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투쟁 굴뚝 농성장으로

[사람사는세상]

평택. 2009년 옥쇄 파업에도 가보지 못한 그곳. 지난 6년 마음에 빚진 자리로 남아있는 평택 쌍용차 공장을 갔다.

동료의 복직이냐 상여금이냐,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내일을 위한 시간>의 동료들처럼, 나도 하루 반나절을 갈등했다.

주말에 할 일이 산적해 있고, 굴뚝농성장에도 가고 싶고. 그러다가 갔다. 주말에 국민대회 못 간 것도 마음에 걸려서.

또 연구실 (여성) 동료들과 기차 타고 어디론가 가는 놀이도 설레고 해서. 모닝커피 두 잔 보온병에 담아서 출발.

서울역에서 평택까지 한 시간. 평택역에서 쌍용자동차까지20분 남짓. 그곳은 생각보다 가깝고, 굴뚝은 생각보다 멀다.

 

 

 

70미터 높이 오른쪽 굴뚝 맨 위에 이창근, 김정욱 동지가 살고 있다. 44일째.

 

 

 

 

굴뚝인들과 페이스 타임으로 전화연결해서 영상통화 했다. ㅎㅎ

아이패드로 지지와 격려, 위로와 용기를 주고받다니 신기한 노릇이다.

 

 

가비도 같이 갔다. 연구실 동료들과 기념 촬영.

 

 

 

날짜를 아직 뜯기 전. 왜냐하면 우리가 아침 일찍 갔으므로. 어제는 고공농성 44일차다.

 

 

수유너머N에서 식사를 준비했다. 50인분도 넘는 많은 양을 맛있게.

 굴뚝에도 도시락을 올리고, 농성장 아래서 투쟁하는 동지들과 같이 먹었다.

 

 

중국인 관광객을 방불케하는 기념촬영ㅎㅎ

...

지난 6년. 쌍용차노동자 해고로 26명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고, 두 명은 저 위에 올라있다.

더이상 죽지 않기 위해서다. 그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을 외롭게 하는 건 죄이므로.

 

 

서점에서 길 잃은 양 되기

[차오르는말들]

 

좋은 책을 소개시켜 달라는 부탁을 가끔 받는다. 평소 대화가 많고 취향을 아는 사이라면 선뜻 권해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난처하다. 책은 기호품이거나 의약품이다. 배경 지식, 관심 분야, 자기 욕망, 독서 습관 등에 따라 또 현재 당면 과제와 자기 아픔에 따라 읽히는 책도 필요한 책도 다르다. 나의 좋음이 남의 좋음과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 그래서 나는 서점에 산책을 나가보라고 넌지시 권한다. 서가와 서가를 어슬렁거리면서 내 몸이 어떤 책에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는 거다. 책들에게 책을 소개받는 셈이다.

이는 경험에 따른 조언이다. 나는 시를 좋아하는데 80-90년대는 주변에 시가 흔해 즐기기 쉬웠다. 당시 국민 시였던 서정윤의 홀로서기를 문학소녀들은 거뜬히 달달 외웠다. 인터넷 문화가 흥하면서 시의 열풍이 가라앉았는데, 마치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찜 닭집 간판이 교체되듯이, 시가 생활권에서 사라졌다. 더 이상 사람들은 시를 읽지 않았다. 나는 남몰래 시를 꼭 쥐고 있었다. 시를 읽을 때 영혼이 한들한들 피어나던 좋은 기억 때문이다. 서점에 갈 때마다 시집 서가에 갔다. 빽빽하게 꽂혀있는 시집들. 그 좁다란 책의 등에는 가장 곱고 정갈한 언어가 새겨져 있었다. 눈물이라는 뼈, 악의 꽃, 게 눈 속의 연꽃같은 시집의 제목들. 유혹하는 말들.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손이 가는 시집을 들춰봤다. 내키면 샀다. 막상 집에 와서 찬찬히 살펴보면 솜사탕처럼 볼품없이 쪼그라드는 시집도 있었고 별 기대 없었는데 통째로 필사하고 싶은 시집을 만나기도 했다.

