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권 인문학자 - 니체적인, 너무나 니체적인

[행복한인터뷰]

이른 아침, ‘연구공간 수유+너머’ 카페는 텅 비어 있다. 음악도 없고 사람도 없는 그곳은 얼핏 영화 <바그다드카페>의 첫 장면처럼 스산했다. 커다란 창문만이 초여름 흐린 공기와 서울풍경을 덤덤히 담아내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왔다. 주인 없는 카페. 그래서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카페에서 그는 서툰 솜씨로 커피를 갈고 뜨거운 물을 받아 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커피를 잘 내리는 사람이 해준 맛있는 커피를 먹고는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 뒤로 직접 해 먹기도 합니다. 뭐든지 그런 거 같아요. 잘 하는 사람을 통해 진짜 맛을 느끼고 좋아하게 되잖아요.”

어쩌면 그는 커피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서 ‘커피’ 대신 ‘니체’를 넣으면 고스란히 고병권이 설명된다. 니체라는 쓰디 쓴 원액을 특유의 손맛으로 우려내 ‘니체의 참맛’을 선보인 장본인이 바로 그다. 고병권은 <니체, 천개의 눈 천 개의 길><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을 쓴 최고의 ‘유쾌한’ 니체주의자다. 저작 및 강연활동을 통해 철학책 속 니체를 ‘커피처럼’ 일상으로 불러왔고, 까칠한 니체를 ‘커피처럼’ 향기롭게 뽑아 숱한 나른한 영혼들을 일깨웠다. 그는 손수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곧 생애 첫 기억부터 내밀한 시간의 자락을 들추었다. 이야기가 시작되자 영화 <바그다드카페>의 마술처럼, 카페에 웃음이 솟고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시골아이 고병권
“어린아이는 신성한 긍정, 순진무구한 망각, 새로운 시작, 하나의 놀이, 스스로 굴러가는 수레바퀴다.” 

그는 열 살 이전까지 흙길을 밟으며 자랐다. 처음으로 아스팔트를 본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까맣고 평평한 땅, 신작로가 신기해 눈을 떼지 못하던 깡촌 아이였다. 때문에 “MT를 가면 살아난다”. 나무 해오고 장작불 떼고 풀피리 불고 등등 자연을 무대로 활보하던 유년시절의 추억이 많다. 3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키가 작아서 앞에서 세 번째였지만 5학년 때 광주로 전학가기 전까지 내내 반장을 도맡아 했다. ‘참 잘했어요’ 도장의 전권을 쥘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 숙제도 안 해오고 능청스럽게 자기공책에 ‘참 잘했어요’를 쾅 찍었다. “거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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