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세상 (87)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과의 만남 “근데 왜 저를 부른 겁니까? 연구원들이라고 하셨죠? 삼성반도체 한 사업장에서 100명 가까운 사람이 백혈병과 희귀암으로 죽어갔습니다. 이런 사안에 대해 진보 지식인이라고 한다면 성명서라도 내야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나라에 무슨 단체들 많잖아요. 삼성문제를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좋은 세상, 세상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도대체 어떤 건가요.” 체크무늬 셔츠에 베이지색 투쟁조끼, 덥수룩한 수염, 형형한 눈빛이 천생 노동운동가의 포스였다. 원망과 애원이 범벅된 직설적 어법으로 첫마디를 열었다. 외면과 내면의 일치. 그 진실한 환대에 야단맞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저런 말 들어도 싸다. 삼성 나쁘다고 말만 했지 뭐 하나 실천적으로 연대한 것이 없으니 아무 말 못했다. 8일 저녁 수유너머N에서 김성환 삼.. 박모강사 G20포스터 풍자 딱 걸리다 G20 포스터에 ‘쥐’그린 강사 “우스운 현실 풍자했을뿐” 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가 경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가 기각된 대학 강사 박모씨(41)는 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지나친 의미 부여가 낡고 촌스러워 보였다”며 “이런 우스꽝스러운 현실을 풍자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쥐를 그린 이유에 대해서는 “G와 쥐가 발음이 같아서다. 별 뜻 없다”고 했다. 박씨는 “정상회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번 일로 공안당국이 독기가 올라 더 잡아들일까 걱정은 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씨와의 일문일답. -그림을 잘 그렸다는 평이 많다. 미술을 전공했나.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대학에서는 현대문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서울 소재 종합대학에서 교양과목 ‘문학과.. 절두산 부활의 집 - 13월의 풍경 어릴 적, 새해 달력이 나오면 한 장씩 넘기며 휴일부터 헤아렸다. 사과보다 더 맛있게 보이던 빨간 숫자들. 하루걸러 휴일이 깔린 ‘수확의 달’ 10월은 최고였으나 뒷장은 실망 그 자체였다. 검은 숫자로 빼곡한 11월. 칙칙하고 음울했다. 매년 그랬다. 그런데, 그저 노는 날이 적어 투정부리던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11월의 다른 얼굴을 만난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 같은 달력의 부피감도 허전하거니와 11이란 숫자의 모습도 애잔하다. 외로운 둘이서 언덕 저편으로 넘어가는 듯한 쓸쓸한 형상이다. 삶의 9부 능선을 넘어가는 11월. 그 길을 지나 12월을 통과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 성지는 13월의 풍경을 담고 있다. 절두산(切頭山)은 말 그대로 머리가 잘린.. 행복전도사 그 쓸쓸함에 대하여 ‘애시당초 빈 그릇인데 꽉 찬 것처럼 사는 게 내 모습이야.’ 심야에 문자가 왔다. 가족과 다투었다고, 그냥 사는 게 지겹다고, 집에선 형편없으면서 밖에선 뭐든지 다 해줄 것처럼 사는 자기가 싫다고, 가식과 허위로 포장하는 거 같아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익숙한 번민. 자세한 사연은 듣지 못했지만 짐작 가능했다. 원래 가족이란 ‘자기 바닥’을 확인하게 해주는 존재다. 