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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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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 - 2학년 7반 소년들이야기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 2학년 7반 소년들 이야기' 공연을 어제 홍대 롤링홀에 보러 갔다. 33명 아이들 중에 한명만 살아온 그 반. 이지혜 선생님이 기간제 교사라 순직 처리에 난항을 겪는 그 반 아이들을, 클럽 공연과 함께 기억하는 새로운 형식의 추모자리. 슬프게 울다가 신나게 놀다가, 기대 이상이었다. 인디밴드 다섯 팀 중 (내 기준으로) 발군의 실력을 선 보인 밴드 스팟라이트. 베이스랑 리드기타, 세컨기타가 동시에 터져나올 때 그냥 기타 소리에 묻혀서 죽고 싶을 만큼 황홀했다. 이게 얼마만인가. 요즘 아들이 '밥상머리'에서 아이패드로 공연실황 보면서 밥 먹는데 아침마다 콜드플레이 뽐뿌질. 공연에 너무 가고 싶었는데 그런대로 원 풀었다.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공연이 올해 12월까지 롤링홀에서 ..
간판의 눈물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가도 다른 것을 본다. 속되게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말하고 폼 나게는 ‘관찰의 인문학’이라 칭한다. 이라는 책이 있다. 각기 다른 12명의 사람이 같은 상황을 자신의 직업적 관점에서 다르게 바라보는 경향을 담은 보고서다. 정신과 의사는 아내부터 슈퍼마켓 점원까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병적 증상을 읽어내고 시각장애인은 거리에서 주파수의 진동을 느낀다. 이런 현상을 프랑스인들은 ‘직업적 왜곡’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활자에 애착이 있는 나는 간판에 눈길이 절로 간다. ‘나폴레옹 제과점’ 같은 위용에 찬 이름은 대로변에서, ‘스티브 잡술’ 같은 재치 있는 간판은 홍대 부근 삼거리에서, ‘김밥군 라면양’ 같은 알콩달콩 간판은 여고 앞 2차선 도로에서, ‘정다방’ 같은 우직한 이름은 시..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투쟁 굴뚝 농성장으로 평택. 2009년 옥쇄 파업에도 가보지 못한 그곳. 지난 6년 마음에 빚진 자리로 남아있는 평택 쌍용차 공장을 갔다. 동료의 복직이냐 상여금이냐,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의 동료들처럼, 나도 하루 반나절을 갈등했다. 주말에 할 일이 산적해 있고, 굴뚝농성장에도 가고 싶고. 그러다가 갔다. 주말에 국민대회 못 간 것도 마음에 걸려서. 또 연구실 (여성) 동료들과 기차 타고 어디론가 가는 놀이도 설레고 해서. 모닝커피 두 잔 보온병에 담아서 출발. 서울역에서 평택까지 한 시간. 평택역에서 쌍용자동차까지20분 남짓. 그곳은 생각보다 가깝고, 굴뚝은 생각보다 멀다. 70미터 높이 오른쪽 굴뚝 맨 위에 이창근, 김정욱 동지가 살고 있다. 44일째. 굴뚝인들과 페이스 타임으로 전화연결해서 영상통화 했다. ㅎㅎ 아이패..
한겨레 21 - 대학 생활도서관 모임이 뽑은 '올해의 책' 지난해 가을 축제가 끝나고 바로 시작한 프로젝트. 시민행성 함돈균 평론가의 제안으로 우리 와우책문화예술센터와 대학 생활도서관 모임과 '올해의 책 뽑는 일을 같이 진행했다. 20대가 단지 지식 소비자가 아닌 담론 생산자로 나서는 일에 시민사회가 함께 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오랜만에 젊음의 기운이 생동하는 20대 학생들과 모여서 책을 고르고 토론하고 글을 같이 읽고 고치는 작업을 거쳤다. 에 우리의 활동이 좌담회 형식으로 실렸다. 기쁜 마음에 전문을 옮긴다. (본문 후반부 사진에 카키색 아우터 입은 내 뒷모습도 나옴 ㅎㅎ) [레드 기획] 기본소득운동을 하는 친구가 을 추천하고 밀양에서 평화농활 하면서 를 함께 읽고… 대학 생활도서관 모임이 뽑은 ‘올해의 책’ » 서강대 생활도서관 활동가 한나현 (맨 아래 ..
