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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7차시 리뷰-글은 삶을 배반하지 않는다

(스콜라스티카)

거리의 음악과 무대의 음악에 관한 비교음악이 감상하는 것에서 평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좋습니다리어카 테이프 추억은 감칠맛 나고요분명한 문제의식과 입장이 있는 글입니다이것이 칼럼이 되려면 적당한 콘텐츠가 제시되어 글의 객관성을 높여주어야 하겠죠무대의 음악의 문제점 지적이 다소 취약해보여요감상보다 평가 위주의 무대이긴 하지만거기 나온 노래가 음원 챠트를 휩쓸고 그런다는 기사도 본 거 같아서요. ‘한 번도 같이 흥얼거려본 적이 없는 노래가’ 라는 표현은 위험하죠너무 이분법으로 단순화 시킨 건 아닌가 싶습니다글이 점점 명료해지고 있어요특유의 조단조단 유유자적 멋스러운 문체가 있으신데 그게 자칫 늘어지게도 합니다글의 균형 잡기에 주력해주세요.

 

(도치)

약한 불에서 가볍게 튀겨낸 고추부각은 초록색을 띠고 황금 옷을 입은 모습으로 변신을 한다색도 살아 있고 맵지도 않고 좋은 기름으로 튀겨낸 고추는 내가 바라던 딸에게 먹이고 싶었던 바로 그 부각이다사각사각소리도 경쾌하다.’ 삶에서 나온 표현이 역시 강력합니다황금옷고추가 여신이라도 된양 뿌듯해지고 입안에서 고추부각이 바삭 부서지네요포도씨유 비축해 놓으시는 부분이랑 빈 농가에 간장병 5개가 뒹구는 부분이 참 좋아요음식을 대하는 정성과 마음나누는 일의 수고로움이 뭉클하게 전해와요눈앞에 자주 보이는 것쉽게 먹어 없어지는 것의 숨은 노력과 공력을 잘 보여준다고 할까요좋은 글입니다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주었으니까요도치의 농촌일기다음 편 기대합니다.

 

(바람도리)

강아지가 자는 모습이 숲 같다.’ 이게 첫 문장이면 좋겠어요죽은 남자가 언급되고 멀리 하나의 불이 꺼지고 여기 하나의 불이 켜졌다.’ 이거 멋있고 긴장이 생기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해소되지 않고요다 말할 필요는 없지만 조금 더 부연해주세요궁금하지 않게 추상화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반려동물과 사는 온기와 풍요일상이 잘 드러난 글이에요인간인 내가 강아지에게 느끼는 혈육의 정을 동의하게 됩니다다만 나뭇잎 초록 각자 모양이 다르듯 개와 인간의 차이가 있다는 부분은 비약입니다글에 군더더기가 있어요하나의 주제의식으로 벼리기 위해 버리면 더 좋아질 것입니다이 글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 ‘나란히 누웠다희망이가 얼큰하게 잠에 취해 코를 곤다내가 잠들면 희망이가 내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웃을지 모른다.’ 이게 엔딩이면리드 문장과 합을 이루겠죠.

 

(오늑)

독서하는 미인제목의 서정성에 비해 글이 논설문 톤이었죠정확히는 사적 경험에 근거해 독서와 (튀는)외모는 안 어울리지 않는다를 반박하는 글을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그런데 이 글은 범위가 넓게 퍼져나가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옵니다독서와 외모에 대한 편견->외국 패션거장과 책문화예술의 영향관계->(평면적 국내 패션관 비판)->파리지엥의 독서문화 예찬->스마트폰 세대 비판->언어의 힘의 중요성->독서와 패션이 주는 위안->자기성숙의 긴장을 안겨주는 독서와 패션의 공존 가능성 희망이렇게 전개됩니다각각 독립된 글감이 되어야할 것이 하나의 글에 다 들어있습니다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글감만.

