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연구실과 한 공간을 쓰던 별꼴카페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투쟁 사진전 '사람을 보라' 전시를 했었다.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려울 일도 아니란 생각에 덥석 진행했다가 당황했다. 손 가는 일, 돈 드는 일이 많았다. 특히 사진작가들이 감당해야할 몫이 거의 다였다. 옆에서 괜히 일손 거들면서 미안함에 쩔쩔맸었다. 시간과 공을 들이는 걸 보자니 안타깝지 뭔가. 내가 초청전시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시를 뚝딱 대행할 능력도 없으면서 무리수 두지 말자 다짐했건만, 그걸 까먹고 또 '밀양을 살다' 사진전을 욕심 냈다. 비유가 거창하지만 첫애 낳을 때 산통을 망각하고 또 둘째아이 낳는 사람처럼 -.-;
오늘 밀양을 살다 사진전 세팅을 완료했다. 작가분들 5명이나 와서 완전 고생했다. 이사하는 집처럼 어수선한 풍경에서 이삿날 인부들처럼 땀 흘리는 작가들 볼 때는 미안하다가 모델하우스처럼 말끔하게 변신하는 과정, 벽에 사진이 걸리고 할로겐 램프가 켜지는 걸 보니 마술처럼 신기하고 뿌듯하다. 일전에 류가헌에서 했을 때보다 공간감이 더 깊고 너르니 여기가 밀양이라는 실감을 안겨주고 여느 전시회 못지 않은 기품까지 갖춰져 발걸음이 숙연해진다.이게 다 자본에 굴복하지 않는 밀양 할매할배들의 격조있는 삶의 힘 덕분이다.
"저희 3년 만에 다시 또 이렇게 뵙네요" 한 작가와 인사를 나누며 머쓱하게 웃었다. 세월이 흘렀는데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임무를 갖고 재회했다. 한진중공업 사진전, 밀양 사진전, 누가 알아주지도 돈을 주지도 않는 현장을 가서 작업을 하고 그 사진을 여럿이 나누기 위해 품을 들인다. 고되고 치열한 현장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있어 든든하다.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는 나는 주변을 맴돌며 이렇게라도 끈을 잇고 조금의 마음의 빚을 던다. 그렇게 별일 없는 삶에 가끔 별일 만들며 산다. 어쨌거나 세상은 마구 흘러갔지만 그도 나도 급류에 떠내려가진 않았다. 다시 만난 걸 보니 그간 아주 멀리 벗어나지는 않았구나 싶으니 밤중에 종아리 퉁퉁 부어 돌아가는 이런 삶에게 고마웠다.
# 전시만 하기 아까워서 도모한 잔꾀. 전시 안에 강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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