낭독을 하겠습니다. 나는 이 책의 저자를 알지 못하지만, 킁킁 짐승의 냄새를 맡듯이 책의 숨소리, 문체의 숨결을 느낄 때,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다고 생각해요.”(김행숙 이책부분)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책들의 목록이 쌓이면 주변 사람들이 책을 자발적으로 소개한다. 가방에 항상 시집이 있는 걸 보고 이 시집도 읽어보라 권하거나 생일선물로 시집을 선물한다. 요즘처럼 인터넷 서점이 있어 책을 검색하면 관련 서적이 자동으로 뜨는 시스템은 아니었지만 아날로그식 귀엣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를 중심으로 시가 모이면서 좋음과 덜 좋음, 그저 그러함이라는 느슨한 분류기준이 생겼다. 나만의 꿋꿋한 취향이 만들어진 것이다.

무려 1년 간 장기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들이 있고 특정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전체주의적 사회 분위기에서 자기선택을 만들어가기도 지켜가기도 쉽지 않다. 먹고사는 건 바쁘고 문화생할은 해야겠으니 가까운 데 손이 간다. 영화는 흥행영화로 책은 베스트셀러로.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보는 책과 영화는,그 발생 자체가 자기모순적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는 경제의 법칙이다. 문화의 핵심은 보이지 않는 것의 발견, 감정의 세분화, 다름의 향유다. 모든 감정의 평준화를 양산하는 집단관람 혹은 독서 현상은 결코 좋은 문화가 아니다. 반문화에 가깝다.

올해는 양띠해. 서점에서 길을 잃은 양이 되어보면 어떨까. 양이 풀을 뜯듯이 한가롭게 책을 뜯어먹고 고르고 후회하고 그 책을 징검다리로 또 더 좋은 책을 만나고. 그 과정은 시간낭비가 아니라 자기취향이 무르익는 시간이고 자기서사 만들어지는 고귀한 체험이 될 것이다. 고유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때 사회적 서정이 높아지고, 타자를 이해하는 감수성이 길러지고, 그러면 온갖 끔찍하고 야만적인 갑질 사건이 잦아드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은 요즘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보에 실림 

 

 

10기 수업을 앞두고 인터뷰한 것

[글쓰기퍼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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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쓰기의 최전선 10기 반장을 맡은 까탈림입니다. 글로 먹고 살지는 않더라도 보고, 듣고 읽고난 뒤에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만나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글쓰기의 최전선> 10기 강사 은유 쌤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까탈림 >> 은유쌤 안녕하세요. 인터뷰로 인사를 드리니 느낌이 새롭네요(웃음). 미래의 학인들을 위해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면

어떤 수식어를 붙여서 소개하고 싶으세요?

 

은유 >> 안녕하세요 저는 ‘글 쓰는 은유’입니다.

 


까탈림 >>왜 ‘글 쓰는’ 은유라고 소개하고 싶으신 건가요?

 

은유 >> 글 쓸 때 제일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일상에서는 집필 가능한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니까
스스로 주문을 거는 마음도 있어요. 나를 내 자리로 돌려놓는 자기 최면 같은.

까탈림 >> 저는 왜 이번 글쓰기 수업의 주제가 <기억의 말, 삶의 발화>인지 궁금했어요. 수업 주제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세요.

 

은유 >> 살면서 누구나 어떤 일을 겪고 기억을 하잖아요. 어떤 기억은 은폐하고, 어떤 기억은 미화하고.
시대의 규범이나 도덕, 관습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서 자기검열이나 사회적 검열을 하죠.
그러다보니 놓치는 기억, 방치된 기억, 왜곡된 기억이 많아요.
내 삶의 일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언어로 풀어 놓을 것인가. 기억작업 과정에서 자기서사가 만들어지거든요.
삶이 말하게 한다는 의미의 ‘발화發話’이자 삶이 피어난다는 의미의 ‘발화發花’라는 뜻입니다.

 


까탈림 >> 10기 주제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건가요?

