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인간의 결혼식 - 신해욱 여자인간

[차오르는말들]

동거 7년, 결별 2년, 재회 6개월 만에 식을 올리는 후배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버스 두 번, 택시 한번, 도보 10분으로 그 먼 나라의 땅을 밟았다. 토요일 오후 차들이 즐비한 복잡한 도로를 이런저런 교통수단으로 통과하자니 그녀가 지나온 길을 되짚는 듯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막판에는 뚫렸다. 야트막한 언덕 안쪽에 그림 같은 성당이 숨어있다. 신부대기실 문을 열었다. 머리에 분홍색 화관을 쓴 후배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사진 촬영에 여념 없다. “안경 안 썼네?”

 

그녀는 비혼주의자였다.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식의 절차를 밟는다. 제발 식만 올려다오. 부모의 애원이 통할 만큼 그녀는 외로웠다. ‘이러다가 파리에서 송장되겠다’며 유학생활을 접고 귀국했다. 결혼식 준비 과정이 요란했다. 한국 사회 보수적인 혼례 풍토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평소처럼 안경을 쓰고 웨딩드레스를 입겠다고 했다가 엄마랑 크게 싸웠다고 했다. 이십년 동안 벗어 본적 없는 안경. ‘일생의 단 한번’인 그 날은 벗어야한다고 주위에서도 하나같이 만류했단다. 신랑은 안경을 써도 되고 신부는 왜 안 되느냐는 말이 통할 리 없다. 요즘은 신랑도 두텁게 분을 바르고 콘택트렌즈를 착용한다. 그녀는 고집스럽게 인터넷 검색창에 ‘웨딩드레스에 어울리는 안경테’ 라고 검색어를 넣어보았다는 둥 저항하는 듯했으나 실패로 끝난 모양이다. 안경 대신 웃음을 걸치고 말한다. “생각보다 결혼식 재밌어요.”

 

장차의 남편하고는 간단한 계약서를 썼다고 했다. 상호 자유연애 가능. 단 배우자에게 알릴 것. 단서조항을 달았다고. 나는 그게 가능할까? 라는 회의나, 에구 뭐하는 거니! 라는 질책보다 질투가 일었다. 형식상이라도 그런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유연한 관계가 부러웠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와 여성해방운동의 선구자 보부아르는 계약결혼을 했지만 정상결혼의 전형적인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고 전한다. 사르트르는 쉼 없이 바람을 피웠고 보부아르도 맞바람으로 응했으며 그들 사이에 ‘사랑과 전쟁’이 대단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말이지 ‘이 죽일 놈의 통속’이다. 탄탄한 철학적 이론과 사유로 무장한 이들도 불가능했던 성애 관계 실험의 계보를 그녀가 농담처럼 잇는다.


 

“지구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간/ 다른 종/ 다른 류의 인간을 하나씩 세어보기도 한다.// 손가락이 남기도 한다.// 손가락이 모자라기도 한다.” (신해욱 ‘여자인간’ 중)

 

그 다음은 신혼여행. 서울 근교에 당일치기로 나들이나 다녀올 예정이라고 했다. 오랜 타지 생활에 지쳤겠다, 집이 좋은가보다 했다. 아니 또 어쩌면 그녀는 여느 신혼부부처럼 훌쩍 떠나 며칠 묵고 올지도 모르겠다. 안 한다고 고개 젓고 발끈해서 싸우다가 결국 하나하나 다 실행하고 있다. 신부화장 하고 면사포 쓰고 결혼식 올리고 웨딩사진 찍는다. 결과적으로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혼이지만 그래도 내겐 오랜만에 접하는 흥미로운 결혼 뉴스였다. 일생 중대사를 의심 없이 행하는 것과,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자기에게 맞는지 아닌지 대보고 뒤집어 보고 다른 길을 시도하다가 제도에 포획되는 건 엄연히 다르다. 밀고 당기고, 버티다가 포기할지라도 적어도 속수무책 당하지 않겠다는 정신. 그 거리두기와 왕복운동 속에서 삶의 주름은 깊어질 테니 말이다.

