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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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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숙 아동문학평론가 - 인문학과 아동문학이 만났을 때 # 0. ‘글 쓰는 사람’을 글로 알려야할 땐 꾀가 난다. 그냥 글 한 편 복사-붙여넣기 해서 보여주면 간단할 텐데 싶으니 말이다. 사실, 모든 글은 자기고백이다. 타자를 경유한 진실 드러내기 혹은 자기가 감각한 세계 잘라내기다. 단편적인 글에서도 ‘존재의 슬로건’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위클리수유너머의 더 리더: 동화책 읽어주는 여자, 박혜숙(달맞이) 글이라면 이런 대목이다. ‘이런 게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삶이 아닌가! 누군가에 의해 촉발되고, 누군가를 촉발할 수 있는 생명력.’ 파스텔 색감 몽글몽글한 그림동화에서 생의 이치를 콕 끄집어내는 달맞이. 그의 글엔 늘 뭔가 있다. 예리하고 공정하고 따뜻하고 총체적으로 웅숭깊다. 달맞이꽃이 피기까지, 삶의 행로가 궁금했다. 어찌 나 뿐이겠는가. 댓글 따윈 ..
김대경 교사 - 강남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은 계절이 네 번 바뀌었습니다. 다양한 제목과 모양의 책이 오십 권 넘게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위클리수유너머 에는 창간부터 세 분 선생님이 책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달맞이 박혜숙(아동문학평론가) 풍경지기 박혜숙(국어교사) 김대경(국어교사)입니다. 둘은 이름이 같고 또 둘은 직업이 같습니다. 우연히 짝을 이뤘습니다. 그래서 편집팀에서 가끔 혼선을 빚기도 합니다. ‘이번에 어느 박혜숙 선생님이지?’ ‘저번에 김대경샘 학교 아이들 얘긴가?’ 이럽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나무처럼 글에도 결이 있으니, 세 분에게서 느껴지는 글의 파장이 다른 듯 닮아있는 까닭입니다. 어쩌면 예정된 인연입니다. 그들은 반평생 읽어온 책, 갈망한 삶이 놀랍도록 비슷했습니다. 책과 씨름하며 열심히 산다고 살다가 어느 날 다다른 방황의 ..
문재홍 폴리아티스트 - 소리를 연기하는 남자 영화는 영화다. 헌데 주인공이 후루룩 쩝쩝 라면을 먹을 때 관객은 군침을 삼키고, 편의점 문이 쾅 닫힐 때 불안을 느끼며, 담뱃불이 지글거릴 때 가슴이 타들어간다. 스크린을 비집고 나오는 미세한 소리가 온 몸을 파고드는 순간 ‘활동사진’은 완벽한 사실성을 획득한다. 지푸라기를 비벼 담배 타는 소리를 만드는 문재홍 폴리아티스트. 그에게 영화는 소리다. 쓰레기 더미에서 소리를 꽃피우다 이곳은 재밌는 소리 공장,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도 아랑곳없다. 문재홍 씨는 일 년 내내 여름을 산다. 한 평 남짓한 녹음실에서 온종일 뚝딱뚝딱 소리를 만들다 보면 금세 땀에 젖는다. ‘발소리’를 녹음할 땐 옷감이 스치는 소리가 섞일까봐 쫄바지를 입는다. 만족스러운 소리를 얻을 때까지 걷고 또 걷는다. ‘콰당’ 넘어지는 소리를 ..
박진우 조명디자이너 -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신화는 어둠을 무찌른 빛의 승리로 시작된다. 일상도 다르지 않다. 밋밋한 일상에 불이 켜지면 멋진 신세계가 열린다. 이 마법에 반해버린 유학파 미술학도가 5분 양초, 스파게티 샹들리에 등 감각적인 작품을 히트시키며 ‘빛의 전사’로 등극했다. 시크한 낭만과 은근한 유머, 소통의 추구가 담긴 빛을 연출하는 차세대 조명디자이너 박진우를 만났다. 빛에 빠진 디자이너 강남에 자리한 그의 디자인 스튜디오 쥐엔피크리에이티브(ZNP Creative)는 ‘거의 모든 것의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형광색과 원색을 과감히 사용한 인테리어와 조명, 영화사 소품실과 만화책에서 빼내온 듯한 진기한 오브제가 꿈틀댄다. 작업대에서 전구와 공구세트를 만지는 그는 초록색 점퍼와 빨간 체크무늬 바지를 입었다. 공간도 사람도 수채물감의 은은..
