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1025)
안양교도소 인문학 "감옥 밖에서도 못 배운 걸 여기서 배줄이야" 우리가 왜 우리가 인문학을 배워야 합니까?" 첫 강의시간. 한 재소자가 질문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국장이 강좌의 취지를 설명했지만 와닿지 않는 눈치다. 연구공간 '수유+너머' 고병권 대표가 부연했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삶의 기술'을 배워야 함을. 하지만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다. 오 국장은 제안했다. 그렇다면 2주간 수업을 다 듣고 강좌가 끝날 때 그 질문을 다시 한 번 해달라고. 3월 21일, 약속한 날이 밝았다. 20여명이 졸업식에 참석했다. 오 국장은 1기 과정을 무사히 마친 걸 자축하자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참, 어느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나중에 나가서도 이 책을 봐야 하는데 자료집에 '안양교도소'라고 쓰여 있으면 어떡하느냐고요. 제 실수입니다. 다음에 책 만..
이윤 선생 - 분단조국과 함께 태어난… ‘나는 역사다’ 누군가 나에게 삶을 물어올 때, 한 권의 책을 내밀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 것인가. 그처럼 말이다. 1944년생인 그는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통과한 성장기록을 엮어 ‘분단조국과 함께 태어나’란 책으로 펴냈다. 35년간 사립고교 수학교사로 일하면서 전교조, 민족문제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그의 삶은 곧 시대정신의 내밀한 증언이기도 하다. 언론학교도 1기와 55기 두 차례나 수료한 아주 특별한 회원, 이윤 씨를 만났다. 촉촉한 봄비 내리는 4월 초순. 베레모가 잘 어울리는 중년신사가 한 손엔 서류봉투를 다른 한 손엔 우산을 들고 들어선다. 문득 민언련 2층 강의실은 어느 시골 학교의 교실이 된 듯 아늑해진다. 마치 오래전 흑백화면으로 보았던 ‘TV문학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몸에..
차파는 김시창닷컴, 꿈꾸는 시창이라이프 재밌다. 과거 현재 미래의 분야가 다 다르다. 삼십대엔 언론운동 일선에서 뛰었다. 지금은 중고차딜러로 일한다. 훗날 노래공연과 영화감독에 도전할 참이다. 삶의 구성이 일간지 섹션처럼 다채롭다. 웃으면 다 감기는, 튀밥같이 순한 눈을 반짝이며 그가 터놓는다. 열심히 살았으며 살고 있고 살아가겠다고. 둥글고 따뜻한 마음의 힘으로 굴러가는 김시창라이프.
환경파수꾼 이광렬 씨 - 펀드매니저에서 화훼농부로 흐르는 물도 떠주면 공덕이 되듯, 떠 있는 해도 모으면 에너지가 된다. 하지만 모두가 생각에만 머물 때 그는 ‘해’를 위한 방한 칸을 마련하는 정성을 들였다. 시민태양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모아 팔고, 풍력발전기를 세워 외등을 밝히는 환경파수꾼 이광렬 씨의 이야기다.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접어들어 개천을 따라가다 보면 검푸른 유리지붕이 덮여있는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지난 97년, 금융기관에 근무하던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땅의 아들’로 돌아온 이광렬 씨의 집이다. 뙤약볕에서 고생하는 쌀농사보다 덜 힘들 것 같아서 화훼농업을 선택했다는 8년차 농부 이광렬 씨는 이곳에서 서양 난을 키우며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온실농사를 직접 지어보니까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또 하필 그 때 구제금융위..