 

* 한국방송통신대학보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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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시 리뷰-글은 삶을 배반하지 않는다

[글쓰기퍼주기]

(스콜라스티카)

거리의 음악과 무대의 음악에 관한 비교음악이 감상하는 것에서 평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좋습니다리어카 테이프 추억은 감칠맛 나고요분명한 문제의식과 입장이 있는 글입니다이것이 칼럼이 되려면 적당한 콘텐츠가 제시되어 글의 객관성을 높여주어야 하겠죠무대의 음악의 문제점 지적이 다소 취약해보여요감상보다 평가 위주의 무대이긴 하지만거기 나온 노래가 음원 챠트를 휩쓸고 그런다는 기사도 본 거 같아서요. ‘한 번도 같이 흥얼거려본 적이 없는 노래가’ 라는 표현은 위험하죠너무 이분법으로 단순화 시킨 건 아닌가 싶습니다글이 점점 명료해지고 있어요특유의 조단조단 유유자적 멋스러운 문체가 있으신데 그게 자칫 늘어지게도 합니다글의 균형 잡기에 주력해주세요.

 

(도치)

약한 불에서 가볍게 튀겨낸 고추부각은 초록색을 띠고 황금 옷을 입은 모습으로 변신을 한다색도 살아 있고 맵지도 않고 좋은 기름으로 튀겨낸 고추는 내가 바라던 딸에게 먹이고 싶었던 바로 그 부각이다사각사각소리도 경쾌하다.’ 삶에서 나온 표현이 역시 강력합니다황금옷고추가 여신이라도 된양 뿌듯해지고 입안에서 고추부각이 바삭 부서지네요포도씨유 비축해 놓으시는 부분이랑 빈 농가에 간장병 5개가 뒹구는 부분이 참 좋아요음식을 대하는 정성과 마음나누는 일의 수고로움이 뭉클하게 전해와요눈앞에 자주 보이는 것쉽게 먹어 없어지는 것의 숨은 노력과 공력을 잘 보여준다고 할까요좋은 글입니다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주었으니까요도치의 농촌일기다음 편 기대합니다.

 

(바람도리)

강아지가 자는 모습이 숲 같다.’ 이게 첫 문장이면 좋겠어요죽은 남자가 언급되고 멀리 하나의 불이 꺼지고 여기 하나의 불이 켜졌다.’ 이거 멋있고 긴장이 생기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해소되지 않고요다 말할 필요는 없지만 조금 더 부연해주세요궁금하지 않게 추상화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반려동물과 사는 온기와 풍요일상이 잘 드러난 글이에요인간인 내가 강아지에게 느끼는 혈육의 정을 동의하게 됩니다다만 나뭇잎 초록 각자 모양이 다르듯 개와 인간의 차이가 있다는 부분은 비약입니다글에 군더더기가 있어요하나의 주제의식으로 벼리기 위해 버리면 더 좋아질 것입니다이 글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 ‘나란히 누웠다희망이가 얼큰하게 잠에 취해 코를 곤다내가 잠들면 희망이가 내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웃을지 모른다.’ 이게 엔딩이면리드 문장과 합을 이루겠죠.

 

(오늑)

독서하는 미인제목의 서정성에 비해 글이 논설문 톤이었죠정확히는 사적 경험에 근거해 독서와 (튀는)외모는 안 어울리지 않는다를 반박하는 글을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그런데 이 글은 범위가 넓게 퍼져나가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옵니다독서와 외모에 대한 편견->외국 패션거장과 책문화예술의 영향관계->(평면적 국내 패션관 비판)->파리지엥의 독서문화 예찬->스마트폰 세대 비판->언어의 힘의 중요성->독서와 패션이 주는 위안->자기성숙의 긴장을 안겨주는 독서와 패션의 공존 가능성 희망이렇게 전개됩니다각각 독립된 글감이 되어야할 것이 하나의 글에 다 들어있습니다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글감만.