공유정옥 노동보건활동가 - 나는 삼성직업병 통역하는 사람 삼성 직업병 피해자 관련 영상자료를 보다 보면 젊은 의학전문가가 등장한다. 한번은 긴 머리, 한번은 짧은 머리, 안경을 쓸 때도 있다. 인상은 매번 다른데 소견을 밝히는 야무진 말투와 ‘의사 공유정옥’이란 자막은 똑같다. 동일한 인물이다. 세월의 폭이 느껴지는 모습이 말해주듯 그는 일찌감치 노동자 편에서 일했다. 금속·자동차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개선과 산재보상을 일궈낸 노동보건운동 활동가로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발족에 참여하는 등 삼성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공론화하는데 힘썼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공중보건학회(AHPA)의 ’2010 산업안건보건상(Occupation Health & Safety Awards)’ 국제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노동자 건강권을..
최정원 뮤지컬 배우 - 나의 인생은 한국뮤지컬 역사 무대 위에서는 감전될 듯 뜨겁지만 겨울날 시린 햇살 아래서는 한들한들 다사롭다. 긴 치마와 굵은 물결머리에 안개꽃을 품은 자태가 그림엽서 소녀마냥 수줍기도 하다. 하나의 의미로 갇히길 거부하는 천생 배우 최정원. 삶의 어느 자리든 맡은 배역마다 싱크로율 100%다. 그래서 그녀 곁엔 항상 아우라와 박수가 따른다. 상복은 덤이다. 얼마 전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활짝 웃는 두 뺨에 아직도 살짝 감흥이 배어난다. 눈물 “1995년 한국뮤지컬대상 제1회에서 로 여우신인상을 받았어요. 다음해에 여우조연상을 받고 제7회 때 로 여우주연상 받았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그랬죠. 이후에도 계속 후보에는 올랐지만 한번 상을 받았으니까 후배들에게 기회도 줘야하고 기대를 안 했거든요. 마음을 비우고 있다..
뚜라 버마행동 대표 - “정부 비판한다고 난민 불허” 가난한 불빛 번지는 거리를 지나간다. 저만치서 불쑥 나타난 경찰이 불러 세운다. 신분증을 요구한다. 난민을 신청한 상태라고 말한다. 일단 차에 태운다. 전화로 확인이 끝나면 그제야 풀려난다. 무시로 겪는 일이다. 이 번거로움을 피하려면 이걸 들고 다녀야 한다. 인도적 체류를 허가한다는 법원 판결문. A4크기 한 장이다. 가방 없이 가볍게 외출할 때가 문제다. 맨 손에 문서만 팔랑팔랑 들고 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검문을 피해갈 재간도 없다. 운수 사나우면, 또 경찰차 신세다. 시도 때도 없이 존재증명-노동에 시달리는 뚜라 씨. 여러모로 고달프고 씁쓸하다. 지난 10월 버마행동 회원 8명을 난민으로 인정해야한다는 서울고법의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정작 버마행동 대표인 뚜라 씨만 난민인정 대상에서 쏙 빠져버..
박상권 앵커 - 쌍방향 뉴스2.0시대 이끄는 젊은 언론인 ‘진실 앞에 겸허’라는 소신으로 일하는 언론인 박상권 앵커는 진행자다. 그가 최근 ‘마이크 옆에 노트북’을 놓았다. 트위터를 통해 전국 시청자 의견을 반영하는 쌍방향 뉴스를 시도하는 것. 덕분에 를 즐겨보는 박준범 과장은 그와 ‘트친’(트위터친구)이 되었다. 그들에게 트위터가 바꿔놓은 뉴스와 일상이야기를 들었다. "신선한 클로징멘트, 트위터 덕분이죠” 느닷없는 한파가 들이닥친 어느 가을날, 박상권 앵커는 트위터에 멘션을 남겼다. ‘오늘 많이 추우시죠? 계신 지역은 어떤가요?’ 출근 준비를 서두르던 박준범 과장은 응답했다. ‘서산도 바람이 많이 붑니다.’ 트위터에 속속 올라오는 생생한 의견을 추려서 박상권 앵커는 클로징 멘트로 전달한다. 마치 목장에서 갓 배달된 우유처럼 매일 아침마다 ‘신선한 뉴스’를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