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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숙 사무금융연맹 여성국장 - 3 8여성의 날, 빗자루 들다 ‘빗자루 더럽다고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의 아픔을 한 번이라도 쓸어주었느냐.’ 빗자루의 재발견이다. ‘세상의 모든 차별을 쓸어버리자’며 집회현장에 빗자루가 등장했다. 지난 8일 시청 앞 ‘3·8세계여성의 날’ 행사에서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조합원 300여 명은 빗자루 높이 세워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장애인, 임신 출산여성 등 온갖 차별 철폐를 외쳤다. 평소에는 청소도구이지만 유사시에는 일상탈출의 수단으로 쓰이는 빗자루. 일상 곳곳에 쌓인 차별을 일소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비상을 도모하는 상징물로서 빗자루는 더없이 맞춤이었다. 하얀 깃발과 빨간 머리띠, 파란 투쟁조끼라는 ‘시위용 드레스 코드’를 탈피한 참신한 발상은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각 포털사이트는 ‘3·8세계여성의 날’ 보도용 이미지로 일..
<퍼> 카메라를 들고 떠난 그녀의 색계(色戒) 언젠가 말씀드렸지요. ‘부치지 않은 편지’는 제가 가장 아끼는 노래입니다. 아마도 ‘부치지 않은 편지’를 쓰게 되려고 그랬나 봅니다. 오늘은 가시나무새처럼 슬프면서 파랑새처럼 희망어린 어느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잿빛 톤에 잔잔한 격정이 흐르는 포스터에 끌리듯이 보게 된 영화는 라는 작품입니다. 주연배우가 니콜 키드먼이었습니다. 그녀는 과 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지요. 그녀가 꼭 몇 백 년 된 나무처럼 크게만 보였던 영화였습니다. 시선을 던지거나 움직일 때마다 대숲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도 그녀는 큰 배역에 도전했더군요.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를 허문 사진가 디앤아버스 퍼는 디앤아버스(1923-1971)의 전기 영화입니다. 사실 디앤아버스라서 좀 놀랐습니다. 그래요. 디앤아버스..
이꽃별 해금연주자 - 국악계의 보아, 나의 삶 나의 해금 이름은 주문이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줄 때 이름에 깃든 기운은 염원이 된다. 스물여덟 해를 꽃과 별로 불렸다. "꽃별아". 수천수만 번의 울림이 그녀의 생애를 빚었다. 국악계의 별로 뜨고, 무대 위의 꽃으로 피어난 신세대 해금연주자 '꽃별'의 얘기다. 그녀도 말한다. 이름이 영희나 철수인 것보다는 뭘 해도 도드라졌으니, 이름에 책임을 지려고 열심히 살았노라고. '열심'의 방법은 끼와 욕망에 충실하기다. 무엇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구애됨이 없다. 꽃별의 해금은 클래식, 팝, 뉴에이지를 넘나든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연주스타일도 분방하다. 날렵한 청바지 차림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는다. 때로는 맨발로 무대에 오른다. 정장이나 한복이 불편했단다. "어린 마음에 튀고 싶었다"고 터놓는다...
임종진 사진가 - 광석이형 미공개 사진전 '그가 그리운 오후에' 시간이 기억되는 방식은 다양하다. 뭇 사람에게 1월은 이 신년벽두 주옥같은 결심을 낳는 달이라면 그에게 1월은 '광석이형'에 대한 그리움이 한량없이 짙어지는 시간이다. 1월 6일은 김광석의 12주기다. 어느새 십년이 훌쩍 지났지만 긴 세월의 더께를 뚫고 그 날의 아릿함은 새순처럼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그 감정이 꼭 처연한 슬픔만은 아니다. 시큰한 기쁨과 짠한 고마움에 가깝다. 여전히 김광석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수많은 팬들이 있고, 또 새로이 빠져드는 이들이 소리 없이 늘어가기 때문이다. 갈수록 깊어지는 김광석의 존재감과 팬들의 애틋함은 작은 기적을 불러일으켰다. '광석이형 추억하기'는 어느 순간부터 '견뎌야할 시간'에서 '누려야할 시간'으로 변해갔다. 그가 가슴속에 서리서리 접어두었던 낡은 필름을..