강현주 간호사 - ‘죽음’을 돌보며 ‘삶’ 발견하다 삶에는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이 있다. 죽음이 그것이다. ‘인간의 죽음’이라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진리가 ‘나의 죽음’ 혹은 가족과 친구의 문제로 다가올 때면, 그 실존적이고 구체적인 문제 앞에 누구나 절망하고 분노한다. 이처럼 생의 엄연한 일부이지만, 늘 두렵고 불편한 죽음에 대해 더 이상 유난하게 굴지 않게 된 사람이 있다. 일산병원 호스피스 병동의 강현주 선생. 그녀가 매일 접한 것은 죽음이었으나, 그녀는 오히려 그 안에서 삶을 ‘발견’했다고 한다. “처음에 이곳에 발령 받았을 때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요. 환자분들에게 배우는 게 참 많거든요. 사람들은 호스피스 병동에 대해 어둡고 침울하다는 선입견을 갖는데 오히려 다른 어느 병동보다 더 따뜻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에요.” 자분자분 말하는 ..
니체는 물었다, 더 일하면 더 행복할까. 사람은 누구나 일하고, 행복을 원한다. 또 세상은 '신성한 노동'으로 일궈가는 '행복한 미래'를 약속한다. 하지만 열심히 일해도 행복은 따라잡기 버겁다. 왜 그럴까. 원점으로 돌아가 살펴보자. 노동은 신성한가. 행복의 척도는 무엇이며 누가 결정하는가. 삶의 목적은 과연 행복일까. '신의 피살자' 니체는 노동과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니체는 일찍이 노동을 가차 없이 비판했다. 심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노동과 전쟁을 벌이고 자신의 의지에 따른 고귀한 삶을 살라고 말했다. 니체. 그가 아무리 전승되어 온 모든 것에 의심의 눈길을 던지는 철학자라지만 노동의 '성역'까지 파고들 줄이야. 니체는 왜 노동에 의혹과 경멸의 눈초리를 보냈을까. 니체는 우선 '노동의 존엄성'이라는 근대의 개념적 환각을 비판한다. 노동..
박재현 농영화감독 - “소리 없는 영화가 곧 우리들 삶이죠.” 아우성 가득한 세상에 ‘침묵의 초대장’이 날아오고 있다. 등 11편의 농영화다. 이는 채플린의 무성영화처럼 소리가 지워진 영화 아니 그런 세상을 보고 자란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조용한 영화다. ‘소리언어’가 아닌 ‘시각언어’로 자신들의 삶과 꿈을 녹여낸 작품들이다. 더 넓은 세상과 소통을 꿈꾸는 아름다운 청춘들이 모인 곳 데프미디어의 박재현 감독을 만났다. “소리 없는 영화가 곧 우리들 삶이죠.” 이 날은 화이트데이. 거리마다 크고 작은 사탕바구니와 꽃다발이 즐비하다. 달디 단 사랑의 밀어가 허공을 메우던 시간, 이곳에서는 현란한 손짓으로 대화 열기가 후끈하다. 종로의 수화사랑카페에는 데프미디어 스태프 10여 명이 모여 12번째 농영화 제작회의를 진행 중이다. 촬영장소 및 담당역할 등에 대해 논의가 활발하..
구본창 사진가 - 오래된 탐미주의자의 고백 작은서점에서 열린 작가와 독자의 만남 “… 참 아름답습니다.” “… 아름답지요?” 이곳은 작지만 아름다운 서점이라며 감동하고, 낡은 책을 보여주면서 지금 봐도 아름답지 않느냐며 동의를 구한다. 아름다움의 실사구시. 아름다움의 동어반복. 묘하게도 그것은 표현의 과장이나 언어의 빈곤이라기보다 어떤 지극함의 울림으로 와 닿았다. 자신의 사진책은 물론 한평생 모아둔 '아름다운 책'을 죄다 챙겨왔다.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처럼 높낮이 없는 음성으로 사진과 책의 인연을 터놓는 그는, 사진가 구본창이다. 지난 5일 대학로 인문예술서점 이음아트에서 열린 첫 번째 주인공으로 초대됐다. 대한민국 대표 사진가, 책과 함께 '봄나들이' 가다 이날 행사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씨에 의해 마련됐다. 책 중에서도 사진책은 활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