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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옆소극장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식 인간이해의 '금자탑'


웃으면 지는 건데
극장에서 이렇게 많이 웃어본 지가 언젠지 모르겠다. 평일 조조였다. 텅 빈 극장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벽을 치고 다시 나의 옆구리를 찌르니 웃음에 포박당한 기분이었다. 커다란 스크린에 지나가는 장면은 홍상수영화답다. 주인공이 영화감독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하지 않다. 생활여행자의 길 떠남의 풍경인데, 거기에 배치된 인물들 간의 얽힘과 오가는 대사가 재밌다. 딱히 김수현식의 능란한 촌철살인이라기보다 능청맞고 투박하고 격앙되고 오버스러운데 그것들이 시의적절하고 적나라하고 섬세하고 의미심장하다. 같은 이유로, 예전에는 그의 영화가 재밌지만 불편하고 불쾌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부끄럽고 불편해서 재밌다. 홍상수 영화, 웃으면 지는 건데. 내가 변한 걸까, 홍상수가 변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