사진전 '밀양을 살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 어게인 3년 전, 연구실과 한 공간을 쓰던 별꼴카페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투쟁 사진전 '사람을 보라' 전시를 했었다.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려울 일도 아니란 생각에 덥석 진행했다가 당황했다. 손 가는 일, 돈 드는 일이 많았다. 특히 사진작가들이 감당해야할 몫이 거의 다였다. 옆에서 괜히 일손 거들면서 미안함에 쩔쩔맸었다. 시간과 공을 들이는 걸 보자니 안타깝지 뭔가. 내가 초청전시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시를 뚝딱 대행할 능력도 없으면서 무리수 두지 말자 다짐했건만, 그걸 까먹고 또 '밀양을 살다' 사진전을 욕심 냈다. 비유가 거창하지만 첫애 낳을 때 산통을 망각하고 또 둘째아이 낳는 사람처럼 -.-; 오늘 밀양을 살다 사진전 세팅을 완료했다. 작가분들 5명이나 와서 완전 고생했다. 이사하..
재난시대의 문학을 말하다 - 사사키아타루와 손홍규 지난 4월부터 와우책문화예술센터에서 일한다. 매년 10월 홍대 주차장길에서 북페스티벌을 진행하는 게 가장 주된 사업인 사회적기업이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올해로 10년. 나는 책과 관련한 축제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다. 4월 1일 입사하고 보름 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의 시간을 보냈고, 그 미어짐의 와중에 일을 해야했고, 그렇게 나온 기획이 '시대의 중심에서 문학을 말하다'라는 국제포럼이다. 우리 삶에서 재난 이전과 이후의 분할선을 어떻게 그어야할지 모르겠으나, 재난의 시대에 문학-읽고쓰기-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나누고 싶었다. 근래 인상 깊게 읽은 책 의 사사키 아타루를 지난한 과정 끝에 섭외했고, 국내 발제자는 을 쓴 손홍규 작가를 초청했다. 토론자로 고병권, ..
2014 퀴어퍼레이드 구경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신촌에 갔다가 퀴어퍼레이드를 봤다. 아니다. 퀴어퍼레이드도 볼겸 신촌에서 약속을 잡았다. 오후 5시, 행사장 부근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접근이 힘들었다. 찬송가 소리 같은 것들, 서울역 앞에서 들리는 그런 사랑과 자비일수 없는 노래소리가 들렸다. 퀴어퍼레이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령, 이런 문구가 눈에 들었다. '동성애자들은 하나님의 즉결심판을 받으리라' 같은 무시무시한 말들. 형광옷을 입은 전경들, 사명감에 가득찬 교회사람들; 겹겹이 둘러싸인 인파의 틈을 파고 연구실 친구들과 접선했다. 반가운 말,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 올해 가장 감동적으로 본 영화 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언니들 커플이 멋지게 춤을 춘다. 시선을 모..
대한문 '함께살자' 농성장 365일 28일째 지난 달 24일 글쓰기 수업을 마치고 몇몇 학인들과 대한문 함께살자 농성장에 갔다. 같이 공부하는 한 학인이 그날 문화제에서 풍물공연을 한다기에 '같이 갈 사람 여기 붙어라' 동을 뜬 것이다. 농성천막을 강제 철거하고 꽃밭을 만들어놓았다는 뉴스를 접했고 한번 가봐야겠다 싶었던 터다. 연구실에서 성북천 지나는 길. 하늘에서 마지막 벚꽃비가 내렸다. 성북천 울타리는 조팝나무가 희게 흐드러졌다. 그 꽃길을 숨, 이슈트, 동희, 태영, 나 다섯이 갔다. 벌꿀과 로맨스조는 먼저 출발했다.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는 쌍용차해고노동자 복직뿐 아니라 탈핵(밀양 송전탑, 반전과 평화(제주 해군기지), 용산참사, 4대강 등 다양한 생명-이슈를 두고 '함께 살자' 외치는 장소이다. 지난해 4월 4일 쌍용자동차에서 22명이 목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