 

파리지엥 단락언어를 버린 세대 단락은 이 글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다른 문화를 비판할 때 쓰여도 무방한 일반론이므로 여기서 빼야합니다패션패션산업패션거장스타일외모독서언어사유 등등은 다 연관되어 있지만 엄연히 다른 영역이고 개념입니다글쓰기는 더 세분화할수록 정교하고 간명해져요사적 경험에 출발해서 내가 보고 느끼고 읽고 생각한 부분만 추려보세요그간의 독서경험을 글에 한꺼번에 다 녹이지 말고 정확하게 처방해서 필요한 부분만 넣으세요고유하게 지켜온 삶의 이야기도요그러면 책과 악세서리를 달고 다니는 멋쟁이 외모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글이 나올 겁니다글은 삶을 배반하지 않으니까요.

 

(소울리스)

극장이 도시의 꽃그늘이었네요꽃그늘 아래 한숨 같은 잠영화보다가 잠든 얘기가 이렇게까지 미화될 수 있군요참 재미나게 읽었습니다소울리스님 글은 덤덤한 듯 능청스러운 맛이 있어요조용미 시가 영화적인가요그 부분에 논리적 설득력이 부족해요이 글대로라면 영화적인 것 같긴 합니다잠의 공간으로써요. ‘어쩌면 시인의 메시지도 이런 게 아닐까서서 움직이면서 일하는 직업을 구하거나 아예 일 안하고 놀아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이 부분은 극단적인 가정이라서 다소 억지스럽고요잔잔히 꽃그늘로서의 극장내가 경험한 인간다운 삶의 이야기를 풀어갔으면 좋았겠습니다소울리스님은 영화라는 무궁무진한 글감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영화와 일상을 소재로 글을 계속 써보세요.

 

(랄조)

요즘은 그 어디를 가더라도 돌이 든 배낭을 메고 다니는 기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뚜껑은 닫히고 누군가가 거기에 못을 박을 것이다.’ ‘자석의 같은 극을 맞대는 것자연스럽게 두면 서로 밀치지만 누군가가 힘을 가하면 억지로라도 닿는다그렇게 나는 각종 외압 덕분에 다시 각종 종이와 노트가 널브러진 방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표현이 놀라워요글이 유머러스하면서도 무게감 있고 메시지가 명확합니다랄조님의 상황이 몸으로 이해됩니다. '올해는 관에서 나가자.' 는 생활의 목표를 세웠는데 관에서 나가려고 발버둥치기보다 관을 그래도 지낼만한 곳으로 만드는 게 어떨까요조금만 해석이 바뀌어도 지옥이 천국이 되고 그게 글쓰기의 힘입니다같이 궁리해보아요.

 

 

(주희)

집이 어딘지 일부러 안 알랴줌정말 궁금하게 만드네요구성은 잘 짜여있고 여기에 정보를 충실히 넣어주면 그림같은 글이 되겠어요. ‘내가 자라나는 동안 결국 백구는 집을 나갔고,연못은 말랐고돌다리는 부서지고잔디보다는 잡초가 무성해지고묘목은 시들었다그럴 동안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다나는 대학 때문에 서울로 상경했고,이듬해 부모님도 나를 따라 이사했다.’ 이건 무척 끌리는 시놉시스에요.

이후 한 번집에 갔었다주택은 허물려 있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아스팔트로 덮인 길이 있었다정말로 아무것도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집이 있던 도로 위에 서서 한참을 울었다.’같이 울고 싶어요저 아까운 문장 귀한 글감충분히 더 써주세요.

 

 

(노래)

남편에 대한 글 한편 써보세요. 20년 동안 결혼생활에 노래님에게 다중역할 강요하지 않고 이해와 지지를 보내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에 대해서요그리고 출판사 편집자의 낙에 대한 글을 써보세요기획에서부터 저자 섭외교정 교열제작 인쇄홍보까지 거의 1인 출판에 가까운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해내야 했지만나를 살아있게 한 10년의 기억까지요.

