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달랐다. 지난주 평일, 오가며 광화문에 들를 때마다 경찰의 대응이 날로 날카로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전경차가 둘러쳐진 곳도 점차 늘어갔다. 근데 참 이상도 하다. 내가 보기에는 촛불시위대는 마냥 수더분한 아줌마, 아저씨..그리고 평범한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언론이 그들을 '과격시위대'로 분류하고 '짜증난 시민'이란 말을 지어내 대립, 분열시키기 시작했다. 조중동과 청와대가 담합해서 교란시키니 순식간에 거리가 아비규환이 되어버렸다.
6월 28일 집회도 그랬다. 가족단위 참여가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 조직화는커녕 너무 오합지졸 시민들이 모여 걱정스러울 정도로 마음만 앞서는 '민초'들이다. 평화롭게 집회를 하는데 시위대열 맨 뒤에서 뿌연 소화기 분말가스가 자욱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경찰이 도발했고 시위대는 동요했다. 분통터질 노릇이다. 그곳에 있던 시민들은 안다. 우리는 최대한 '평화'롭게 했다. 저들이 먼저 공격했다. '저항'은 당연한 수순이다. 태풍 속의 고요.. 6.28 촛불문화제의 따뜻한 풍경들을 모았다..
공부삼매경의 ‘커플티 모녀’ 촛불집회 시작 전, 하얀 ‘커플티셔츠’를 맞춰 입은 두 모녀가 거리에 털썩 앉아 유인물을 읽습니다. 길거리에서 배우는 민주주의는 학습효과가 높습니다.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주경야시’ 체력은 국력 ‘주근야시 피토해도 보약먹고 낼또온다’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시위하는 어느 여성의 선언입니다. 요즘 같아선 정말이지 ‘체력은 국력’이란 말을 실감합니다.
‘님 좀 짱인 듯!’ 전 국민의 다크서클화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카피라이터화’입니다. 촛불시민의 아이디어는 마르지 않는 샘물입니다. 외부에서 계속 자극을 가해주니 시민의식은 절로 깨어납니다.
‘소비는 인격이다’ 개념가족 신문지 한 장에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습니다. 간식이 눈에 띕니다. 시청 앞 잔디광장에는 오직 삼양라면만 볼 수 있습니다.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개념가족’이 많습니다.
‘아기띠로 업고, 유모차로 밀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지는 유모차부대입니다. 한 엄마는 등에는 업고 손으로는 밀고 왔습니다. 두 아이의 기저귀, 젖병, 여벌 옷 등 바리바리 싸들고 유모차까지 끌고 나서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또 유모차부대는 서울만이 아니라 대전, 분당, 인천 등 먼 곳에서 오는 분들이 70%라고 합니다. 그래도 옵니다. 아이들 ‘안전’에 관한한 엄마는 결코 지치지 않습니다.
나도 유모차부대 유모차에 탄 애완견이 순한 눈빛으로 촛불문화제를 구경합니다.
촛불다방 옆 촛불청과 이날도 어김없이 무료로 커피를 주는 ‘촛불다방’이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어느 배후시민이 ‘감귤80박스’를 보내와 ‘운송’노동자들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 요즘 귤 값이 참 비싼데, 그것도 제주 감귤입니다. 여기저기서 맛있다고 웅성댑니다. 촛불집회는 전국 각지의 넉넉한 ‘시골인심’이 모여듭니다.
‘사랑의 장갑’을 요리하는 그녀들 '82cook 닷컴’ 회원들이 산타클로스처럼 까만 보따리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시민들에게 목장갑을 던져줍니다. 전날 발생한 촛불시민의 손가락 절단 사건이 맘에 걸린 모양입니다.
소걸음으로 천리간다 칠부바지와 보라색 고무신 사이에 드러난 단단한 종아리가 한 평생 삶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꾸밀 줄도 모르고, 물러설 줄도 모르는 우직함. 소걸음으로 천리 가는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촛불부성의 ‘어부바’ 시청에서 광교를 지나 행진합니다. 비를 뚫고 갑니다. 우리의 뜻이 전달될 때까지 걷습니다.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배운 아빠들은 아이를 업고 무동 태우면서도 ‘길’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분홍공주, 디지털촛불 들다 꼬마아이가 들고 있는 촛불은 양초가 아닙니다. 요즘 나온 ‘신상’(신제품) 디지털 촛불입니다. 촛불은 이제 정말로 쉬이 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비모녀의 발동동 멀리서 바라보기만 합니다. 물대포를 왜 저리 쏘아대는지 안타까움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마음 다해 함께합니다. 뜨거운 눈길이 모아지면 차가운 물길도 거둘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알록달록 촛불가족 ‘끝까지 함께’ 알록달록 우비가족입니다. 엄마는 빨간색, 아빠는 노란색, 큰 애는 하얀색. 막내는 엄마의 우비 속에 업혀 잠들었습니다. 밤이 깊어 가고 빗줄기가 억세 지는데, 집에 가도 편히 잠들 수가 없을 것 같아 ‘오도 가도’ 못하고 주변만 서성입니다. 촛불가족은 끝까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