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풍경화첩 - 서울, 사랑해도 될까요

[비포선셋책방]

# 홍대 앞 

직장을 옮기느라 예기치 않은 휴가가 생긴 친구가 제주도에 같이 가자고 한다. 가고팠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 싶었으나 ‘결단’을 내리지 못한 나는, 아침 댓바람부터 홍대앞 주차장길을 걷고 있었다. “좀 서운한 영화다” “감동이 없어도 눈물은 나네...” 조조영화로 본 ‘내사랑 내곁에’의 감상평을 두런두런 주고받으며.

환한 대낮의 홍대 앞은 생경했다. 주로 밤과 새벽사이에만 머물던 곳. 1년 365일 성탄절 이브처럼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거리가 헐겁게 비어 있다. 촬영이 끝난 세트장처럼 가짜 동네 같다. 길을 잘못 들어선 거 아닌가 싶어 연신 두리번거렸다. 수다스럽던 친구가 입을 꼭 다문 듯 새침한 거리. 걷는 동안 하나둘 셔터가 올라가고 홍대 앞이 기지개를 편다. 맞다. 여기가 거기였구나! 거리가 조금씩 수다스러워지자 알아본다. 우리는 주차장길 부근 골목 테라스가 좋은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흡연가 친구는 ‘담배와 수다’가 타인에게 공해가 되지 않는 그 자리를 맘에 들어 했고, 나도 9월의 청명한 바람과 촉촉한 햇살이 고스란히 들어차는 그 공간이 마냥 사랑스러웠다.

“그곳에서 20년을 보냈다. 아침의 적막함과 밤의 분주함이 차례로 교차되며 하루하루를 엮어나가는 곳이다. 아침의 고요는 그곳에서는 아주 각별하다. 어떤 아침보다 그곳의 아침은 고요하다...밤새 떨어뜨리고 간 것들을 들여다보았다. 탈피한 껍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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