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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인터뷰

한대수 김도균 이우창 - 고독으로 뭉친 음악동지 '삼총사'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에는 ‘음악 하는’ 할아버지들이 나온다. 주름진 얼굴에 기타를 둘러메고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은 한 그루 나무처럼 자연스럽다. 가사는 한 편의 시(詩)고 굴곡진 세월의 풍파가 고스란히 뿜어 나오는 음악에서는 바람에 일렁이는 대숲소리가 난다. 나이 든다는 것, 음악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라는 사실이 주는 감동은 매우 컸다.

한대수...자유로운 영혼의 올드보이

홍대 앞 연습실에서 만난 그를 통해 다시 ‘나이와 음악, 친구’를 떠올린다. 어느덧 58세가 된 ‘올드보이’ 한대수. 검은 트렌치코트 위로 빗발처럼 흩날리는 머릿결은 그만의 멋진 실루엣을 연출했다. 그가 건네주는 명함에는 ‘사랑과 평화’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히피 정신은 사랑과 평화다. 나는 히피다.’라는 그의 오래 전 선언은 아직도 유효했다. 아니 그는 모든 것이 건재했다. 그에게 세월은 보약이었던 걸까.

이날 연습은 광주 MBC에서 주최하는 ‘한대수와 도올의 락 콘서트-행복의 나라로’ 공연에 대비한 것이다. 일찌감치 대기 중이던 드럼과 베이스를 맡은 후배들과 그의 공연의 고정 세션이자 음악적 동지인 리드기타 김도균, 키보드 이우창이 합류했다.

“여기서 기타가 딩딩디디디 하면 저기서 드그드그띡 하고 드럼이 나오면 돼요. 마지막만 다시 해봅시다.”
그는 파닥거리는 입말과 눈짓 손짓을 써가며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했다. 얼굴에 땀이 한줄기 흐를 즈음 “오늘 연습 너무 많이 했다”면서 자리를 파하고 밥집으로 향했다. 그는 원래 죽기 살기로 연습하지 않는다. 그에게 음악은 정복해야할 대상이나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이란 우리 몸에서 가끔 피식 새어나오는 방귀, 참치 못해 터져 나오는 방귀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게 한대수의 지론이다. 그는 예술을 하찮음에 비유하곤 했다. 그가 오랜 시간 기타를 멜 수 있었던 비결은 아마도 음악에 대한 재능이라기보다 음악을 대하는 편안한 자세 때문인 듯했다. 그에게 음악은 ‘방귀’처럼 몸의 일부이기에 삶의 전부일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