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후보가 사퇴할 것 같다고 했을 때는 '어차피.. 그래..잘됐다.. 대인배시다..' 단순히 생각했는데 기자회견문을 보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당원이라는 사실도 잊고 살았는데 당원으로서 조금 화가 났다. '유시민을 지지하겠다'는 글귀를 보는데 맥이 탁 풀렸다. (난 유시민도 좋아하고 그의 당선을 빌지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특이성을 가진 각개약진해야 하는 정치인이다.) 약자들의 거처인 진보신당의 존재의미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당비만 자동이체 시키던 내가 이런 마음일 때 열성당원들은 어떤 심정일까.
당게시판에 갔더니 거친 글들이 넘치고 있었다. 분노의 역류였다. '경기도당'에서는 심후보의 사퇴가 도당의 입장과 무관한 결정이라고 '성명서'가 올라있다. 당원들은 심후보가 자신들과 의논 한마디 없이 기습적으로 '사퇴'를 발표한 것에 대해 일방적인 행동이라며 격한 감정을 토했다. 이런 반응을 두고 일부 당원은 우리는 이래서 안 된다고 현실감각이 없다며 운동권 근본주의자들이라고 훈계를 늘어놓기도 했다.
지금, 이 아수라장 대한민국에서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것이 과연 '현실'감각이 없는 것일까. 당적은 두고 투표때마다 될만한 다른 정당을 찍는 게 현실적인 태도일까. 나는 그들이 누구보다 현실의 뼈아픈 자각이 있기에 진보신당이라는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어한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어느 당원의 글이다.)
...어제 자유게시판에서 이런 글을 읽었더랬습니다.
자유게시판에 와서, 이명박 정권만은 막아야 한다며 심상정의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 정말 잔인하다'며, '우리는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권리조차 없냐'며,
'당신들은 노무현 정권 시절이 지금보다 더 살기 좋았는지 몰라도
우리같은 노동자들은 노무현 때나 이명박 때나 똑같이 살기 힘들다'면서,
'그냥 우리같은 사람을 대변하는 정치인에게 내 한 표를 찍을'
소박한 꿈만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던 글이었습니다.
그러나 심상정은 이런 분들의 소박한 꿈을 꺾고 떠났습니다.
...이제 더 이상 경기도에서처럼 그런 분들이 또다시 꿈을 짓밟혀서는 안 됩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해서 그런 분들 이전에, 우리 스스로의 힘겨운 꿈이 짓밟혀서는 안 됩니다.
당원 여러분, 지금 노회찬 대표님을 위시해서
김상하 후보님, 노옥희 후보님, 김윤기 후보님, 김백규 후보님,
염경석 후보님, 윤난실 후보님, 조명래 후보님, 이 분들 모두가 정말 힘들고 어려우실 겁니다.
그 분들도 이제는 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도 싶을 겁니다...그러나, 그러나, 투표장에서나마 꿈을 이어가고 싶은 이름없는 노동자서민들과 당원들의 희망을 8분 후보님들께서는 부디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완주해 주십시오.
심상정은 큰 정치인이다. 이번 선거가 아니라도 기회가 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심상정은 살고 진보신당은 죽고. 그런 결과가 나올까봐 걱정이다. 진보신당 그 콩알만한 정당을, 진보의 꿈이 이렇게 또 짓밟히고 뭉게지는가. 선거가 잘 끝났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일단 특별당비를 송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