 

파리지엥 단락언어를 버린 세대 단락은 이 글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다른 문화를 비판할 때 쓰여도 무방한 일반론이므로 여기서 빼야합니다패션패션산업패션거장스타일외모독서언어사유 등등은 다 연관되어 있지만 엄연히 다른 영역이고 개념입니다글쓰기는 더 세분화할수록 정교하고 간명해져요사적 경험에 출발해서 내가 보고 느끼고 읽고 생각한 부분만 추려보세요그간의 독서경험을 글에 한꺼번에 다 녹이지 말고 정확하게 처방해서 필요한 부분만 넣으세요고유하게 지켜온 삶의 이야기도요그러면 책과 악세서리를 달고 다니는 멋쟁이 외모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글이 나올 겁니다글은 삶을 배반하지 않으니까요.

 

(소울리스)

극장이 도시의 꽃그늘이었네요꽃그늘 아래 한숨 같은 잠영화보다가 잠든 얘기가 이렇게까지 미화될 수 있군요참 재미나게 읽었습니다소울리스님 글은 덤덤한 듯 능청스러운 맛이 있어요조용미 시가 영화적인가요그 부분에 논리적 설득력이 부족해요이 글대로라면 영화적인 것 같긴 합니다잠의 공간으로써요. ‘어쩌면 시인의 메시지도 이런 게 아닐까서서 움직이면서 일하는 직업을 구하거나 아예 일 안하고 놀아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이 부분은 극단적인 가정이라서 다소 억지스럽고요잔잔히 꽃그늘로서의 극장내가 경험한 인간다운 삶의 이야기를 풀어갔으면 좋았겠습니다소울리스님은 영화라는 무궁무진한 글감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영화와 일상을 소재로 글을 계속 써보세요.

 

(랄조)

요즘은 그 어디를 가더라도 돌이 든 배낭을 메고 다니는 기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뚜껑은 닫히고 누군가가 거기에 못을 박을 것이다.’ ‘자석의 같은 극을 맞대는 것자연스럽게 두면 서로 밀치지만 누군가가 힘을 가하면 억지로라도 닿는다그렇게 나는 각종 외압 덕분에 다시 각종 종이와 노트가 널브러진 방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표현이 놀라워요글이 유머러스하면서도 무게감 있고 메시지가 명확합니다랄조님의 상황이 몸으로 이해됩니다. '올해는 관에서 나가자.' 는 생활의 목표를 세웠는데 관에서 나가려고 발버둥치기보다 관을 그래도 지낼만한 곳으로 만드는 게 어떨까요조금만 해석이 바뀌어도 지옥이 천국이 되고 그게 글쓰기의 힘입니다같이 궁리해보아요.

 

 

(주희)

집이 어딘지 일부러 안 알랴줌정말 궁금하게 만드네요구성은 잘 짜여있고 여기에 정보를 충실히 넣어주면 그림같은 글이 되겠어요. ‘내가 자라나는 동안 결국 백구는 집을 나갔고,연못은 말랐고돌다리는 부서지고잔디보다는 잡초가 무성해지고묘목은 시들었다그럴 동안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다나는 대학 때문에 서울로 상경했고,이듬해 부모님도 나를 따라 이사했다.’ 이건 무척 끌리는 시놉시스에요.

이후 한 번집에 갔었다주택은 허물려 있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아스팔트로 덮인 길이 있었다정말로 아무것도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집이 있던 도로 위에 서서 한참을 울었다.’같이 울고 싶어요저 아까운 문장 귀한 글감충분히 더 써주세요.

 

 

(노래)

남편에 대한 글 한편 써보세요. 20년 동안 결혼생활에 노래님에게 다중역할 강요하지 않고 이해와 지지를 보내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에 대해서요그리고 출판사 편집자의 낙에 대한 글을 써보세요기획에서부터 저자 섭외교정 교열제작 인쇄홍보까지 거의 1인 출판에 가까운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해내야 했지만나를 살아있게 한 10년의 기억까지요.