지금 글에서는 회사와 육아의 병행이 힘들어 그만두었구나’ 하는 워킹맘의 비애로 읽히지 출판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아쉽다고 하기엔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정보가 없고 경험의 비중이 적어요가슴 뛰는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의 실체를 구체화 하는 과정이 글쓰기가 될 것 같네요노래님이 쓰셨듯이요. ‘뭔가 내 중심이 계속 흔들리고 밀려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헛헛해졌다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게 뭐였지내 삶의 중심은 뭘까의문이 생겼다해결해야 했다.’ 같이 해결해 보아요.

 

(박선미)

아부지 앵두아부지 앵두우우... 앵두우우우...” ‘앵두꽃이 피면 봄인 줄 알았다.’ ‘어른이 된 나는 앵두꽃이 와르르 펴도 무심했고 앵두가 빨갛고 탐스럽게 익어도 더 이상 따먹지 않았다나는 이따금씩 집에 다녀갔고 앵두나무에 꽃이 피는 줄도 앵두가 빨갛게 익어가는 줄도 몰랐다붉고 탐스럽던 앵두는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우루루 바닥에 뒹굴었다.’ 앵두나무를 중심으로 아이에서 어른이 된 성장기가 어렴풋이 읽히내요왜 앵두를 시선에서 놓쳤는지 그 부분 보완해주세요모든 변하는 것들에 대한 무상함그리고 혼자 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쓸쓸함이 밀려오게요. “나무도 주인 없는 걸 아는가보더라.” 어머니 말씀이 더 애잔하게 들리겠죠.

 

(슝슝)

노래를 좋아하는 슝슝님절묘한 선곡에 박수를 우선 보내드립니다그런데 노래가사보다 슝슝님의 생각이 알고 싶어요상담 경험은 흥미로운 글감인데상담 자체보다 이후가 더 중요하거든요불륜 자체 여행 자체가 글감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죠글에서 피상담자의 불우함 자체의 비중이 커요그게 M학생만이 아니라 슝슝님에게 미친 영향과 변화를 써주세요어떤 의미인지요그러면 늘 그렇듯 가장 약한 자가 잘못한 거다.’ ‘홀린 듯이 그림 속의 짙은 빗금 하나 하나 눈으로 따라 긋고 있을 뿐이었다.’ 같은 문장들이 더 빛날 거 같아요.

(가비)

한 치 팔 뻗어 내밀면 늘 그 팔 마중 나오는 팔 있어야만 모름지기라그래 그 팔 한둘 만들려고 버둥질 했으리라허나 이 바람만큼 객쩍고 허망한 것도 없으리.’ 표현이 탁월하네요팔에 관한 글로 계속 써주시지 아까워요. ‘울퉁불퉁한 삶을 견디느라 생겨난 것’ 이런 말이 살려면 서사가 뒷받침 되어야하는데 이건 느낌만 있어서 공허해요. ‘아무리 큰 실의라도 이기게 하며 인격을 굳게 하고 늠름한 대처법을 알려주는 공부에 대한 것도요가비님에게 공부가 사랑의 아픔의 처방이 된 건지요나에게 공부의 의미다음에 꼭 써주세요.

 

(경덕쿵)

오늘에서야 언어와 감각이 상봉했다부르르척추가 진동했다.’ ‘향을 품은 기억은 화석처럼 남는다그런 면에서 향은 과거 추적을 돕는 촉매 역할을 한다.’ 참 좋은데왜 그런지는 일부러 말 안하는 건가요독자의 상상의 영역을 너무 많이 남겨두었어요신형철의 언어가 아닌 경덕쿵의 언어가 탄탄하게 밑받침이 되어야 좋은 글입니다이 글은 필자의 경험이나 생각을 알 수 없고 느낌만 코끝을 간질입니다. ‘지독히 아파본 적 없기에견딜만 한 향만이 허락되었기에아직 향은 내게 사람을 부른다.’ 이걸 모티브로 글이 시작되어야하는데 끝나니 황망하고요척추를 부르르 진동하게 하는 글을 기다립니다.




