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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인터뷰

신관웅 재즈계의 거장 - "고통스러울 때 더 행복했다"


이곳은 지도에 없는 섬이다. 하늘에 홀로 뜬 달이다. 홍대 앞 재즈클럽 문글로우(moon glow). 한 남자가 피아노를 친다. 고요하고 시린 달빛 선율이 흐른다. 재즈의 황무지를 일궈낸 저 유장한 40년 울림. 반달이 온달로 차오르듯 완숙한 정취를 자아내는 재즈계의 전설 신관웅의 행복한 느낌, 흐느낌이다.

지나온 자리마다 고통의 우물이 군데군데 패였다. 고통의 시간이었으되 돌이켜보니 그 자리에 행복의 샘물 찰랑인다. 신기한 일이다. 그에게 행복이란 과거의 불행을 소급해 구성한 아련한 추억들이다. “어렸을 때 불행했다.”며 말문을 연다. 여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새엄마는 동화 속에서 그려진 대로 푸근하진 않았다. 게다가 아버지가 편찮으셨다. 풍금이 유일한 벗이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던 아버지 덕분에 풍금을 칠 수 있었다. 엄마 잃은 동심은 쓸쓸함과 외로움과 적적함을 풍금으로 달랬다. 벽촌이었던지라 밤이면 전기도 나가고 촛불도 없었다. 암흑천지였다. 오로지 달빛에 비추어 풍금을 두드렸다. 그게 행복이었다. “달빛을 벗 삼아 풍금을 치는 동안 무아지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