지금 글에서는 회사와 육아의 병행이 힘들어 그만두었구나’ 하는 워킹맘의 비애로 읽히지 출판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아쉽다고 하기엔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정보가 없고 경험의 비중이 적어요가슴 뛰는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의 실체를 구체화 하는 과정이 글쓰기가 될 것 같네요노래님이 쓰셨듯이요. ‘뭔가 내 중심이 계속 흔들리고 밀려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헛헛해졌다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게 뭐였지내 삶의 중심은 뭘까의문이 생겼다해결해야 했다.’ 같이 해결해 보아요.

 

(박선미)

아부지 앵두아부지 앵두우우... 앵두우우우...” ‘앵두꽃이 피면 봄인 줄 알았다.’ ‘어른이 된 나는 앵두꽃이 와르르 펴도 무심했고 앵두가 빨갛고 탐스럽게 익어도 더 이상 따먹지 않았다나는 이따금씩 집에 다녀갔고 앵두나무에 꽃이 피는 줄도 앵두가 빨갛게 익어가는 줄도 몰랐다붉고 탐스럽던 앵두는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우루루 바닥에 뒹굴었다.’ 앵두나무를 중심으로 아이에서 어른이 된 성장기가 어렴풋이 읽히내요왜 앵두를 시선에서 놓쳤는지 그 부분 보완해주세요모든 변하는 것들에 대한 무상함그리고 혼자 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쓸쓸함이 밀려오게요. “나무도 주인 없는 걸 아는가보더라.” 어머니 말씀이 더 애잔하게 들리겠죠.

 

(슝슝)

노래를 좋아하는 슝슝님절묘한 선곡에 박수를 우선 보내드립니다그런데 노래가사보다 슝슝님의 생각이 알고 싶어요상담 경험은 흥미로운 글감인데상담 자체보다 이후가 더 중요하거든요불륜 자체 여행 자체가 글감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죠글에서 피상담자의 불우함 자체의 비중이 커요그게 M학생만이 아니라 슝슝님에게 미친 영향과 변화를 써주세요어떤 의미인지요그러면 늘 그렇듯 가장 약한 자가 잘못한 거다.’ ‘홀린 듯이 그림 속의 짙은 빗금 하나 하나 눈으로 따라 긋고 있을 뿐이었다.’ 같은 문장들이 더 빛날 거 같아요.

(가비)

한 치 팔 뻗어 내밀면 늘 그 팔 마중 나오는 팔 있어야만 모름지기라그래 그 팔 한둘 만들려고 버둥질 했으리라허나 이 바람만큼 객쩍고 허망한 것도 없으리.’ 표현이 탁월하네요팔에 관한 글로 계속 써주시지 아까워요. ‘울퉁불퉁한 삶을 견디느라 생겨난 것’ 이런 말이 살려면 서사가 뒷받침 되어야하는데 이건 느낌만 있어서 공허해요. ‘아무리 큰 실의라도 이기게 하며 인격을 굳게 하고 늠름한 대처법을 알려주는 공부에 대한 것도요가비님에게 공부가 사랑의 아픔의 처방이 된 건지요나에게 공부의 의미다음에 꼭 써주세요.

 

(경덕쿵)

오늘에서야 언어와 감각이 상봉했다부르르척추가 진동했다.’ ‘향을 품은 기억은 화석처럼 남는다그런 면에서 향은 과거 추적을 돕는 촉매 역할을 한다.’ 참 좋은데왜 그런지는 일부러 말 안하는 건가요독자의 상상의 영역을 너무 많이 남겨두었어요신형철의 언어가 아닌 경덕쿵의 언어가 탄탄하게 밑받침이 되어야 좋은 글입니다이 글은 필자의 경험이나 생각을 알 수 없고 느낌만 코끝을 간질입니다. ‘지독히 아파본 적 없기에견딜만 한 향만이 허락되었기에아직 향은 내게 사람을 부른다.’ 이걸 모티브로 글이 시작되어야하는데 끝나니 황망하고요척추를 부르르 진동하게 하는 글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