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가와 글쓰기
자유기고가는 내게 산타 양말이었다. 뭐든지 다 들어가는 신축성 좋은 선물보따리처럼 일곱 빛깔 각양각색의 기쁨과 행복의 목록이 다 담긴 직업의 세계였다. 자유기고가의 활동영역은 다양하다. CEO, 생활수급자, 연예인, 최고액연봉자 샐러리맨 등등 각계각층의 인터뷰부터 여행기, 맛 집 탐험, 금융상품 소개, 각종 동호회 탐방, 현장 취재, 도서비평, 문화칼럼, 기업 브로셔 카피 등등 전방위적 글쓰기가 행해졌다. 신문으로 치자면 1면부터 16면 광고까지 아우르는 셈이다. 만으로 4년, 자유기고가로 일하면서 어설프게나마 신맛부터 쓴맛까지 감각적 글쓰기를 익혔다. 몸도 바빴다. 저 아래 제주도부터 삼팔선 넘기 직전까지 반도의 땅을 훑고 다녔으며, 서울시내 지하철의 거미줄 같은 노선의 각 역마다 발자국을 남겼다. 4..
점쟁이의 말
할 말 못할 말, 들을 말 못 들을 말. 찬란한 말, 쓰라린 말, 참담한 말, 간절한 말, 희미한 말, 비정한 말, 흔드는 말, 맴도는 말, 다정한 말. 사는 동안 숱한 말의 숲을 통과한다. 도무지 그 말이 어려워 서성이기도 했고, 그 말에 채여서 주저앉기도 했고, 그 말이 따스해 눈물짓기도 했다. 그렇게 추억이란 말의 기억이다. 그리고 어느 시인의 말대로 모든 흔적은 상흔이다. 말끔한 잊혀짐은 없다. 누렇게 곰팡이 쓴 말들과 소화되지 않은 말들을 껴안고 한 평생 살아간다. 가끔 텅 빈 몸에서 말의 편린들이 덜컹거리면, 외로운 몸뚱이 안에서 들려오는 그 인기척이 반갑기까지 하다. 어느새 정이 든 게다. 9월의 드높은 하늘을 보니 점쟁이의 말이 떠오른다. 역술인 혹은 무속인. 신의 대리자를 자처하는 그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