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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세상

김포, 문수산 성곽길


김포는 조용한 도시다. 한강을 끼고 펼쳐진 너른 평야에는 곡식이 알알이 익어가고 철조망 쳐진 땅위로는 무심히 비행기만 뜨고 진다. 삼팔선이 마음에도 그어진 때문일까. 오랜 세월 북녘을 등지고 살다보니 김포에는 어쩐지 소원했다. 풍광이 좋으나 여행자가 드물고 개발도 더디었다. 무명시절이 길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평화롭고 그래서 아름답다. 전국 도시가 개발열풍에 고만고만하게 닮아가고 관광지로 닳아 가는데 비해 김포는 무공해 천연미인의 자태 그대로이다. 밖으로 품 넓고 안으로 옹골차다. 가만가만 걷기 좋은 김포. 한반도에 다시 냉전기류가 감도는 서늘한 여름날, 문수산 성곽길 따라 북녘 땅 바라보며 통일을 기원하는 나들이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