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학원에 빠지는 아이에게

[은유칼럼]

십대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읽기, 더 싫어하는 건 쓰기, 더더 싫어하는 건 읽고 쓰기라는 담당교사의 얘기를 듣고, 왜 아니겠나 싶었다. 아이란 어른과의 관계에서 규정되는 존재지. 자기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어른이 드문 환경에서 아이가 자기 생각을 만들긴 어렵겠지. 한글만 떼면 매일매일 부과되는 학습량을 잠자코 해내다가 스스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활동이 주어지면 얼마나 어색할까 짐작해본다. 우물에서 숭늉 만들기는 누구나 힘든 법이니까.

그래서 사실 좀 미안했어. 종이 한장 주고 30분 동안 글 쓰는 과제가 주어진다면 나는 자신 없거든. 그런데 너희는 써냈어! 어떤 녀석은 문자메시지 치듯 일분 만에 서너줄을 쓰고, 다른 아이들도 대여섯줄 쓰고 노닥거리는데, 그 어수선한 와중에도 너는 미동도 않고 지면을 메우더구나. 내용은 이랬어.

‘중3 이후 학원을 ‘땡땡이’치는 습관이 들었고 학원을 스무번도 끊었다 다녔다를 반복했다. 부모님은 혼내면서도 계속 새로운 학원을 알아봤다. 고등학생이 돼서도 학원 빠지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고1 기말고사를 치르고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었고 대학 진학의 목표를 세웠지만 공부 습관이 안 들어서 학원에 앉아 있는 건 힘들었다. 왜인지 학원 빠지고 노는 건 꿀맛이라, 자꾸만 빠지게 됐다. 그 사실을 안 엄마에게 장문의 문자가 오면 면목 없고 나도 월 백만원이 넘는 돈이랑 쓰다 만 교재가 너무 아깝다.’

글이 하도 생생해서 나는 학원비 결제하는 엄마 입장이 되어 속이 타들어갔다가, 학원 건물 앞을 배회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떡볶이집을 향하는 아이가 되어 초조했다가 갈팡질팡 울고 싶었다. 맞아. 고백할게. 아마 길에서 학원 빠지고 피시방 다니고 담배 뻑뻑 피우는 교복 입은 학생을 봤으면 한숨부터 나왔을 거야. 근데 네 글을 읽고서 알았네. 당사자도 죄책감과 갑갑함에 옥죄는구나, 땡땡이는 의지가 아닌 습관이 하는 일이구나, 공부가 하고 싶구나,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생각은 있지만 방도를 몰라서 그렇구나.

참 부조리한 상황이다. 한 아이가 정규교육 과정을 착실히 밟아왔어. 부모는 아침마다 아이를 깨워 밥 먹여 등교시키고 등골 휘도록 돈 벌어 등록금 대고 학원비까지 냈지. 근데 그 아이는 필요한 학습 지원을 받지 못한다니 말이야. 아이들 삶을 돌보는 정책이 아닌 오직 수능 대책이 ‘교육 정책’이 되어버린 세태를 아프게 실감한다. 내 아이만 피해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또 뭘 어찌할지 모른다는 핑계로 나도 외면한 현실인데 네 고민을 듣고 보니 부끄럽더라.

누가 네 처지에 맞는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혹여라도 “생각 없는 놈” “글러먹은 놈” “담배 피우는 놈”이란 어른들 말이 너를 설명하는 말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길 바라. 공부에 흥미를 잃고, 학원에 빠지고, 담배에서 위로를 찾는 건 같은 원인의 다른 현상이다. 네겐 이런 면모도 있어. “자기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 남에게 어떤 (부정적) 영향을 주는지 적어도 파악하는 사람”이야. 자기 위치와 한계를 아는 것, 그것이 성숙의 지표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어.

네가 대학 진학의 목표를 이루든 아니든,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그날 보여준 모습처럼, 자기를 설명할 언어가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아픔과 갈등을 표현하면 거기서부터 나은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야. 그날 너희들과의 만남을 흡연 예방 교육이 아닌 서로의 삶의 건강을 돌보는 자리로 기억할게.


* 한겨레 삶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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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서 사라진 십대라는 존재

[은유칼럼]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이제 막 성인이 되어 마주할 사회의 모습이 달라질 테니 투표권 없는 우리들은 불안하기만 했다. 그저 어른들이 멀쩡한 사람을 뽑아주기만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때 어리숙한 권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네 또 어른들 흉내 내니? 너희들이 뉴스 볼 시간은 있니? 맨날 페이스북이나 하면서 확실한 정보도 아닌데 함부로 말하고. 쓸데없는 얘기 할 시간에 영어 단어 한 개라도 외워라.’ 과학 선생님이었다.” 

나는 나의 무지가 들통나서 여러 번 당혹스러웠다.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에서 강의를 할 때다. 십대의 화장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물었다. “학교에서 화장을 허용하나요?” 몇몇 아이들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쑥스러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나중에 진행자가 말해주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고. 난 ‘탈학교 청소년’이란 개념은 알아도 내 앞에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다. 

