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 9기 강사 인터뷰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선생님과의 간단 서면 인터뷰 

 


1:

글쓰기의 최전선이 벌써 아홉번 째 기수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뭐에 하나 꾸준하기 쉽지 않은데, 

꾸준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 진 것 같습니까?

(글쓰기 최전선 수업만이 가진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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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족 느낌? ^^ 고상한 말로 ‘공적 독서’, 그러니까 이야기의 난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어제 한국에 온 일본 철학자 우츠다 타츠루씨 강연을 들으러 갔다. 그런얘길 하더라. 대가족 제도에서 살 때 어른들은 서로 저마다 다른 얘기를 했다. 엄마는 ‘이렇게 살아라’ 아빠는 ‘저렇게 살아라’ 삼촌, 할아버지 다 다르다. 그 혼란스러운 말들에서 아이는 ‘갈등’을 느끼고 풀면서 어른이 되었다. 대가족 제도에는 그게 가능했는데 지금은 가족이 해체되고, 욕망도 균질화 되었고, 아이가 갈등 상황에 노출이 안 되니까 성숙하지 않는다, 뭐 이런 요지였다.글쓰기의 최전선에는 다양한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이 글을 쓰고 같이 읽는다. 한번 쯤 치열한 자기 성찰을 거친 어른들(저자들), 이번 기수 같으면 ‘김수영’일테고,또 잘 살고 싶어서 방황하는 어른들(학인들). 그 말들, 경험들이 충돌하면서 ‘좋은 배움’이 일어나는 것 같다.      



2:

기존 글쓰기의 최전선에서는 다양한 분야, 여러 작가의 책을 읽어왔습니다. 강의 개요를 볼때 마다 꼼꼼한 요리사가 정갈하게 차려낸 식단을 마주하는 느낌. 글쓰기가 단번에 늘지 않아도, 책만 다 제대로 읽어도 배가 든든할 것 같은 기분. 그런데 이번에는 김수영 전집만을 읽는다.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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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한 작가의 삶에 깊이 빠져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시가 매우, 몹시, 읽고 싶었고 김수영이 그리웠다.

 



3:

왜 지금, 김수영을 함께 읽고 싶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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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정신으로 살고 싶어서! 하하. 4월부터 직장을 다닌다. 책과 관련된 일이긴 하지만 묶인 생활이 좀 갑갑했다. 나를 잃고 살게 될까 걱정스럽고. 김수영은 밥벌이로 번역하고 글을 쓰는 생활을 고달파하는 산문을 많이 썼다. 이름을 팔고 글을 파는 매명, 매문을 치욕스럽게 생각하면서도 평생 했다. 생활난 때문에 아니할 수 없었는데,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무얼 하고 사는지는 명확히 인식했다. 나도 내가 무슨 일을 하면서 사는지는 인식하면서 살고 싶고, 김수영이라는처방이 절실했다. 나 같은 처방이 필요한 사람들, 대환영이다. ㅋ

 



4:

이번 글쓰기의 최전선 9기 수업의 제호는 " 자유와 사랑의 글쓰기"다. 예전 글쓰기 최전선 수업을 들었던 나에게 자유, 사랑 이란 단어 사용은 좀 의외입니다.

은유샘이 수강생들에게 글을  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대놓고 "큰 단어(추상적)"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생님이 김수영에게서  자유-사랑- 글쓰기를 키워드로 뽑아낸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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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은 (남들처럼 욕망 하는 게 아니라) 본래적 존재로 살아가는 것을 자유와 사랑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우리 자유롭게 살자고 주장한 시인이 아니라, 난 이럴 때 부자유스럽고 언제 자유로운지 예민하게 인식하고 자기 분석을 한 사람이다. 자유는 절대 보편적 개념일 수 없다. 실천형 동사다. 김수영 글에서 영감을 받고, 난 언제 자유롭고 언제 억압을 느끼는지 자기만의 자유,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를 각자 쓰게 될 것이다.   

 



5:

시는 말, 언어라는 것을 똘똘 뭉쳐 놓은 반죽을 (입시때는 이런 것을 시의 특징='함축적')  수제비 끓일 때 마냥 뚝뚝 끊어 던져 놓은 것 같이 느낍니다. 김수영은 좀 '읽히는 ' 시를 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김수영 전집을 살펴보니 전기의 시가 어려웠습니다. '외침'은 변함없는 정서인 듯한데.' 무엇'을 외치는지 도무지 들리지 않네요. 아마 다른 수강생도 마찬가지 일텐데, 전문적인 수준의 독해나 설명을 기대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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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각자의 삶-경험-감각으로 읽는 거다. 사유보다 느낌의 영역이다. 2년 동안 시 세미나 할 때도 내가 아는 시도 있고 모르는 시도 있었지만, 여럿이 읽으면 어떻게든 읽어졌다. 물론 강사니까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은 한다. 시를 읽고 산문을 읽을 것이다. 시인은 시로 만나는 게 가장 좋긴 하니까 먼저 읽는다. 한 사람의 생각의 변화, 삶의 풍경을 따라가면서 연대 순으로 읽고, 그것에 영감과 자극을 받고 자기 생각을 발전시켜 글을 쓸 것이다.

 



6:

우리들(수강생)이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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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예습보다 복습이다.ㅋ 수업이 일요일이니 데이트 미리 해두기 정도. ^^  

 



5:

예전수업을 들으면서 선생님은 아무래도 잘쓴 글 보다는 좋은 글을 지향하는 것 같았습니다. 좋은 글 /잘 쓴 글 구분은 설명하기 애매하긴 하지만. 선생님이 생각하는 좋은 글, 글쓰기 최전선에서만 쓸 수 있고 배워나갈 수 있는 글은 어떤 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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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배반하지 않은 글. 삶의 목적은 직업이 아니고 해탈도 아니다. 그냥 사는 거다. 지겨운 반복을 견디는 거다. 김수영은 시도 썼지만 번역도 했고 양계장도 했다. 이 세상이 엉망이고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게 서러워서, 설움에 술 한사발 타마시고 방황했고 그 일상의 구질구질한 디테일, 자기모순을 낱낱이 글로 쓴 사람이다. 글쓰기의 최전선에서는 일단 나를 믿고 글을 써보는 정신, 김수영 식의 깡다구, 치열함, 뻔뻔함 그런 걸 배워갈 수 있다.

 



6

이번 9차시에서 가장 기대하는 바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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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랄한 김수영 뒷담화. ㅋㅋ 누구나 글을 쓰고 누구나 책을 내는 시대가 과연 좋은 것인지는 논의해 봐야겠지만, 난 긍정적인 부분을 본다. 글쓰기가 자기 삶의 고유한 색깔과 깊이, 결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일본이나 영미권에서는 전업으로 쓰는 순문학 작가가 아닌  생활인 작가가 많다. 우리도 그렇게 되는 추세다. 자기 삶의 경험이나 관심사, 사유를 잘 가꾸어 글로 쓰고, 그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좀더 ‘공적’으로 이 세상에 환원하고 갈 수 있으면, 좋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의 최전선이 그걸 도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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