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환경운동가인 그가, 일상과 육아에서 친환경 살림법을 추구하는 에코맘이 된 것은 첫 아이의 아토피를 치료하고부터다. 채식과 풍욕, 모유수유 등 자연요법으로 빨갛고 꺼슬꺼슬하던 아이의 피부가 촉촉한 우윳빛이 되었다. 물․ 바람․ 햇빛․ 땅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우친 그는 더 많은 이들과 에코라이프의 생생체험을 나누고자 <고마워요, 에코맘>을 냈다.
어디다 시선을 두어도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4월. 얼마 전 내린 봄비로 바람은 한결 상큼하고 초록빛은 더욱 싱그럽고 흙은 보슬보슬 윤기가 흐른다. 신근정 씨는 오후 세시의 황금빛 태양을 등에 이고 청계산 자락에서 텃밭을 가꾸기 바쁘다. 겨우 손톱만한 새순을 내밀었던 신선초, 치커리 등 쌈 야채가 쑥쑥 자라 제법 어엿한 식물의 몸매를 자랑한다. 옆 빈자리에 흙을 파서 땅콩모종을 심었다. “이대로 두어 달 잘 키우면 6월엔 뿌리에 땅콩이 주렁주렁 매달린다고 했다”며 설레는 표정이다.
“아이들을 흙과 친하게 해주고 싶어서 3년 전에 주말농장을 시작했어요. 그동안 상추, 토마토, 가지, 시금치 등을 키웠죠. 우리 큰애는 자기가 아토피였는데도 채소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자기가 직접 키운 건 맛있게 잘 먹어더라고요.”
첫째도 먹을거리, 둘째도 먹을거리
일상에 녹색향기가 솔솔 피어나는 신근정 씨. 그의 자연친화적인 삶은 대학을 졸업하고부터 이어져온다. 유전공학을 전공한 그는 태안군청에서 환경감시원으로 4년간 일하다가 ‘녹색연합’으로 옮겨 10년 째 일하고 있다. 그 사이 녹색연합 입사동기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 2000년에 태어난 큰 아이는 나면서부터 피부가 붉었다. “신생아라서 그러려니” 하고는 넘어갔는데 예방접종 때 소아과 의사에게 ‘피부과 검진’을 권유받았다. 피부과에서는 ‘아토피’로 진단했고 완치 될 수 없고 운에 맡겨야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온몸을 긁느라고 못 먹고 못 자는 아이를 품에 안고 밤새워 눈물 흘리길 백일. 아토피를 고치기 위해 뭐든 해보겠다고 결심한 그는 지인의 소개로 ‘자연요법’을 시작했다.
일단 모유와 분유를 섞여 마시던 혼합수유에서 완전 모유수유로 돌렸다. 모유를 먹이기 위해 엄마의 몸부터 청정지역으로 바꾸었다. 야채만 먹고 감잎차로 목욕했다. 아이와 1.5리터 생수를 하루에 한 병씩 비워내며 몸속에 독소를 제거했다. 하루에 6번씩 시계를 봐가며 까다로운 규칙을 지켜가며 풍욕과 냉온욕을 반복했다. 제철 과일과 채소만 먹였다.
그렇게 백일부터 14개월까지, 근 일 년을 “어른 암 환자 고치듯이” 정신 바짝 차리고 정성을 들인 끝에 아토피를 완치시켰다. 아기를 업고 나가면 “어머 겨울에도 모기를 물리나 봐요” “땀띠가 심하네요.” 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어머 아기 피부가 너무 뽀얗네요” 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먹을 게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지요. 제가 아무리 환경단체에서 일한다지만 큰 아이가 아토피가 아니었다면 사실 친환경 살림에 관심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 손수건 사용하고, 물 아끼고, 재생종이 쓰는 ‘캠페인’ 차원의 운동에 머물렀겠죠. 그런 점에서 요즘 급격히 증가하는 아토피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경고가 아닐까 싶어요.”
천연비누 만들어 쓰고, 대형마트 안 가고
신근정씨는 큰 애의 아토피 완치 이후 본격적으로 친환경 살림법 공부를 시작했다. 과자, 영양제, 세제 등 모든 제품에서 화학물질을 확인하고 부작용을 찾아보았다. 천연비누와 천연화장품이 너무 값이 비싸서 직접 제조법을 배웠다. 아로마 DIY 자격증 과정도 수료했다.
일상의 실천은 더욱 폭넓다. 아이들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흙 밟는 곳’에 데려간다. 대량판매로 과소비의 유혹이 많은 대형마트는 가지 않는다. 물건을 살 때는 꼭 필요한지, 환경과 약자를 함께 배려하는 ‘윤리적인 소비’인지 꼼꼼히 따져본다. 제철음식과 로컬푸드는 기본, 촉진제와 항생제를 맞지 않은 고기만 먹인다. 또 승용차가 없다. 가족 모두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가급적 가전제품의 소비를 줄인다. 전기밥통을 쓰지 않으니 전기료가 월 1만 원 가량이 줄더란다.
“친환경생활이 돈이 많이 들 것이란 우려는 오해”라고 못 박는다. 외려 유기농 제품은 ‘가격폭등’이 없어 시세가 안정적이다. 또 음식도 조리를 덜 하고 생으로 먹고, 세탁기도 좀 덜 돌리는 등 “일감을 줄이면 그것이 바로 에너지 절약이고 지구온난화를 막는 친환경살림법”이라며 “좀 느리게 살고 너무 부지런 떨지 말아야한다”고 ‘에코맘’은 귀띔했다.
"영수증으로도 세상은 바뀝니다"
사실 그의 일상은 웰빙보다는 ‘로하스’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한 생활이 웰빙이라면, 지구의 건강과 사회적 약자를 고려한 생활은 로하스다. 웰빙의 시대는 가고 로하스가 대세가 되어야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 “심각한 환경오염과 식품안전사고의 빈발로 안전한 먹을거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는 내 집에서 내 아이만 고친다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실용서 <고마워요 에코맘>을 펴낸 것도 엄마들이 나서서 한 가지씩 실천하며 우리 아이의 미래를 지켜보자는 손짓이다. 에코라이프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의 환경운동가로서 그의 소신이기도 하다.
“주부의 소비는 참 중요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유전자 조작된 콩으로 만든 기름을 쓴 제품을 소비자가 사지 않는다면 기업에서도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해로운 걸 써도 팔리니까 계속 만드는 거겠죠. 4년에 한 번 하는 ‘투표’로만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내가 산 물품 ‘영수증’으로도 세상은 바뀝니다.”
* 대상그룹 사외보 <기분좋은 만남> 2009년 4,5 월호 인터뷰 기사 (원문은 덜 혁명적임;) 사진은 조인스닷컴 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