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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앞에 서면 우린 왜 곤충떼가 되나 '촛불, 너 도대체 누구냐.' 최근 내 삶을 지배한 키워드는 단연 '촛불'이다. 촛불 들고 거리에 나선 사람들의 참신한 '면면'에 끌렸고 그들이 행하는 재기 발랄한 놀이에 반했다. 어느새 나도 촛불 하나 들고 대열에 합류했다. 역동적인 에너지 덩어리에 휩싸이니 흥이 절로 났다. 모든 즐거움은 '계속'이라고 말하는 법. 촛불에 매료돼 문지방 닳도록 촛불을 보러 들락거렸다. 그곳에서 기적의 출현을 목도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액자 표구용 글귀가 시청 앞 잔디밭에서 날마다 위용을 드러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던 옆집 아저씨, 은행 창구의 펀드 상담직원, 지하철 경로석의 할아버지, 극장에서 팝콘 먹던 연인, 공원을 누비던 유모차, 편의점 카운터를 지키던 청년, 교문을 쏟아져 나오던 학생들이 다 ..
서정민 자원활동가 - "내 자식 대신 남의 자식에게" 늘 다니던 길가, 가던 장소라 해도 매번 같은 것을 보는 것은 아니다. 기분과 상황에 따라 보이기도, 아니 보이기도 하는 법. 하필이면 그날따라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가 그녀의 눈에 띄었다. “동네의 사회복지관에 큰 아이 서예수업을 신청하러 갔다가 사무실 복도에 붙어있는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담당자에게 물어봤더니 주 2회 어른들 무료급식 하는 일이었는데 일손이 부족해서 사무실 직원들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 이제는 해야겠구나 싶었지요.”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봉사활동을 보고 자란 탓에 “언젠가 나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서정민 씨. 그녀가 오랜 동안 다져온 마음바탕에 ‘기회’라는 꽃씨가 날아온 순간이다. 마침 아이들도 초등6, 초등2학년으로 자기 앞가림 할 나이가 됐..
니체는 말했다, 고통에 대한 처방은 고통이다 # 고통, 현대인의 염세주의와 과민증 ‘왜 사는가? 모든 것이 덧없거늘...’ 살다보면 한 번씩 인생 전체가 의문으로 빠져들곤 한다. 대개 고통스러울 때 그렇다. 질병, 죽음, 궁핍, 실패, 이별 등등 수백 가지 이유로 우리는 고통의 나락에 굴러 떨어진다. 고통은 아프고 괴롭다. 그래서 고통에서 벗어날 궁리에 낑낑대다가 그만 힘에 부치면 삶을 통째로 부정해 버린다. 사람들은 또 삶에 큰 고난이 닥치면 죄의식에 시달린다. 자신의 지난 행적을 돌이켜보며 ‘죄’가 될 만한 일들에 대한 식별작업에 들어간다. 이런 식으로 고통의 원인을 ‘죄’의 탓으로 돌린다. 급기야는 이 세계가 죄로 가득 차 있고, 천국은 오직 저 세계에만 있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이는 ‘삶-고통-죄-심판’의 도식으로, 인류역사에 2천년을 지배..
2008. 여름. 김동원 감독 인터뷰 풀버전_2 #3 영화, 시대와 대결하는 법 등 도시철거민을 기록영화화 했지요. 과거 정권에서부터 개발의 논리로 소외된 자들의 추방정책은 진행돼 왔잖아요. 지금은 눈에 안 띄고 사회적 이슈화가 되지 않아서 그렇죠. = 80년대와 비교하면 2000년대는 개인이 파편화 됐죠.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해졌고. 관심이 개인 삶의 질로 이동해서 소수자 문제 관심이 옅어진 게 사실이에요. 철거민도 눈에 안 보이고요. 우리 집 뉴타운 해달라는 주문은 있어도 개발 싫다는 얘기 안 하니까. 가치관이 물신화 됐죠. 연대감 약해지고. 하지만 인간 안에는 스스로 균형잡으려는 거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주의가 편하고 좋지만 허망하기도 하죠. 이웃을 찾고자 하고 봉사하고. 지금 촛불도 아무도 생각 못했죠. 아고라에서 이런 글을 봤어요. 최루가스 ..
