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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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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시 리뷰- 에움길로 돌아돌아 “나도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수업시간에 공통적으로 호소하셨죠. 글이 삼천포로 빠지고 주제와 논점을 이탈하고 마무리가 안 된다고. 원래 그럽니다. 사는 것도 그렇지 않던가요. 비냉 먹으려고 했다가 물냉 시키듯이; 암튼, 저는 글에 문제의식 담는 비법?을 족집게로 집어드릴 수 없고 능력도 안 됩니다. 제가 아는 거라곤 책 읽고 공부하고 글 쓰고 밖에 없어요. 그리고 방법을 알아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공부의 결과물로 (나만의) 방법이 나오는 거거든요. 특히 창작분야는 그래요. 쉽게 빠르게 얻어지는 것은 내 것이 아닌 경우가 많죠. 암튼 우리는 잘 가고 있는 겁니다. 우직하게 오늘도 한 걸음 내딛었고 다음 주도 한 걸음 내딛고. 같이 최소한 열두걸음 가는 겁니다. (상상)같이 동행했네요. ..
5차시 리뷰 - 삶의 발화로 그간은 ‘기억의 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삶의 발화’ 단계로 넘어가야할 때입니다. 기억이 말하는 것과 삶이 말하는 것(피어나는 것)은 같기도 다르기도 합니다. 앞에 것이 기억의 방에서 꺼낸 정보와 사실 위주라면 뒤에 것은 삶에 대한 숙고와 진실 차원입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이 질문을 말풍선으로 띄워놓고 글을 써보세요. 글이 사적 고백을 넘어서 공적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요. (스콜라스티카) 아버지의 예민함을 설명한 부분이 생생하게 와 닿네요. 특히 맞춤법 부분은 매우 놀라운데, 아버지가 국어선생님이신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와 계기로 토시 하나까지 점검하시는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예민함은 감각의 영역이거든요. 아버지처럼 태도의 영역은 ‘깐깐..
4사시 리뷰 - 좋은 제목 좋은 글 노래 – 상처가 아문다는 것 글의 짜임새와 완결성만으로는 지금까지의 글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어요. 한 호흡에 읽히고 흥미진진합니다. 그는 멋진 지도자가 되고 싶고 최소한 비겁하기 싫은 청춘이었고, 책과 씨름하던 어느 여름 날 충동적으로 사고를 쳤는데, 그 사고가 그의 삶에 중요한 사건이 되는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사건 이후 변화에 대한 정보와 해석이 많이 부족합니다. ‘살아내니 잊혀지더라’는 마무리는 맥이 탁 풀리고요. 그렇게 잊혀졌다기엔 앞글이 너무 생생하니까요.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상처는 아문다?) 한 줄로 정리가 안 되는 애매함이 있습니다. 마지막 단락 수정해보세요. 오늑 – 헤어 나올 수 없는 망각 ‘부서지지 않는 암흑’이 뭘까 한참 생각했습니다. 빈틈없는 어둠. 완고한 상황일..
