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1025)
[꼬마도서관] '책도 있고 친구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사랑방 경기도 부천시 도당동 강남시장 끝머리, 이곳에 자리한 '꼬마도서관'은 돌 틈 사이 핀 들꽃같은 책방이다. 재래 시장통의 들쑥날쑥 간판 사이 숨어 있어 지나치기 일쑤지만, 마음 기울여 발견하면 쉽사리 지나치기 어렵다. 원래 '책과 사람'만한 풍경이 없는 데다 이색문화가 어우러져 향기 또한 그윽하다. 꼬마도서관은 아시아인권문화연대(대표 이란주)가 운영하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도서관이다. 이 곳에는 네팔·베트남·파키스탄·태국 등 12개국과 우리나라 책을 포함해 6000여 권이 구비돼 있다. 이주노동자와 지역 주민에게 책을 무료로 대여해 준다. 1월의 마지막 날, 꼬마도서관을 찾았다. "책도 있고 친구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사랑방 "이주노동자가 책을 다 보느냐고 의아해하세요. '이주노동자' 하면 대개가 일..
박수택 SBS환경전문기자 - 무공해 기자생활 23년 나들이·빨래·세차·운동지수 모두 90점 이상이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가을이 충만하다. 이런 날 그를 만난 걸 축복이라 해야 할까 운명이라 해야 할까. 생태감수성 지수 100점, 기자사명감 지수 만점에 빛나는 박수택 SBS 환경전문기자와 서울 근교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동동주에 오색 낙엽 띄워놓고 시작된 ‘무공해 기자생활 23년’ 낭만인터뷰. SBS 박수택 기자 환경에 대한 남다른 열정 + 기자에 대한 확고한 사명 “환경전문기자 박수택입니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가을 속을 서성일 때면, 우리시대 문장가이자 탐미적 허무주의자 김훈의 수필 첫머리가 떠오른다. ‘내일이 새로울 수 없으리라는 확실한 예감에 사로잡히는 중년의 가을은 난감하다’라던… 그런가. 생이 깊어갈수록 가을은 더 애달파지는 것인가. 상..
김학철 선생 - “과거사 청산, 뿌린 대로 거둡디다” 그날은 봄눈이 내렸다.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자리한 충무로 한 건물 앞에서 만난 그는, 마치 한 그루 나무처럼 서서 흩날리는 눈발을 맞고 있었다. 아, 어쩌면 그의 삶이 바로 이 장면과 같지 않았을까. 과거사 청산이 한낱 힘없는 구호에서 법으로 제정되기까지, 길고 긴 세월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김학철 선생. 그의 머리 위에는 어느새 백발성성 눈꽃이 쌓여 있었다. 역사의 밭 일구는 농부, 김학철 “과거사 청산, 뿌린 대로 거둡디다” 어렵던 시절, 서로 돕던 따뜻하고 오랜 인연 “창 문 좀 열어보세요. 비올 때 여기서 비 내리는 거 쳐다보고 있으면 참 좋지요.” 그를 따라 들어선 곳은 충무로 한옥마을 내 음식점. 그는 창호지가 발라진 창문 쪽을 가리키며 시를 읊듯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
김동찬 언론고시생 - 노동전문기자 꿈꾸는 어느 좌파의 고백 그는 민언련대학교 방송분과 4학년입니다. 재작년부터 1년 반 동안 분과장을 지냈습니다. 방송매체분석은 물론 사회구조에 관심이 많고, 세상이 조금이라도 왼쪽으로 기울기를 바라는 자칭 ‘B급 좌파’입니다. 때문에 민언련이 “내 생각보다 늘 오른쪽에 있다.”고 말합니다. 신문이나 인터넷언론의 노동전문기자를 꿈꾸는 취업준비생. 장동건 외모에 전태일 감수성을 지닌 문제적 회원, 김동찬을 소개합니다. 노동전문기자 꿈꾸는 어느 좌파의 고백 친미와 오욕의 역사, 독학으로 깨우쳐 웬 민언련대학? 그는 2004년에 민언련 회원이 되었다. 올해로 4년차다. 실제 대학에서도 신문방송학과 4학년이니, 두 생활 장르의 주기가 오묘하게 일치한다. 그러나 그는 “내가 알아야할 모든 것은 민언련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또한 ‘언론학..
