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권 <생각한다는 것> 아들의 철학입문서

[비포선셋책방]


“일어나!” “늦겠다!” “빨리해!” 아침마다 아들에게 퍼붓는 말은 대략 이 세 마디로 압축된다 하겠다. 8시 30분까지 학교를 가야하는데 꼭 25분까지 팬티바람에 어슬렁거리면 애터져죽을 지경이다. “가만 보면 늦는 사람은 항상 습관적으로 늦어. 맨날 허둥대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없고 자기 지배력도 약한 사람인 경우가 많거든. 그런데 네가 그렇게 될까봐 그래. 제발 시간 개념 좀 갖고 살아! (이놈아,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냐!)” 
 

이런 잔소리를 아침마다 들으려니 아들도 나 못지않게 죽을 맛일 거다. “안 늦으니까 걱정 마세요” 라며 입을 쑥 내밀더니 언제부턴가 전략을 바꾸었다. 내가 따발총처럼 퍼부으면 미국드라마에 나오는 노란머리 청소년처럼 영어로 말하면서 억압을 분출한다. 내가 황당하고 당황스러워서 “쟤 뭐래?” 그러면 “아니에요~” 그러고는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현관문을 쏙 빠져나간다. 나는 굳게 닫힌 문에다 대고 진부한 대사를 궁시렁 거린다. "저 녀석이 기껏 공부 시켜놨더니 엄마 영어 못한다고 괄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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