3차시 리뷰 - 왜 라는 물음에 답하는 방식으로 설거지를 하면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매주 학인들의 글을 읽고 또 읽다보면 속상하다 웃기다가 곡진하다 잔잔하다 그럽니다. 이토록 온갖 감정이 낙엽처럼 떨어지고 이야기가 쌓이면 내 몸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 몸이 여러 사람의 삶을 통과할 때. 그런 부제를 달아봅니다. 여러분들은 제게 사람책입니다. 밀양 할매처럼 “소인으로 태어나서 이만하면 됐다” 말할 수 있는 삶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고, 저에게 운수 좋게도 ‘미리보기’ 기회가 주어진 거 같습니다. 소울리스 아버지의 품에 안겨 있을 때 팔의 고통보다 모처럼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 이 부분이 반전이네요. 아버지가 무뚝뚝하셨는지, 다른 둘째들처럼 관심 받고 싶었는지, 그런 정보가 더 궁금합니다. 화상 사건이 단지 반팔을 입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글쓰기의 최전선 10기 -2차시 리뷰 가비 그간 겪은 이별의 사례를 나열했네요. 병렬식 구조라서 이야기가 개요식으로 짧게 전개되어 아쉽습니다. 이 중 가장 아팠던 이별 한 두 가지를 깊이 있게 써보는 게 글쓰기에 도움이 됩니다. ‘떠나보냄’이란 표현이 낯설게하기 효과는 있는데 근거가 필요해요. 이별의 진부한 표현 대신 ‘떠나보냄’이란 단어를 썼으면 가비 고유의 해석이 뒷받침 되어야 말이 힘을 받습니다. 친척도 ‘관계자들’ 이란 사무적인 표현을 썼는데 필자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바로 뒤의 뜻과 맞지 않고 이물스럽습니다. 뙤약볕 내리쬐는 여름날의 기억은 선명한 묘사가 생생하고요. 할아버지의 죽음을 “더는 할아버지 가슴팍에 기대어 입으로 들어오던 각가지 맛난 것들이며, 귀로 들어와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주던 ‘유년 시절’(-> ..
10기 수업을 앞두고 인터뷰한 것 안녕하세요 글쓰기의 최전선 10기 반장을 맡은 까탈림입니다. 글로 먹고 살지는 않더라도 보고, 듣고 읽고난 뒤에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만나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10기 강사 은유 쌤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까탈림 >> 은유쌤 안녕하세요. 인터뷰로 인사를 드리니 느낌이 새롭네요(웃음). 미래의 학인들을 위해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면 어떤 수식어를 붙여서 소개하고 싶으세요? 은유 >> 안녕하세요 저는 ‘글 쓰는 은유’입니다. 까탈림 >>왜 ‘글 쓰는’ 은유라고 소개하고 싶으신 건가요? 은유 >> 글 쓸 때 제일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일상에서는 집필 가능한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니까 스스로 주문..
글쓰기의 최전선 10기 - 기억의 말, 삶의 발화 글쓰기의 최전선 10기 기억의 말, 삶의 발화 글쓰기는 사려 깊은 삶의 좋은 방편입니다.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생각을 만납니다. 또 남의 글을 읽을 줄 알아야 나의 글도 써낼 수 있습니다. 언어란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생각을 ‘형성하고’ 나아가 ‘소통하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삶에서 문제의식을 싹틔우고 더 깊은 사유로 벼리기 위해 글쓰기의 최전선은 책과 동료가 함께 공부합니다. 10기의 주제는 ‘기억의 말, 삶의 발화’ 입니다. 삶의 내밀한 경험을, 구체적 삶의 현장을 보고 느끼고 기록한 책 위주로 구성했습니다. 사적 경험이 공적 언어로 어떻게 기록되는가. 개별적 고통이 어떻게 보편적 진실로 확장되는가, 살펴봅니다. 언어로 자기..
마지막 후기- 글쓰기와 건강과 축제 우니님한테 여러 번 놀랐어요. 수업 중반이 넘어가도록 단 한번 도 과제를 안 해오면서도 어떤 죄의식도 없어서 신기했고, (대개는 빈말이라도 ‘과제 못해 죄송하다’는 말이나 ‘왜 못했다’는 변명 등을 하거든요) 막판에는 마치 줄곧 과제를 해온 사람처럼 천연덕스럽게 9, 10차시 글을 써내어 유종의 미를 거두는 점에 놀랐네요. 길들여지지 않았고 구김살 없는 성정이 부럽습니다. 글도 잘 썼어요. 일베; 친구들과 논쟁하는 부분 설득력 있고요. 선동적 어투가 글의 내용과 들어맞았어요. 감정과 이성의 분리적 사고에 대한 논파, 권력자의 입장에 자신을 대신하는 모순적 태도 등에 대한 대응논리는 평소 공부하고 논쟁하면서 가다듬어 진답니다. 논쟁에서 대해서 글을 써보는 건 사유의 균형을 잡는 데 있어서 참 좋은 방법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