쥐에 관한 좋은 기사가 미디어..
벚꽃 핀 술잔 / 함성호 마셔, 너 같은 년 처음 봐 이년아 치마 좀 내리고, 말끝마다 그렇지 않아요? 라는 말 좀 그만해 내가 왜 화대 내고 네년 시중을 들어야 하는지 나도 한시름 덜려고 와서는 이게 무슨 봉변이야 미친년 나도 생이 슬퍼서 우는 놈이야 니가 작분지 내가 작분지 술이나 쳐봐, 아까부터 자꾸 흐드러진 꽃잎만 술잔에 그득해 귀찮아 죽겠어, 입가에 묻은 꽃잎이나 털고 말해 꽃 다 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게 니는 니가 좀 따라 마셔 잔 비면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지 말고 술보다 독한 게 인생이라고? 뽕짝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술이나 쳐 또 봄이잖니 - 함성호 시집 , 문학과 지성사 지난 금요일 파티하쥐에서 인디밴드 네 팀이 출연했다. 홍대 두리반 주차장이 해방구가 됐다. 미니 락페의 열기. 오랜만에 잘 놀았다. '푼..
영회(咏懷) / 오장환 후면에 누워 조용히 눈물 지우라. 다만 옛을 그리어 궂은비 오는 밤이나 왜가새 나는 밤이나 조그만 돌다리에 서성거리며 오늘 밤도 멀리 그대와 함께 우는 사람이 있다. 경(卿)이여! 어찌 추억 위에 고운 탑을 쌓았는가 애수가 분수같이 흐트러진다. 동구 밖에는 청랭한 달빛에 허물어진 향교 기왓장이 빛나고 댓돌 밑 귀뚜라미 운다. 다만 울라 그대도 따라 울으라 위태로운 행복은 아름다웠고 이 밤 영회의 정은 심히 애절타 모름지기 멸하여 가는 것에 눈물을 기울임은 분명, 멸하여 가는 나를 위로함이라. 분명 나 자신을 위로함이라. - '시인 오장환을 노래하다' 음반 속지에서 아침마다 한 시간 씩 청소한다면서요? 저번에 누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그 놀라는 모습에 나는 더 놀랐다. 청소 해야죠. 아침 6시 반에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