6차시 리뷰- 에움길로 돌아돌아

[글쓰기퍼주기]

 “나도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수업시간에 공통적으로 호소하셨죠글이 삼천포로 빠지고 주제와 논점을 이탈하고 마무리가 안 된다고원래 그럽니다사는 것도 그렇지 않던가요비냉 먹으려고 했다가 물냉 시키듯이암튼저는 글에 문제의식 담는 비법?을 족집게로 집어드릴 수 없고 능력도 안 됩니다제가 아는 거라곤 책 읽고 공부하고 글 쓰고 밖에 없어요그리고 방법을 알아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공부의 결과물로 (나만의방법이 나오는 거거든요특히 창작분야는 그래요쉽게 빠르게 얻어지는 것은 내 것이 아닌 경우가 많죠암튼 우리는 잘 가고 있는 겁니다우직하게 오늘도 한 걸음 내딛었고 다음 주도 한 걸음 내딛고같이 최소한 열두걸음 가는 겁니다.

    

(상상)

같이 동행했네요그곳에 처음 발 들였을 때의 겁에 질림긴장이 생생합니다필자와 감정의 진도가 벌어지는 지점이 있어요. ‘“교도소 오기 전까지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설명을 듣고 나서야 무슨 말을 해주면 좋을 지 알 것 같았다.’ -> 여기부터네요무슨 말을 해주었을지 알고 싶고 고통스러운 2시간을 짐작할 뿐입니다공간에서 발생하는 긴장보다 그들과 함께 정서적으로 엉켜서 폭풍처럼 지나간 시간의 묘사가 독자가 더 궁금한 부분입니다. ‘괜찮아요당신 잘못 아니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 이 부분도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법제도의 틀에서 범죄자인데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이야기 들려주세요그러면 우리도 상상님처럼 결과는 남고 과정은 삭제된 푸른 그녀들을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겠지요글이 점점 밀도가 생기고 주제의식이 선명해집니다아파하면서 쓴 글아파하면서 읽었습니다.

 

(노래)

질투와 결핍자존심과 소심함열등감과 포장술질투와 희망대비구도로 글을 끌고 가니까 글이 구조적이고 또 그만큼 몰입이 잘 됩니다다만 질투가 평생 온갖 부정의 기제로 작동하다가 갑자기 희망의 다른 이름이 된다는 게 비약적이에요시간 부족으로 인한 급 마무리의 흔적이겠죠질투의 근원 언니, J로 인해 노래님의 어떤 부분이 생기고 어떤 부분이 무너졌을까요누리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지질투가 나의 힘이 된다는 것그건 질투를 좋은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것일 텐데요질투와 질투 아닌 것의 경계는 무엇이죠더 감정을 세분화시켜보세요막판에 희망이라는 말이 커서 두루뭉수리해져요모든 감정과 경험이 성장으로 수렴되어야한다는 자기계발담론식 강박은 독창적 글쓰기 방해 요소입니다.

 

(고구마가)

그 추함을 잘 모사할 재간이 모자란다.’ 이 문장은 글 쓰는 사람이 자제해야할 표현이죠설명할 수 있는 데까지 시도해야합니다놀랍다눈이 간다라는 설명 위주의 앞 단락은 빼고아이들과 엄마는 얼굴이 크고 손가락이 굵고 짧다짧은 것인지 관절이 하나씩 빠져 있는 것인지 정확치 않다.’ 여기서부터 글을 곧장 시작해주세요. ‘난 이렇게 빤히 보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하면서도 샅샅이 본다.’ 그 가족의 이상한 점을 구성원의 외모정서(다정함)적 관계 등의 요소별로 풀어준 것은 좋습니다추함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일상을 낯설게 한다는 것그래서 추함도 미학적 힘이라는 것이 이야기가 어린이 사례까지 나아가 일반론으로 너무 확장되었네요그래서 가족에 대한 글인지추함에 대한 글인지 통일성이 없습니다제 생각은 추함에 관한 글로 가는 게 낫겠어요매력의 매자가 도깨비 매라는 정보 고맙습니다.