 

은유 >> 글쓰기는 기억작업이죠. 시나 소설 같은 순문학도 그렇고 (조용미 시인의 제목은 ‘기억의 행성’이다)
현장의 일을 기록하는 르포르타주 문학도 그렇죠.
그간 수업에서 읽는 책, 학인들이 쓴 글을 떠올려보니 결국 이것이더라고요. ‘기억의 말, 삶의 발화’

 


까탈림 >> 그러면 글쓰기 수업에서 읽는 책과 삶의 발화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책을 흝어보니까 1~4차, 5~8차, 9~12차 세 부분으로 나뉜 것 같은데요.

 

은유 >> 1-4차시는 자기고백적 에세이. 5-8차시는 시, 9-12차시는 소설이에요.
글쓰기는 무엇을(내용) 보다 어떻게(형식)이 관건이므로 장르별로 음미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까탈림 >> 5~8차시 수업은 전부 시집이네요? 시집을 선택한 이유와 시집에서 읽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은유 >>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고, 시는 패배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어요. 이장욱 시인이 한 말인데,
그래서인지 시가 내 몸에 매우 잘 맞습니다(웃음). 시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고 정서는 비효율적이거든요. 쓸데 없는 걸 붙들고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삶에서 놓치는 장면, 감각을 잘 보여주죠. 글 쓸 때 도움이 많이 돼요.
박연준, 박준, 조용미는 학인들과 꼭 읽어보고 싶었어요.

까탈림 >> 총 11권의 책 중에서 가장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책은 어떤 책인지 궁금해요. 쌤 책을 꼽으셔도 좋아요(웃음).

 

은유 >> 하하. 내 책은 민망한데.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지 알면 학인들이 수업에서 챙겨갈게 많을 것 같아서 넣었습니다. 작년에 읽은 책 중에 『밀양을 살다』 『소년이 온다』가 아프고 좋았어요. 교재는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난 책들입니다.

 

까탈림 >>
10기까지 글쓰기 수업을 이끌어 오셨으면 느낀 점이 많으실 것 같아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나, 수업 자체의 한계, 고질적인 문제 등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은유 >>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건 글쓰기 팁, 책 토론, 글 합평 세 가지를 동시에 하려니 다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 것.

그런데 다 필요해서 뺼 수도 없어요. 이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확실히 남기자는 실용 마인드가 부족하 것 같아요. 자구노력 중입니다.^^


 

까탈림 >>
수업 자체의 한계나 반복되는 문제는 어떤게 있나요?

 

은유 >> 글쓰기는 기예의 영역이죠. 12회 차에 글쓰기를 정복할 수 없으니 불가능성을 안고 출발합니다. 또 논술시험이나 기자교실 과정이 아니라 배움의 성과가 뚜렷하지 않으니까 취준생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태어나면 한 평생 성과 올리고 배움을 점수화 하면서 자기를 측량(당)하는데, 이것과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낯설 수 있겠고요. 또 문제라고 하긴 그렇지만, 매주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간단치가 않죠.

까탈림 >> 그러면 마지막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학인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은유 >> 우선은 일단 쓰기. 학인들이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수업에 와 놓고 막상 글을 '쓰는' 건 회피하려고 해요.

이 자기모순을 직시하고 '조속히' 빠져나와야합니다. ㅎㅎ 쓰기 전엔 잘 쓸 수도 없지만 자기가 얼마나 못 쓰는 줄도 몰라요.

 

둘째는 과제하는 날 정하기. 매주 하루는 과제하는 날을 정해서 조금씩이라도 분량을 읽고, 뭐라도 써보는 습관을 들이세요.

글은 재능으로 쓰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이 되면 책상이 앉아 있는 사람이 쓰는 거니까요.


세째는 낯선 책 견디기. 내게 익숙하지 않은 말을 받아들이기는 원래 고통스러워요.

타자와 교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길 수 밖에 없는건데, 사유가 단련되는 진통의 시간이기도 하죠.

아는 걸 확인하는 독서는 혼자해도 족합니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다라는 걸 아는게 진짜 공부죠.

부디, 같이 읽고, 쓰고, 말하는 복락을 끝까지 누리길(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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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글쓰기는 요리다.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 공을 들이게 되고 실력이 쑥쑥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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