일하는 청소년도 생소하긴 마찬가지. 십대 학인들이 노동 경험을 써온 글을 보고 바보처럼 물었다. 아르바이트하면 힘든데 왜 살이 찌냐고. 서너 명이 돌아가며 답했다. ‘손님 몰리면 밥 제때 못 먹어요.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하니까 빨리 먹어요. 빨리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를 주로 먹어요.’ 그들은 주로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뷔페, 카페, 호텔 등에서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일한다고 했다. 일상의 영역에 섞여 살면서도 청소년 노동자라는 존재를 나는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럴까. 

이수정 외 지음교육공동체 벗 펴냄

“흔히 청소년은 ‘지금, 여기’의 존재가 아닌 ‘미래’의 존재로 취급된다. 청소년은 아직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이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 노동자이며, 장차 국가를 이끌어갈 시민이라는 식이다. (…) 이미 노동 현장에 진입해 일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다수 있다는 사실 역시 시야에서 사라진다(204쪽).” 

청소년 노동 르포집 <십대 밑바닥 노동>에 따르면 이 같은 ‘비가시화’는 청소년 노동 문제를 덮거나 주변화하는 전략이다. 그러니까 이 나라 어른들은 청소년을 미숙한 존재, 뭘 모르는 애들, 잠자코 공부나 해야 하는 학생으로 규정하면서 노동시장에서 저임금·장시간 노동으로 신나게 부려먹고 있는 형국이다. 전태일이 십대에 그랬듯이 참다못한 그들도 작당한다. 

성숙하고 각성된 ‘투표권 없는’ 정치 주체 

“우리가 상상했던 게 있어요. 일하는 청소년들이 모여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우리끼리 시청광장을 점거하고 시위하고, 한날한시에 파업하고 그럼 멋지겠다. (…) 청소년 노동자인 우리가 이 사회 안에 같이 살고 있고, 또 우리가 일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이 이만큼 굴러가고 있다. 우리가 멈추면 너희도 멈춘다. 우리도 노동자다! 하고 외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죠(143쪽).”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질수록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모두 교복을 입지 않으며, 수능이라는 목표를 향해 일렬로 우르르 달려가지도 않는다. 공부하는 십대가 있다면 노동하는 십대가 있고, 파업을 모의하는 십대가 있고, 투표권을 열망하는 십대가 있다. 1년 전 촛불을 가장 먼저 들었던 이들도 십대고, 세월호 노란 리본을 가장 늦게까지 달고 있는 이들도 십대다. 어른들이 ‘멀쩡한 사람’을 뽑아주길 두 손 놓고 지켜보기엔 청소년은 너무도 멀쩡한, 성숙한, 각성된 정치적 주체임을 느낀다. 늦게나마 청소년 투표권과 노동권과 인권의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멀쩡한 어른이고 싶다. 


* 시사인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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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특강 -11/10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촛불 1년, 광장의 민주주의를 청소년의 삶으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연속 특강

 

청소년 참정권 보장의 이슈부터 ‘학생인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까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준비한 연속특강에

어린이‧청소년 인권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을 초대합니다.

 

<2018년 지방선거는 청소년과 함께! 청소년 참정권이 바꿀 세상>
  11월 4일(토) 14:00 서울시NPO지원센터 1층 강당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청소년 범죄’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누가 청소년을 괴물로 만드나> 
  11월 10일(금) 19:00 서울시NPO지원센터 1층 강당 
  은유 작가,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저자

 

<헌법이 말하는 학생인권, 학교에서 시작하는 민주주의!> 
  11월 13일(월) 19:00 서울시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헌법의 귀환」 저자


<혐오, 차별, 그리고 학교 - 아픔에서 길 찾기> 
  11월16일(목) 19:00 서울시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저자

 

★ 참가신청 : https://goo.gl/Utv9Y1
자발적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별도의 참가비는 없지만 후원금 전액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에 쓰입니다.

 

★ 주최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 문의 : youthact2017@gmail.com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선거·정당관련법 개정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 △학생인권법 제정(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위한 입법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여나가기 위해 청소년/교육/인권/시민사회 단체들이 결의를 모아 결성한 연대체입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다음 세 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활동합니다.

 

하나. “청소년을 시민으로!”: 청소년 참정권 보장 

 : 2018년 6월 13일에는 교육감, 시장・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열립니다. 이 선거를 청소년이 참여하는 첫 번째 선거로 만들기 위해 선거관련법 개정에 힘씁니다.

 

둘. “어린이․청소년인권법은 나라의 기본이다” : 어린이청소년인권법 제정

 : ‘아동(청소년)인권법’제정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합니다. 시민의 열망과 힘으로 어린이․청소년인권법이 올바로 제정될 수 있도록 합니다. 

 

셋. “학교는 민주공화국이(이어야 한)다” : 학생인권법 제정

 : 학생을 존엄한 인간과 시민으로 대접하고 민주주의가 실현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을 개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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