 

(랄조)

자기 경험에 충실한 자기 배려의 글쓰기입니다. ‘난 공황장애가 있다약간의 불안장애와 강박증은 덤현대 문명에서 필수적인 항목이라는 지하철난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에둘러가지 않는 서두도 좋아요앞 단락에 병()에 대한 편견과 거부가 드러나는 대목을 더 써보세요자기가 정상인 정상성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잖아요그리고 큰 트라우마가 없었다고 했지만 그래도 뭔가 더 자기 탐구가 있으면 좋겠어요나의 환부를 아는 게 나를 아는 일이니까요. “왜 못 타는지 설명하는 게 제일 힘든 거야." 라는 아버님의 말씀이,글쓰기에도 적용됩니다왜 아픈지 모르는 게 제일 힘들고 그래서 글로 써야하는 게 아닐까요. 6개월 간 긴 싸움글쓰기가 좋은 방편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바람도리)

단편영화 비열한 거리네요당당함거짓말이상한 생명력. “무엇을 팔아도 그들은 당당했다.”는 두려울만 하네요룩소르 사람들이 설득력 있게 그려집니다. “그들의 가난은 지나치게 힘이 세다.” 이런 표현도 생생하고요나의 가난하지 않음-그러나 허기짐으로 이어지는 구성 좋습니다.

앞의 이야기에 비해 공허한 거리’ 편은 영화가 되기엔 좀 부족해요배고픔의 정체는 생생하게 와 닿는데 허기의 정체는 일반적이라고 할까요삶의 공허함 말고 바람도리의 공허함이 더 잡히길 바라는데 약간 아쉬워요삶은 매양 목적 없고 방향 없고 흘러가는 것이기도 한데 뭘 갈망했을까요.

 

(소울리스)

서두로 신화이야기를 압축하면 글이 지루해지기 십상이에요아는 사람한테는 알아서 지루하고 모르는 사람한테는 복잡해서 지루합니다글이 시작하고 다섯줄이 지나도 주제가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리드쓰기에서 배운 원칙 아닌 원칙을 봐도 그렇습니다그래도 나의 메시지를 다양한 참조를 통해 풀어가려는 시도는 좋습니다. ‘욕망에 휘둘려 선택하고 후회하는 에피메테우스와 욕망을 억제하고 후회하는 소울리스’ 두 대비로 이야기가 전개 되었으면 어땠을지 그런 생각도 드네요마지막 단락은 참 식상한 내용인데 참신하고 진실하게 전개되어요개론서와 정답지어중간한 나 라는 비유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그런 것 같습니다마음껏 위악 부리지 마시고 악을 부리세요도둑질또 다시 어정쩡해지지 않게.

 

 

(도치)

도시여자의 귀농 이야기드디어 시작되는 군요일 많고 불편하고 힘들어 절대 고향으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일반적인 여자에서남자처럼 자연이 주는 노동과 선물에 푹 빠지게 된 경우가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잘 전개됩니다밤줍기의 기쁨은 (저도 누려보았는데인간의 무한축적-부의 욕망과 닿아있지 않나 싶어요왜 그렇게 벌레가 먹도록 과욕을 부리는지 추적해볼 일입니다자연의 위대함은 무한축적이 불가능한 게 아닌가 싶고요밤줍기에서 밤까기 방앗간까지 나아간 건 논점 이탈 같고요자연이 공짜로 주는 선물을 마구 독점하려는 행동에 대한 성찰이 더 연결된다면그것이 자연이 주는 풍요의 또 다른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그림을 다 그리고 색만 조금씩 바꾸게 되어서’ 이런 표현은 정말 살아있네요.  

