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석 선수- KBL 최고의 수비수를 꿈꾸다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이병석 선수. 그는 ‘저격수’로 통한다. 매서운 눈매와 찰거머리 방어로 상대팀 공격수를 꽁꽁 묶어두기 때문이다. 프로데뷔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는 그는 근래 들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며 지난 시즌 팀 우승의 주역으로 맹활약했다. 끈끈한 수비와 정확한 3점 슛을 자랑하는
모비스의 든든한 대들보, 이병석 선수를 만났다.

대기만성형 플레이어 이병석
어쩌다 길가에 프로농구단 버스를 마주치면 차체를 수놓은 낙서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좋아하는 선수를 향한 애정고백과 개성만점의 응원의 메시지는 슬며시 웃음을 자아낸다. 경기도 용인의 모비스 농구단 숙소 앞. 이병석 선수를 기다리며 ‘빨간 모비스 버스’를 찬찬히 둘러봤다. ‘이병석♡’ ‘이병석 파이팅’ 등 그의 이름이 곳곳에 아로새겨져 있다.
“제 팬들은 10대보다 2-30대가 많아요. 아줌마 팬들도 많고요. 그래서인지 선물도 인형이나 사탕 같은 것보다 홍삼세트 같은 건강보조 식품을 주로 받아요.”
멋쩍게 웃는 표정에서 그 이유가 드러나는 듯싶다. 가만히 보고 오래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진동이 오는 묵직한 매력, 기아의 식스맨에서 연봉 2억대 프로선수로 거듭나기까지의 그의 성실한 행보는 뭉근히 끓어 깊은 맛을 내는 ‘진국 이병석’을 말해준다.

찰거머리 수비와 금쪽같은 3점 슛, 팀의 대들보

지난 시즌 울산 모비스의 우승과 더불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이병석 선수. 그는 농구계에선 늦깎이 성공신화로 통한다. 명지대 출신인 이병석 선수는 2000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0순위로 부산 기아팀에 지명되어 프로농구 선수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선배 김영만의 그늘에 가려 초창기엔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이듬해 바로 국군체육부대 상무에 입대했고, 2004년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하면서 프로농구 인생의 제2라운드를 힘차게 시작했다.

“프로 복귀 이후 입대 전보다도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씨름, 핸드볼, 육상 등 여러 운동을 하다가 농구가 좋아서 진로를 선택하고 달려왔는데, 이왕 시작한 거 한번 최고의 자리에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했습니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슬럼프라 느끼지 않고 더 많이 운동을 하면서 극복했습니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의 기량은 놀랍게 발전했다. 1:1 찰거머리 수비로 팀의 중심을 잡아주었고, 고비 때 마다 3점포를 터뜨려 공격의 물꼬를 터주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가면서 마침내 지난 시즌에는 팀 우승의 감격을 맛본 것이다.

모비스 우승과 첫아이 출산 등 행복한 나날

이병석 선수가 물오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비결은 바로 결혼이다. 그는 “결혼하고 나서 모든 일이 잘 풀린다.”며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생기고, 생활이 안정되어 더욱 운동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9월이면 아빠가 된다. 소중한 첫 아이의 탄생에 맞춰 지난달 ‘베라크루즈’를 구입했다.

“아기를 태우고 다녀야해서 차를 고를 때 더욱 신경을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모양보다 성능에 신경을 쓰는 편인데 베라크루즈는 모양도 날렵하고 소음도 없고, 엔진기능이 좋아 승차감이 아주 좋습니다.”

농구공을 쥘 때면 이글이글 타오르던 눈빛이 어느새 나긋나긋 보드라워진다. 알고 보면 따뜻한 남자 이병석은 “행복한 가정을 일구고 우리나라 프로농구 최고의 수비수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다부진 꿈을 밝히고 총총히 사라졌다. 그의 등 뒤로 쏟아지는 8월의 햇살이 알토란같은 그의 서른 살 인생만큼이나 쨍쨍하다. 글. 김송지영.

*현대자동차그룹 사외보 <모터스라인> 200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