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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영화감독 - 차갑게 관찰하고 뜨겁게 기록하라 만약 길거리에서 누군가 그를 보고 “감독님~"하고 부른다면 사람들은 영화감독보다는 야구감독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다큐멘터리 으로 유명한 김동원 감독. 그는 만화에 자주 나오는 캐릭터를 닮았다. 호랑이처럼 무섭지만 가난한 2군 선수의 집에 남몰래 쌀 한가마니 갖다 놓을 것 같은 ‘휴머니티’한 인상이다. 서류가방보다 괴나리봇짐이 어울리는 그가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 영 어색하다고 하다는 김동원 감독. 하지만 교수실은 물리적 공간일 뿐. 그가 거주하는 장소는 그대로였다. 인터뷰 당일 연락두절로 애를 태운 그는 “새벽에 광화문에서 물대포 좀 맞다가 핸드폰을 분실했다”고 터놓는다. 물대포 세례에 핸드폰 분실한 ‘우리들의 교수님’ 물론 카메..
체력은 국력, 보약 먹고 낼 또 온다 하루가 달랐다. 지난주 평일, 오가며 광화문에 들를 때마다 경찰의 대응이 날로 날카로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전경차가 둘러쳐진 곳도 점차 늘어갔다. 근데 참 이상도 하다. 내가 보기에는 촛불시위대는 마냥 수더분한 아줌마, 아저씨..그리고 평범한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언론이 그들을 '과격시위대'로 분류하고 '짜증난 시민'이란 말을 지어내 대립, 분열시키기 시작했다. 조중동과 청와대가 담합해서 교란시키니 순식간에 거리가 아비규환이 되어버렸다. 6월 28일 집회도 그랬다. 가족단위 참여가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 조직화는커녕 너무 오합지졸 시민들이 모여 걱정스러울 정도로 마음만 앞서는 '민초'들이다. 평화롭게 집회를 하는데 시위대열 맨 뒤에서 뿌연 소화기 분말가스가 자욱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경찰이..
인순이 가수 - “무대에서 나도 상상하지 못한 내 모습을 본다.” "그렇게 해야 안심이 돼요. 또 제가 그 당시 히트곡, 즉 매일 부르는 노래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한 달반 전에 미리 섭외 약속이 끝난 무대에만 섭니다. 한 달반 동안 곡을 선별하고 머리부터 의상까지 무대를 구상하죠. 경상도 시민공연이면 ‘날 좀 보소’를 넣고, 호남지역이면 남진의 ‘저 푸른 초원위에’를 부르는 식입니다. 대학가 공연이면 '그래 나도 너희처럼 핫팬츠 입어줄게' 하고는 젊은 취향의 노래를 일명 빡세게 불러줍니다. 그리고 올드팝이나 트롯 등 옛날 노래를 꼭 한두 곡 집어넣습니다. 무조건 취향만 맞춰주는 게 아닌, 나의 정체성을 알리고 자존심을 세우면서 우리시대에는 이런 노래도 있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인순이... 열정의 노래를 들어라 언제부터일까. 인순이의 팬임을 자처하는 이들..
올드걸의 The Last Waltz "사랑해요. 아저씨"로 시작하는 미도테마를 듣는다. 저 구슬픔..저 음산함.. 저 아릿함. 영화는 무서워도 음악은 온순하다. 누군가 착한 손으로 따라주는 술 한잔 받아먹는 이 기분. 취한다. 처연모드의 배경음악으로는 더없이 맞춤하다. 광석이 형의 '부치지 않은 편지' 또한 사랑스런 곡이다. 그 노래는 JSA에 나왔다. 박감독은 그곡을 500번쯤은 들은 거 같다고 했다. 그리고는 관객이 아닌 출연자들을 울리기 위해 삽입했다고 말했다. 누구를 울리는 재주가 있는 것들. 난 그런 것들을 사랑한다. 인간이든 음악이든 한 편의 시든 삼류소설이든. 그러고 보니 울어본지 꽤 오래 됐다. 난 수년간 눈물병에 걸렸었다. 슬픈 게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안 슬픈 일이 없었다. 난감함과 허무함이다. 세상이 온통 검은페이지였다..