이희아 피아니스트 - "이젠 통일의 꽃으로 불러주세요" [인터뷰] 북에 휠체어 1004대 보내기와 평양공연 추진하는 이희아씨 "내년 6월에 평양 공연을 추진 중입니다. 북한사람들이 장애가 심한 제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통일을 위해 ‘다시 만납시다’ ‘반갑습니다’ ‘임진강’ ‘여성이 꽃이라네’ 등 북한노래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이희아(23)씨가 앞으로는 ‘통일의 꽃’으로 불러달라며 환하게 웃는다. 무릎 아래가 없고 손가락이 네 개뿐인 중증장애를 안고 반도의 딸로 태어난 그가 피나는 노력으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커트머리에 앙증맞은 핀을 꽂고 ‘희망’을 연주하던 ‘기적의 소녀’는 이제 옛말이다. 그의 나이 스물 셋. 이희아씨는 통일과..
고병권 인문학자 - '불안사전' 우리시대 불안을 읽는다 햇살이 벅차게도 좋던 어느 늦가을 오후 버스에 몸을 실었다. 기사님이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가 교통카드 체크음과 엇박으로 귀에 감겼다. 육자배기 같은 걸쭉한 웃음소리와 시시콜콜한 속사포 멘트가 주거니 받거니 중계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때론 활명수처럼 나른함을 씻겨주기도 한다. 헌데 그 날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남녀진행자의 말투가 자못 비장했다. "네…, 이라는 다소 까칠한 사전이 나왔네요, '88만원'은 비정규직 한 달 월급이면서 휴대폰 1대 가격이고, '정규직'은 잠재적 비정규직이라고 정의했네요. 참 씁쓸하죠? 우리의 불안한 현실을 담아낸 것 같습니다." 장안의 화제가 된 의 발원지는 '시민지식 네트워크를 위한 독서프로젝트(이하 독서프로젝트)'다. 그 행사의 참가자와 네티즌이 만들어낸 가상의 사전으로 ..
인디밴드 헌정공연 - '인권이형 사랑해요' '우리는 전인권씨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후배로서 전인권씨에게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전하기 위해 이 공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 설 연휴 막바지인 지난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홍익대 근처 한 클럽에서는 '인권이형 사랑해요'라는 공연이 열렸다. 황보령밴드, 이승열과 서울전자음악단, 한상원, 주찬권, 정경화, 로다운30, 코코어, 허클베리핀, 노브레인 등 관록파 뮤지션부터 실험적인 밴드까지. 웬만한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쟁쟁한 라인업이다. 하루 빨리 무대에서 노래하는 전인권을 보고 싶다는 소망으로 후배들이 모인 것. 하지만 대외적인 언론 홍보는 없었다. 홍대 근처에 포스터 몇 장 뿌린 게 전부다. 공연장 입구에는 '언론의 취재 대상이 되길 원치 않는다'는 정중한 메시지가 ..
북녘사진전 - 정말이네, 사는 거 다 똑같네 세상살이의 내남 없음을 보여주고자 했던 임종진의 북녘사진전 '사람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가 일반 시민과 국회 관계자의 따뜻한 관심 속에 성황리에 치러졌다. 지난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늦가을 운치가 융단처럼 깔린 낙엽 길을 따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92점의 작품을 한 장 한 장 찬찬히 둘러보는 등 북녘 동포들의 사는 모습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마침 전시장 천정에서는 탐스러운 노란 햇살이 쏟아져 사진 안과 밖 사람들의 해후를 축복했다. 뿔 달린 인민군 없고 사람만 보이네... “저 햇살처럼 사진이 따뜻하네요. 여기 전신된 사진들과 똑같은 소재를 갖고 충분히 어둡게 찍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민장교의 사진이 인상 깊습니다. 인민장교가 눈을 매섭게 떴다면 아마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