그 회피하고 싶은 자기모습에 놀라고 한탄스럽고 절망하는 건 자연스럽다. 당신 나쁜 사람 아니라고 위로했다. 괜찮은 나와 엉망인 나 사이에 간극이 클 때 우리는 혼란을 느낀다. ‘어떤 게 진짜 내 모습이지?’ 자문자답을 해봐도 답은 없다. 인간이란 원래 하나의 동일성으로 환원될 수 없는 존재다. 정해진 본질이 없는 존재다. 나는 대체로 유쾌하고.. 세월이 저만치 비켜간 곳, 모란시장길 “지난번에도 깎았잖아요. 내가 모를 것 같아요. 다 알아요. 올 때마다 무조건 깎아달라고 하면 어쩌라고. 나는 뭐가 남느냐고오. 아, 진짜 너무하시네.” 왁자지껄한 시장 통 사이로 우렁찬 사내의 목소리가 파고든다. 가격을 흥정하는 모양이다. 구구절절 하소연이 통했는가. 상대방은 말이 없다. 소낙비처럼 지나가는 시원한 일갈에 주변에 선선한 웃음이 번진다. 요즘은 어딜 가나 ‘고객님~’ 소리가 녹음기 틀어놓은 것처럼 재생된다. 안하무인 고객도 왕으로 모셔야한다. 친절만 있고 인정이 없는 차가운 세태에 비하면 여기는 후끈하다. 소박하고 거칠지만 옥신각신 사람 사는 맛이 살아 있다. 세월이 저만치 비껴간 곳, 성남 모란시장 5일장 풍경이다. “옛날에는 여기가 개천이었어. 복개공사 하기 전에는 대로변에 좌판을 벌.. 2010년 목동의 3대세습 풍경 목동엄마들을 좋아한다. 특히 꽃수레 친구 엄마들은 영어유치원이 아니라 단지 놀이방에서 만나서그런지 평균적인 목동엄마들보다 소박하다. 사교육에는 불같은 열정을 태우지만 성품이 별스럽지는 않다. 인정 많고 배려 많고 돈도 많다. 수수하고 친절하다. 살림을 잘한다. 평소에 여러가지 배우는데 한참 바쁠 때 신세를 많이 졌다. 거의 매일 부탁해도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꽃수레를 거둬주고 여름엔 수영장, 겨울엔 스키장도 알아서 데려갔다. 계절에 한 번씩은 만나서 밥을 먹는다. 주로 학교와 동네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는데 목동 소수자인 나에겐 ‘그사세’다. 어제도 그랬다. ‘세상에 이런 일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2010년 서울 목동. 어느 하루 시간대별 풍경. 오전 11시 : 입시생 수용소가 된 동네 언젠가 말했듯이.. 채소값 폭등의 진실 어제 백화점에서 간단한 장을 봤다. 방울토마토 한통에 3900원이었는데 5500원으로 올랐더라. 태풍과 폭우로 배추와 상추만이 아니라 방토까지 영향이 미치는구나 했는데 알고봤더니 4대강 때문이었다. ㅠㅠ 대파 한단에 4500원이라 살 떨려서 못 사고 내일 장터에서 사야지했다. 그런데 장터에서도 4000원이다. 격차가 없다. 백화점 식품매장이 물건의 질은 월등히 좋은데 백화점도 값을 무한정 올리지는 못하는가보다. 장터에 장 보러 나오신 할머니가 "배추 못 사겠다" 했더니 야채 파는 총각이 "그래도 김치는 먹어야죠"한다. 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야채값 폭등현상이 장기화될 것 같다. 추석 때 시댁에서 얻어온 김치 아껴 먹으려고 부추 한단 샀다. 젓갈이랑 고춧가루 넣고 버무려서 저녁반찬으로 먹었다. 이제 김치와.. 철학에의 권리, 국제철학학교 다큐멘터리 금시초문. 철학자 자크 데리다(사진)가 1983년 파리에 연구교육의 어소시에이션 를 창설했다고 한다. 문턱없는 밥상이 아니라 교문없는 철학대학이다. 그것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오늘 수유너머N에서 봤다. 니시야마 유지(Yuji Nisiyama)라는 일본 감독이 만들다. 그가 직접 와서 상영회 후 토론회도 가졌다. 이렇게 좋은 영화인줄 알았으면 미리 홍보해서 여럿이 같이 볼 걸 후회했다. 는 국가적인 교육기관 인가를 받은 곳이 아니다. 하나의 비영리 시민단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무조건적이고 무제한적인 학술활동이 일어난다. 철학과 철학, 철학과 경제, 철학과 예술 등등. 본거지는 파리5구영의 데키르트 거리에 있지만 고유한 시설은 없고 공간을 빌려 운영되고 있다. 이것이 장점이다. 정해진 곳이 없으니 어디.. 이전 1 ··· 3 4 5 6 7 8 9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