이기영 교수 - '한강은 흐른다' 자작곡 노래부르는 환경운동가 그의 환경운동은 쉽다. 그리고 즐겁다. 딱딱한 생태이론 대신에 실생활 지침 ‘환경사랑 10계명’을 제시하고, 등 멋진 노래를 손수 만들어 부른다. 또한 해박한 논리와 타고난 생태감수성으로 자연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환경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날이 갈수록 청푸른 기운 내뿜는 나무처럼, 일구월심 환경사랑을 전파하는 이기영 호서대 식품생물공학과 교수를 만났다. 이면지 명함 ..호서대학교 자연과학관 328호.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간 그의 방은 마치 아늑한 카페를 연상케 한다. 벽면엔 그가 직접 그린 아름다운 여인과 딸의 초상화 두 점이 걸려있고, 한 켠에 기타가 비스듬히 기대어 섰다. 그 앞엔 악보가 널려있다. 의자에는 하얀 가운이, 책상에는 그가 개발한 유기농 두유, 천년초로 만든 치약, 생약 비누가 있다. ..
배칠수 방송인 - 건강한 보수도 없는 정치판 아쉬워 라디오를 사랑한 성대모사 논객, 배칠수 10년 전, 그는 한 뮤지션의 패러디로 이름을 알렸다. 곧 웃음주고 사랑받는 방송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남달랐다. 장시간 연출된 다이내믹한 ‘고화질 쇼’ 대신 짜릿한 몰입의 기쁨을 주는 ‘생방송 라디오’를 고집했다. 시청자의 변덕스런 리모컨 작동으로 마모되는 게 아니라 청취자의 진득한 주파수 선택으로 신망을 쌓아갔다. 깨어 있는 의식과 재치만발 입담으로 김대중, 손석희, 허재 등 다양한 인물을 흉내 낸 그는 성대모사의 달인으로 등극했다. 경계를 가로지르는 ‘그 분, 목소리’ 따라 상상의 말풍선을 띄우다 보면 웃음보가 절로 터지고, 갑갑한 시사문제의 체증이 풀린다는 평을 듣는다. 진중함과 유쾌함을 두루 지닌 배칠수. 그는 어느새 상종가를 구가하는 우리시대 ..
깃발논쟁 그 후, 존재를 가리는 모든 것에 반대한다. 지난 6월 4일 오마이뉴스에 ‘깃발들, 촛불 앞에서 착해지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전날 촛불집회 현장에 급작스레 불어난 노동자, 학생, 시민단체 깃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내용이었다. 당시는 촛불소녀들에 의해 점화된 촛불이 퇴근길 시민들의 참여로 힘을 받아 뭉근히 타오르던 즈음이다. 자발적으로 모인 발랄한 시민축제의 장에 80년대 깃발의 집단등장은 개인적인 판단으로 불편하고 겉돌았다. 촛불문화제의 동력인 무소속 ‘무명’씨들에게 ‘유명’한 단체의 깃발이 행여나 ‘담장’이 되어 자발적인 발걸음을 막을까, 촛불의 외침을 가릴까 싶어 염려스러웠다. ‘낡은 깃발’로 표상되는 실체 속에서 내가 본 것은 진화할 줄 모르는 ‘진보’세력의 운동방식이다. 조직화된 깃발의 세몰이로 승리를 쟁취했던 과거와는 다른 투쟁 양상..
배한성 국민성우 - 고가구 수집 40년 '옛'사랑의 울림 탁기 없는 낭랑한 울림, 달착지근한 깊은 맛, 꼿꼿한 선비의 품격. 배한성의 목소리는 지적이고 맛깔스럽다. 이는 삶의 반영이다. 그는 ‘배한성 대본은 너덜너덜하다’란 말이 나돌 정도로 자신의 일에 엄격했고, 민속품, 도자기, 고가구 전시회를 열만큼 우리전통문화에 대한 사랑이 깊다. 공명정대와 온고지신의 인생철학은 그의 목소리에 깊은 울림과 향기를 불어넣었다. 지난 40여 년 우리 곁을 지켜온 국민성우, 배한성을 만났다. "오래 일한 게 자랑은 아니다... 정정당당 실력으로 일한 게 훈장이다." 봄이 올락 말락 하는 길목, 여의도 KBS본관에 화사한 웃음꽃이 무리진다. ‘가족오락관’ 녹화를 마친 배한성이 막 건물을 빠져나오는 방청객과 마주쳤다. “어머니들, 아직도 안 가셨수? 조심해서들 가세요.” 그가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