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니체의답안지

도덕의 계보 - 망각력 기억증에 대하여

<도덕의 계보>는 그의 사상이 집약된 매우 중요한 저작이다. 그중에서도 제2논문, 기억과 망각에 관한 해석은 내게도 무척 감동적이고 유용했다. 그전만 해도 기억은 우월한 능력(기억력), 망각은 골치 아픈 병(건망증)이었다. 공부할 때나 일할 때나 일상에서 망각신이 강림해서 일을 그르친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 또 정작 악몽 같은 일은 생생히 떠올라 괴로웠다.

그런데 니체는 망각이 단순한 타성력이 아닌 “적극적인 저지 능력”(망각력)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적, 자신의 고난, 자신의 비행을 오랫동안 생각하는 것, 즉 약자의 원한을 우리가 기억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강자는 그런 기억에 대단한 망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예가 미라보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한 모욕과 비열한 행위를 기억하지 못했고, 이미 잊어버렸기 때문에 용서할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