2008. 여름. 김동원 감독 인터뷰 풀버전_1 #0 김동원, 애틋한 동경 을 본 사람들은 거의 그랬을 것이다. 감동이 넘쳐 감독님을 존경하게 됐다. 감동의 크기만큼 감독이 궁금했다. 은 곧 김동원의 자서전이었다. 그리곤 잊었다. 잊고 지냈다. 내가 송환을 감명 깊게 봤다는 사실조차. 한 달 전, 변성찬 선생님이 인디포럼에서 을 봤다면서 감독님 얘기를 꺼내셨다. “어, 선생님 저 그 영화 보고 싶어요. 구해주세요.” 다시 감독님을 떠올렸다. 마치 옛사랑처럼 그의 이름 석 자에 마음이 아련해졌다. 그렇게 안부를 궁금해 하고 있다가 오마이뉴스에서 취재의뢰를 받았다. 나는 ‘운명’이라고 정의 내렸다. 확대해석을 해버렸다. 너무 좋았다. 마구 설렜다. 염려도 앞섰다. 4년 전에 쓴 감상 후기를 읽어보았다. 절절하더라. 4년 전의 내가 대견했다. 고민했다. 어..
정구호 디자이너 - 옷은 몸을 담는 건축물이다 디지털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정구호라는 시스템은 늘 작업창이 여러 개 떠있다. 메인화면은 단아한 절제미의 모던스타일 여성복 ‘구호’가, 각각의 창에는 영화미술, 문구 식기디자인, 요리, 설치미술의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있다. 이 모든 솔루션은 그가 짜고 그가 직접 클릭한다. 기회가 다가오면 즉시 접속하고, 판단이 완료되면 엔터키를 누름에 주저함이 없다. 평소 쌓아올린 내공과 민첩한 행동력으로 자신의 삶을 업데이트 시킨다. 하나의 몸으로 여러 번 사는 21세기형 아트전사, 정구호. 그의 삶이 작동하는 원리가 궁금하다. 상상하라 “5년, 10년 후 나의 모습 그린다.” 어린 구호는 남달랐다. TV에서 매듭공예가 나오면 곧장 재료를 사다가 그대로 재현했고, 순정만화의 캐릭터를 기름종이도 안 대고 똑같이 따라 그..
<왕필의 노자주> '상선약수, 물처럼 써라' 본디 성인의 말씀이야 이롭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삶의 한 능선을 넘는 즈음, 마흔 목전에 접한 노자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노자는 에서 삶의 전 영역에 걸쳐 무위사상을 펼친다. 행하지 않으면서 행하고 爲無爲, 무사의 마음으로 일하며 事無事, 무미의 마음으로 맛을 보라고 말한다 味無味. 자연이 그러하듯 ‘검박하게 순리대로’ 살라는 말일 게다. 를 공부한 기념으로 (글써서 밥 벌어 먹는 사람으로서 심기일전 차원에서) 노자의 가르침을 ‘글 쓰는 태도’에도 적용해 보았다. 좋은 글은 좋은 삶에서 우러나온다. 그 순환구도를 생각하면 '잘 사는 법은 곧 잘 쓰는 법'이기도 하다. 무위를 행한 글쓰기. 쓰지 않으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낮은 곳까지 스며라 노자는 ‘세상에서 가장 최상의 선은 물로 형용할..
이희아 피아니스트- "대통령님, 국민들에게 사죄하면 좋겠다" "대통령님! 저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입니다. 이제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저를 포함해서 대통령님께 실망과 울분을 터뜨리고 있는지 아시는지요. 대통령님께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 기대는 억울함으로 다가오네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23)씨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띄웠다. 희아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관련하여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며 "국민들의 의식이 놀랍게 성숙한 만큼 예전처럼 밀어붙이기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천주교 신자인 이희아씨는 또한 "예수님께서 진노하실까 두렵다"며 "국민의 마음을, 국민의 생각을, 국민의 말을 대변하시는 지혜로운 대통령이 되어 달라"는 부탁으로 편지를 마무리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