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의 힘으로,

[사람사는세상]


740번 버스 창가 자리에서 무심코 내다본 바깥. 노점상 할머니가 카트에 신문지 몇장 깔고 앉아있다. 내가 자주 지나는 보행길이다. 할머니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물건도 몇번 샀다. 앞에 있을 때 못 본 그것 뒤에서야 본다. 글을 엉덩이의 힘으로 써야하는 건, 삶이 엉덩이 근육으로 사는 일이기 때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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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에게서 온 편지

[글쓰기의 최전선]

어제를 동여맨 귀한 편지를 받았다. 학인과 父母가 쓴 짤막한 메시지가 선물과 함께 들어있었다. 부모님에게 편지를 받은 건 처음이다. 넘나게 황송했다. 울 학인은 21세. 지금 수업에서 최연소다. 참여도는 최우수. 지난 시수업에서는 유일하게 기형도의 '10월'을 (조사 하나 안 틀리고) 암송해왔다. 나이 많고 삶에 지친(!) 30-50대 틈에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재밌단다. 하긴 나이로 권력질 하는 사람만 없으면 나이는 그냥 숫자다. 

지난주 뒷풀이에서는 엄기호 글 '사랑과 난입'을 안건으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그 글에 문제다, 아니다, 어떤 반론이 있었다, 쟁점을 비켜갔다, 엄은 이성애남자중에 젠더감각 제일 좋다... 품성론까지 말이 번지고 목소리가 커지자 '젠더트러블'을 우려한 내가 수다-토론을 강제종료 시켰다. 잠시 후 최연소 학인이 입을 열었다. 

"여기에 제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왕과 같은 위엄을 갖춘 그말에 좌중은 조용해졌다. 그는 엄기호 글을 못 읽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이렇게 격해지면 어쩔줄을 모르겠다며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걸 보는 기분이에요."라고 했다. 아. 반성반성. 다음 날 그는 또 내게 아무리 그래도 토론을 강제종료 시킨 건 잘못 같다고 충고했다. 마지막 발언 기회를 주어야한다는 것이다. 난 사과했고 조심하고 있다. 우린 이해와 경청으로, 연령주의를 깨는 연습 중이다.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다는 건 수동적인 행위를 넘어 용기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될 것이다."(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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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편지

[차오르는말들]


p.s. 안 우시고 걱정 안 하신다니 마음이 훨씬 놓입니다. 

실은 편지를 더 감성적으로 쓰고 싶었으나 보다가 울까봐 굉장히 이성적으로 쓴 것입니다. 하하. 


신병훈련소에 있는 아이에게 온 편지 추신. 

이것이 더 눈물바람 유발한다는 것을 아이는 아직 모르나보다. 

누군가 자기 마음을 헤아려줄 때 울컥하다. 



훈련이 없는 일요일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는단다. 

그동안 책 읽는 거 별로 못 봤는데 어떻게 저런 양서를 골랐을까. 

집에 20년 책 전시해 놓은 게 무의식 효과가 있나보다. 

책이 다가오는 시기는 저마다 다르다. 



팔굽혀펴기를 74번 해서 체력 1급을 받았다고 한다. 

난 아이방 침대에 놓인 고양이, 오리, 토토로 인형 쓰다듬으면서 이 섬세한 영혼이 군대에서 어찌 살까 눈물 지었다. 

사람은 보고 싶은 면만 고정시켜서 본다. 

엄마가 자식을 가장 잘 모른다. 


- 입영 승용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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