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의 최전선

(156)
9차시- 헛소리가 참말이 될 때의 경이 수업 시작하기 전에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잠시 수다를 떨었습니다. 남산에서부터 불어오는 선선한 가을바람 맞으며 현재 상황 그분과 ‘밀땅’ 중이신 나방님의 고민을 듣고 말을 나누었는데요. 남자는 다 그래! 남자는 왜 그래? 결혼은 하는 게 나은가 아닌가… 하는 참으로 젠더적 규범적 편견에 얽매인 허망한 말들이었죠. 자기가 살아봐도 모르는 어려운 문제, 김수영의 표현을 빌자면 ‘헛소리’에 불과했지만 헛소리도 반복하면 진실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도 김수영은 말했습니다. 그렇죠. 우리 삶이 매양 공회전하고 중구난방이고 헛발질 같은데 삶을 표현하는 말들이 그와 같지 않다면 거짓이겠지요. 그래도 그런 삶에 질서와 의미와 향기를 부여하기 위해 균형을 잡기 위해 김수영은 글을 썼고, 우리도 글을 씁니다. 몸부림이죠...
더 뺄 것이 없어야 좋은 글 시간의 파도가 삶에 어떤 무늬를 만들어놓는가를 생각하면, 참 신비롭습니다. 얼마 전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없던 욕망이 생겨나고, 이랬는가했던 마음이 저렇게 돌아누워 버리는 게 순식간이고. 이 알 수 없음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우리는 글을 쓸 수 있는 거겠지요. 이런 생의 얄궂음이 아니라면, 그동안 인류보고서에 의해 확증된 경우의 수가 삶의 전부라면 시시해서 살 수 없을지도 몰라요. 포도송이 하나에 매달린 포도알의 모양이나 빛깔도 똑같은 게 없다는 데 말이죠. 각자성으로 존재하는 삶. 어설픈 느낌, 부서진 기억을 복구해나가면서 글을 써나가다 보니 마음만큼 뜻한대로 써지지 않는 게 당연하겠지요. 천연나방님의 수줍고도 당당한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알고보면 남친으로 인한 사유의 변화들. 40년 ..
김수영문학관을 가다 김수영문학관 입구. 과제일등 제출하는 초롱샘 일찍 등교한 모범생. 생활은 고독한 것이다. 우습지? 웃는다. 시를 짓습니다. 시를 읽습니다. 시인을 만나러 갑니다. 저기 우리들 사이로 김수영 시인 얼굴이 보이네요. / 풀이 눕는다. 선유님이 풀처럼 고개가 누워요. 해터님은 서 있는 풀^^ 저기 우리들 사이로 김수영 시인 얼굴이 보이네요. 저기 우리들 사이로 김수영 시인 얼굴이 보이네요. 을 보고 계십니다. 뚫어져라. 예전책 디자인이 참 소박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줘서 예쁘다고, 벌꿀님이랑 얘기했답니다. 김수영이 작업했던 대형 책상. 어떤 시인이 그렇게 부러워했다고 하죠. 유럽 귀족가구 같음. 옆에는 깨알같이 시가.. 김수영의 책들. 시간들. 적들. 설움들. 김수영문학상 수상시집들 (정희성, 황지우, 이성복..
3차시 리뷰_삶에 스미는 글들 임선유 어쩐지 김승옥 소설 보는 것 같아요. 제목은 ‘2014년 서울’ 혹은 ‘가볍게 한 잔’ ^^ 극적 사건 없이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이 그려지는 게 좋아요. 멋부리지 않은 슴슴한 문장들, “우리는 급한 얼굴로 맥주잔을 기울였다.” “나 역시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그 말은 부끄럽게 사라져 갔다.” 같은 표현이 상큼해요. 비슷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생각과 말투를 가진 직원들 캐릭터가 조금 더 살았으면 글이 더 짱짱했겠어요. 각 인물을 더 관찰하고 기록해보세요. ‘쉽게 말한다고 쉬운 것은 아니라’는 말은 기억에 남습니다. 야외의 치킨에 맥주가 제 맛이라는 걸 누구나 아는지 불안한 날씨의 호프집에는 두 어 테이블 만이 차 있다. (이 문장이 좀 꼬이네요. 수식어가 딸린 주어를 쓰는 건 안 좋은 버릇입니다...
