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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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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은 국력, 보약 먹고 낼 또 온다 하루가 달랐다. 지난주 평일, 오가며 광화문에 들를 때마다 경찰의 대응이 날로 날카로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전경차가 둘러쳐진 곳도 점차 늘어갔다. 근데 참 이상도 하다. 내가 보기에는 촛불시위대는 마냥 수더분한 아줌마, 아저씨..그리고 평범한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언론이 그들을 '과격시위대'로 분류하고 '짜증난 시민'이란 말을 지어내 대립, 분열시키기 시작했다. 조중동과 청와대가 담합해서 교란시키니 순식간에 거리가 아비규환이 되어버렸다. 6월 28일 집회도 그랬다. 가족단위 참여가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 조직화는커녕 너무 오합지졸 시민들이 모여 걱정스러울 정도로 마음만 앞서는 '민초'들이다. 평화롭게 집회를 하는데 시위대열 맨 뒤에서 뿌연 소화기 분말가스가 자욱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경찰이..
깃발논쟁 그 후, 존재를 가리는 모든 것에 반대한다. 지난 6월 4일 오마이뉴스에 ‘깃발들, 촛불 앞에서 착해지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전날 촛불집회 현장에 급작스레 불어난 노동자, 학생, 시민단체 깃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내용이었다. 당시는 촛불소녀들에 의해 점화된 촛불이 퇴근길 시민들의 참여로 힘을 받아 뭉근히 타오르던 즈음이다. 자발적으로 모인 발랄한 시민축제의 장에 80년대 깃발의 집단등장은 개인적인 판단으로 불편하고 겉돌았다. 촛불문화제의 동력인 무소속 ‘무명’씨들에게 ‘유명’한 단체의 깃발이 행여나 ‘담장’이 되어 자발적인 발걸음을 막을까, 촛불의 외침을 가릴까 싶어 염려스러웠다. ‘낡은 깃발’로 표상되는 실체 속에서 내가 본 것은 진화할 줄 모르는 ‘진보’세력의 운동방식이다. 조직화된 깃발의 세몰이로 승리를 쟁취했던 과거와는 다른 투쟁 양상..
깃발유감, 자발적인 촛불 꺼뜨릴라 물대포 같은 장대비도 촛불은 꺼뜨리지 못했으되...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시청 앞 광장으로 향했다. 날이 날이니만큼 얼마나 맛깔스런 ‘촛불밥상’이 차려질라나 싶어 설레는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 굵은 빗발이 쏟아졌다. 천둥 번개가 쳤다. 이명박 대통령의 100일 간 행태에 하늘도 진노하신 게다. 그래. 비야 내려라, 물대포 같은 장대비도 촛불은 꺼뜨리지 못할지니. 역시나 광장에 도착했을 때 많은 시민들이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쓴 채 촛불을 밝혔다. 촛불문화제의 열기가 달아오르던 즈음 다행히 비도 그쳤다. 그런데 우산을 접자 난데없는 깃발들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며칠 전부터 하나둘 깃발이 보이더니 이날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있었다. 사회자는 동맹휴업을 결의한 대학생들이 참가했다고 소개했다. 찬찬..
촛불집회, 전국노래자랑보다 웃기다, 백분토론보다 진지하다 “와, 진짜 신기하다. 투쟁가 한 번을 안 부르고도 두 시간이 지났잖아. 근데 지루한지 모르겠다. 집회 정말 재밌다.” 2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물문화제에 함께 간 선배가 남긴 소감이다. 맞장구를 쳤다. 2분 같은 두 시간이었다. 고작 지하철 한 정거장 지난 기분이다. 서울 도심 한 복판 장엄한 빛무리 속에서 세상과 단절된 달콤한 한 때를 보냈다. 촛불문화제는 번듯한 음향이나 조명시설도 없다. 이름난 연예인도 안 나온다. 오직 촛불과 갑남을녀만이 넘실대는데, 그 자체가 천연조명이고 고성능 음향기기고 한류스타들이다. 그들이 제조하는 ‘명품 대사발’은 풍자와 기지로 가득했다. 7시가 조금 넘자 사회자가 나왔다. 차돌처럼 단단한 음성의 여성분이었다. “오늘 뉴스를 보니까 광우병쇠고기수입반대대책회의..
학부모, 교사, 입시전문가 '공교육 정상화' 논하다 ▲ 교사, 학부모, 입시전문가 등이 모여 평소 고민하던 공교육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예상대로다. 4·15학교자율화 조치 이후 학교상황은 더 황폐해졌다. 그나마 형식적으로 유지되어왔던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계는 사라졌다. '점수 기계' 양산을 위해 학교가 학원을 벤치마킹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한 중학교의 방과 후 교실안내 가정통신문에는 '단과반' '종합반'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교장은 '경영마인드'로 아이들을 교육하겠다고 공공연히 호언한다. 소위 '수준별 이동학습'은 성적 하위권 아이들의 격리효과만 낳았다. 세심한 배려와 정밀한 지도가 필요한 하(下)반은 정교사가 아닌 외부 '강사'가 맡는다. 상(上)반에는 40명이 모여 있다. 상위권 아이들조차도 양질의 차등수업은 언감생심이다. 결..
안양교도소 인문학 "감옥 밖에서도 못 배운 걸 여기서 배줄이야" 우리가 왜 우리가 인문학을 배워야 합니까?" 첫 강의시간. 한 재소자가 질문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국장이 강좌의 취지를 설명했지만 와닿지 않는 눈치다. 연구공간 '수유+너머' 고병권 대표가 부연했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삶의 기술'을 배워야 함을. 하지만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다. 오 국장은 제안했다. 그렇다면 2주간 수업을 다 듣고 강좌가 끝날 때 그 질문을 다시 한 번 해달라고. 3월 21일, 약속한 날이 밝았다. 20여명이 졸업식에 참석했다. 오 국장은 1기 과정을 무사히 마친 걸 자축하자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참, 어느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나중에 나가서도 이 책을 봐야 하는데 자료집에 '안양교도소'라고 쓰여 있으면 어떡하느냐고요. 제 실수입니다. 다음에 책 만..
북녘사진전 - 정말이네, 사는 거 다 똑같네 세상살이의 내남 없음을 보여주고자 했던 임종진의 북녘사진전 '사람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가 일반 시민과 국회 관계자의 따뜻한 관심 속에 성황리에 치러졌다. 지난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늦가을 운치가 융단처럼 깔린 낙엽 길을 따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92점의 작품을 한 장 한 장 찬찬히 둘러보는 등 북녘 동포들의 사는 모습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마침 전시장 천정에서는 탐스러운 노란 햇살이 쏟아져 사진 안과 밖 사람들의 해후를 축복했다. 뿔 달린 인민군 없고 사람만 보이네... “저 햇살처럼 사진이 따뜻하네요. 여기 전신된 사진들과 똑같은 소재를 갖고 충분히 어둡게 찍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민장교의 사진이 인상 깊습니다. 인민장교가 눈을 매섭게 떴다면 아마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