 

 

(박선미)

1. 나의 열무사랑 여름철이 되면 아무리 바빠도 냉장고에 열무김치만은 떨어지지 않는다.

(어린시절 고무 다리이 추억삭제 혹은 아래 동생과의 추억에 병합)

2. 친정엄마/나의 열무사랑 엄마 열심히 담그고 나는 열심히 먹고 책가방에 김치냄새가 가실 날이 없었다.” (반찬투정 하지 않았다-삭제)

3. 열무김치의 추억 엄마 기다리며 동생과 먹던 열무비밤밥 /열무김치 담그던 9살 아이.

4. 엄마 김치 맛도 늙다 – 내가 담가드릴 차례

이렇게만 글이 전개되어도 한 가지 음식을 매개로 두 사람의 생애이자 삶의 풍경이 그려지네요주제의식 부분은음식은 단지 음식이 아니다가 되겠지요먼지 하나에도 우주가 담긴 것처럼요이제 글을 써놓고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덜어내는 데 공을 들여 보세요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경험과 감성을 최적화해서 구현하는 일이 남았네요.

 

(오늑)

포장마차에서도 감정노동이 이뤄지는 풍경이 현대인의 각박한 일상을 보여주는 듯합니다위로를 교환이 아니라 일방향 떠안김을 폭력으로 아주머니의 거리두기와 팔짱끼기를 침묵의 몸부림으로 표현한 게 시어의 긴장이 발생하기엔 말의 느낌이 크고 장황해요미리 준비해두는 꼼꼼함과 아닌 척 하지 못하는 솔직함이라고 했지만그 솔직함이 정작 자기 욕망에는 솔직하지 못한 거니까시적인 표현은 아닌 거 같고요이 시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은 장어 세 마리가 아닐까 싶어요모든 걸 다 보고 있는 장어 세 마리의 시점으로 써본다면 어떨까요. ‘하루 종일 생선 비린내 참아가며 다듬었을 장어 세 마리/또 누구의 한숨에 식혀질까

 

(슝슝)

환골탈태지난번보다 더 소설에 가까워졌어요그래도 주제의식이 잡힐 듯 잡히지는 않아요삶이나 인간에 대한 통찰이 깃들었다 하기엔 아쉽고요소소한 이야깃거리와 글맛이 있습니다. ‘공짜 상담을 하면 백이면 백연락두절이다이 얄궂은 직업은 처음부터 가족 보다 더 가까운 사람으로 만나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관계를 거쳐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면 웃으면서 끝난다.’ 산경험이 이래서 중요하죠나는 글을 통해 이 세상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가족보다 더 많은 삶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분명 할 이야기가 있을 테죠전반적으로 그간 쓴 글이 붕 뜬 듯한 느낌이거든요잘 쓰겠다는 욕심보다 내가 느낀 삶의 가치삶의 이해를 일부라도 공유하려는 마음으로 소박하게 출발해보세요.

 

(까탈림)

형식실험의 글인가요일부러 노이즈를 넣은 음악처럼 집중해서 듣게-읽게 되네요. ‘힘들 땐 이야기가 넘쳐나지만 힘들어서 글을 쓸 수 없고힘들지 않을 때는 할 말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한다이병은 치료약이 없고 평생 앓아야하는 만성질환이다.’ 이런 설명보다는 지금은 힘들 때인가 힘들지 않을 때인가 생각하고나는 지금 어떤 글을 쓰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게 낫죠.

글 쓰고싶다 병에 필연적인 주변인 이야기삶의 도용은밀한 작업이걸로 글과 삶의 관계를 풀어갔으면 좋았을 것을 갑자기 나를 불편하고 귀찮게 하지 않을 애인’ 얘기로 뻗어나가서 글이 산만해요마지막 부분에 쓴 채식주의자레지비언의 상실감을 흔하고 사소한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음보편 감성으로 해석당하고 싶지 않음은 참 좋은 글감이니 한 편 분양해서 글을 써야 해요미인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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