옥미애 이미지비평가 - 이미지뒤집기 배우는 ‘미애 氏의 일일’ 희붐한 안개 자욱한 어느 겨울날. 잿빛 대기와 아스팔트 뚫고 외로운 수직선 하나 걸어온다. 귀에는 이어폰 목에는 목도리 손에는 냉커피, 해사한 얼굴엔 눈망울이 그렁그렁 걸렸다. ‘이미지뒤집기’의 필자다. 매체사진비평모임에서 활동하다가 내친김에 영상대학원에 진학한 소신파다. 느리고, 고집스럽고, 삐딱하게 그녀는 모색한다. ‘이미지뒤집기’ 혹은 ‘인생역주행’의 묘안을. 이미지뒤집기 배우는 ‘미애 氏의 일일’ 설상가상이다. 엄동설한이건만 냉커피에 빨대 끼워 수시로 목을 축인다. 일본소설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담백하고도 나른한 분위기의 그녀. 어쩌자고, 그저 무람하게 웃기만 한다. 침대처럼 편안한 침묵이 십여 분 흘렀다. 심심풀이 화두를 몇 가지 던졌다. 올해의 드라마를 뽑는다면? “” 대선에 누구를 뽑을 생각..
윤성호 감독 - 재기발랄 저항가 '독립영화' 판에 뛰어들다 추리닝 바람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타난 윤성호 회원. 어기적어기적 계단을 오르는 뒷자태하며, 안경 너머로 나른하면서도 분주한 시선을 쉼 없이 발사하는 눈초리까지. 보무도 당당히 꿈에 취해 다니는 그는 영락없는 몽상가타입이다. 2001년, 제1회 시민영상제에서 로 대상을 받으면서 민언련과 인연을 맺고, 이후 해마다 필모그래피를 늘려간 재기발랄 저항가, 윤성호 감독을 만났다. 영화감독 윤성호 재기발랄 저항가, 윤성호 감독 농구와 맥주 즐기던 우익청년 윤성호 “전공이 신문방송학과지만 사회에 별 관심 없었습니다. 학회 할동도 통일학회나 말지연구학회 같은 정치적인 것을 제외하고 부담 없이 가입할 만한 곳이 영화분석학회 뿐이었습니다. 영화랑 친해진 계기가 됐지요. 그 때가 막 디지털 캠코더가 보급되었고, 장난으로..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 - 큰 언론인의 긴 싸움 두 개의 명함. 하나는 낡았고 하나는 반질하다. 1974년 결성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과 지난 6월 발족한 ‘민주평화국민회의’ 대표에는 모두 정동익이란 이름이 적혀있다. 그는 늘 여러 개의 명함이 있었다. 지난 32년 동안 그가 지닌 명함은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의 장대한 슬라이드 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언련의 전신 ‘민협’ 의장시절 언론학교를 만들어 언론운동의 새 지평을 연 그는, 한 평생 언론민주화의 아궁이를 지키며 시대정신의 불씨를 지펴왔다. 원로의 경륜과 현역의 열정을 갖춘 그가 묻고 그가 답했다. 언론운동은 왜 필요한가, 진정한 언론인의 자세는, 민언련이 태동한 정신은 또 무엇이더냐. 뭉근히 오래 끓어 깊은 맛을 내는 그의 이야기는 내도록 뜨겁게 귓전을 울렸다. 동아자유언론수호..
차형석 시사인기자 - “지금, 취재현장으로 돌아갑니다” 막내기자 차형석. 지난 7년 간 그의 자랑스러운 타이틀이었다. 시사저널은 팩트에 입각한 집요한 취재와 성역 없는 탐사보도로 참언론의 가치를 구현해왔다. 1년 전 사장의 일방적 기사삭제로 일명 '시사저널 사태'가 불거졌고, 그는 동료들과 ‘편집권독립투쟁’의 긴 터널을 통과했다. 현재 사표를 내고 새 매체 창간을 준비 중이다. 수척한 얼굴에 형형한 눈빛의 그는 ‘기자로 산다는 것’의 묵직한 소회를 밝혔다. 차형석 기자 “지금, 취재현장으로 돌아갑니다” 파업, 1인 시위, 집회, 단식농성… 그러나 서울 목동 방송회관 9층.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이란 작은 명패가 눈에 띈다. 전 시사저널 기자들의 임시 거처다. 그는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노조 소식지에 나갈 ‘시사저널 사태 총정리’ 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