2차시 리뷰_감정의 근거를 발굴하기 톰슨가젤 한여름 제주도의 숲은 매미 소리를 삼킬 만큼 짙다. 잎과 잎이 맞대고 수만(萬)의 겹을 이룬다. 그물처럼 햇빛을 가두고 한 뼘도 들이지 않는다. 대신 잎의 그림자가 내린다. 그림자와 그림자가 어깨를 걸고 바닥에 내려앉는다. 계곡과 골짜기에 어둠이 깔린다. 그 속에서 풀과 나무들은 여름을 오롯이 난다. 잡초에도 날이 서 있다. 풀 냄새가 공기에 배어 있다. 서늘한 여름이다. ->위의 단락에는 요소가 많아요. 한여름. 제주도. 숲. 매미소리. 그물. 햇빛. 그림자. 계곡, 골짜기. 풀. 나무. 잡초. 풀냄새…. 시각, 청각, 촉각 요소가 충돌하고, 숲-계곡-골짜기 공간이동이 되고요. 문장의 흐름이 끊겨 하나의 장면으로 이미지화가 되지 않아요. 언뜻 수려한 미문인 것 같지만 뜻이 모호하고요. 멋진 글..
1차시 리뷰_ 일상적인 것이 시적인 것이다 천연나방 – 조금 더 정확한 표현으로 애당초 모호한 남의 기억을 갖고 일하는 직업적 경험을 기반으로 글을 써서 그런지 문장이 조심스러워요. ~같다. ~문제다. 중복이 많고 예컨대, 기실은, 어쩌면, 그러니까 등 부사 사용이 빈번합니다. 자신 없는 말투, 지나친 부사사용은 모두 메시지 수용을 방해하는 것들입니다. 문장에 군더더기가 많을 경우 글을 다 읽고 나도 선명하게 남는 게 없습니다. 나중에 책을 쓰신다하니, 더욱 주의하셔요. -‘무슨 일이 있었다(.)’와 ‘어떻게 기억 한다’는 전혀 별개의 말 같다.(->말이다.) -만약 진실이라는 것과 연관 짓는다면 전자가 객관적인 사실에 관련된 것이라면 후자는 ‘주관적 진실’에 가깝다. ->만약 진실이라는 것과 연관 짓는다면, 전자가 객관적 사실이고 후자는 주관적..
글쓰기의 최전선 9기 강사 인터뷰 ▨은유선생님과의 간단 서면 인터뷰 1: 글쓰기의 최전선이 벌써 아홉번 째 기수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뭐에 하나 꾸준하기 쉽지 않은데, 꾸준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 진 것 같습니까? (글쓰기 최전선 수업만이 가진 매력?) - 대가족 느낌? ^^ 고상한 말로 ‘공적 독서’, 그러니까 이야기의 난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어제 한국에 온 일본 철학자 우츠다 타츠루씨 강연을 들으러 갔다. 그런얘길 하더라. 대가족 제도에서 살 때 어른들은 서로 저마다 다른 얘기를 했다. 엄마는 ‘이렇게 살아라’ 아빠는 ‘저렇게 살아라’ 삼촌, 할아버지 다 다르다. 그 혼란스러운 말들에서 아이는 ‘갈등’을 느끼고 풀면서 어른이 되었다. 대가족 제도에는 그게 가능했는데 지금은 가족이 해체되고, 욕망도 균질화 되었고, ..
글쓰기의 최전선9기- 김수영에게 배우는 자유와 사랑의 글쓰기 시인 김수영에게 배우는 ‘자유와 사랑의 글쓰기’ 김수영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고 1960년대 4·19 혁명을 기점으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친 시인입니다. 그에게 ‘시詩’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억압과 폭력의 시대에 맞서 ‘존재의 온전함’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자 방편이었습니다. 난파된 세상에서 침몰하지 않기 위해 시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던 김수영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인이란 언어를 통해 자유를 이행하는 사람”이며 “진정한 시는 자기를 죽이고 타자가 되는 사랑의 작업이며 자세”라고요. 김수영에게 시작이란 자유의 이행이자 동시에 사랑의 작업인 것입니다. 김수영은 좋은 글쓰기의 스승입니다. 그는 기존의 자연친화적 서정시와는 전연 다른 산문적이고 지적이며 도회풍의 시를 쓴 모더니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