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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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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9.21 1. 팡팡 작가의 우한일기 추천사를 썼다. 500쪽 가량 되는 원고를 다 읽었다. 어제 몸이 아픈데도 그 무거운 거 들고 카페 가서도 봤다. 매일 기록하는 것, 비상사태에서 상황을 읽어내는 일의 중요성을 배웠다. 재난의 시대를 통과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방법을 모르겠다. 그저 기록만을 남길 뿐이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쓰는 일을 하고, 배달노동자는 배달을 하고, 청소노동자는 청소를 한다. 각자 자기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로 일상이 세계가 굴러간다는 자명한 진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중요한 기록을 우한에서 60년을 산 작가가, 도시에 대한 애정으로 보고 듣고 썼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우한은 코로나의 발원지라는 불행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팡팡이라는 작가를 준비한 행운도 있는 도시다. ..
2020.9.15 "집사람 생일에 장미꽃을 선물할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전주역에서 강연장까지 가는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말을 건다. 차창을 향해 있던 고개가 절로 앞을 향했다. 백미러에 비친 기사님 얼굴을 보니 '어르신'이다. 물기가 빠진 탁한 목소리와 뒷목의 주름으로 보건데 67세 추정. "아, 너무 낭만적이에요. 당연히 당연히 괜찮고 너무 좋죠." 나도 모르게 호들갑을 떨며 맞장구를 쳤다. 기사님은 "근데 꽃은 이삼일 만에 시드니까"라며 망설여진다고 했다. 나는 우선 꽃선물은 받는 순간 기쁨이 크고, 이삼일이라도 눈길 스칠 때마다 행복한 게 어디냐, 향기가 진해서 심신 안정에도 좋다, 꽃선물을 받으면 스스로 꽃처럼 예쁘고 귀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자존감이 상승 효과가 있다 등등 의견을 피력했다. (이럴 일인가?) ..
2020.8.27 -예정대로라면 내일 북토크 하러 제주에 가야했다. 너무 예쁜 서점 책자국. 망설이다가 아침에 연기했다. 제주 김포 왕복 티켓 취소하고, 이런저런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하기로 한 9월 강연 일정 변경-연기-취소 메일 답하고. 다이어리에 흑연 자국이 많이 남았다. 쓰고 지우고.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마음이 얼룩진다. -집에 있으니 도통 일의 능률이 안 올라서 스타벅스에 혹시나 하고 갔다. 넓은 매장에 대여섯명이 마스크로 입틀막 하고 공부하고 있다. 환기가 잘 되는 창가 자리에 앉아서 사유의 밀도가 빽빽한 책 보고 왔다. 스벅에선 왜 집중이 잘 될까. 대중목욕탕에서 각자의 때를 미는 사람들처럼 열중한다. 다들. -이년전 열림터에서 수업했던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다른 피해자들이랑 글써서 책 내는 텀블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