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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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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뚜 이주노동자 - 스탑크랙다운, 끝나지 않는 노래 버마의 어느 작은 마을, 부챗살로 퍼지던 햇살이 몸을 접는 시간이면 기타를 멘 청년들이 하나둘 거리로 흘러나온다. 저마다 벤치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서 딩딩 기타를 매만진다. 가슴에 고이 접어두었던 오선지가 서서히 펴지고 감미로운 선율이 날개 달고 훨훨 허공으로 떼 지어 난다. 부르고 또 부르고, 여기서 한 소절 저기서 한 소절. 섬처럼 떨어져 노래하던 청년들은 어느새 따로 또 같이 화음을 맞춘다. 어스름 밤공기 타고 골목골목 휘돌아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는 청량한 바람 되어 동네사람들의 마음을 적신다. # 소모뚜, 노래하다 “버마 젊은이들은 기본적으로 기타를 다룰 줄 알고 노래도 잘해요. 밤새 기타를 쳐도 아무도 시끄럽다고 얼굴 붉히거나 신고하지 않아요. 거리를 지나는 행상은 노래를 불러줘서 덕분에 쉴 수..
이주노동자 '미누'의 구속이 나와 무슨 상관일까 한 사람의 이주노동자가 잡혀간다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수다체로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일까.” 13일 오전에 세미나 하러 연구실에 갔다가 정수샘에게 미누씨가 잡혀갔다는 얘길 들었다. 연구실과 한 공간을 쓰는 이주노동자방송국 MWTV에서 일하는 분이고 17년간 문화활동가로 열심히 일한 친구인데 어제 출근길에 연구실 앞에서 강제연행 됐다는 것이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까 낯은 익은 분이었다. 안타까웠다. 하지만 사실 요즘이야 천인공노에 어이상실할 사건사고가 하루걸러 터지는 지라 솔직히 말하자면 “나쁜 놈들이 참 가지가지 한다. 미누씨 불쌍하다.”는 탄식이 나오는 정도였다. 정수샘이 글 한번 써보라고 말하는데 마음이 동하지를 않았다. 만약 정수샘이 잡혀가면 성명서 한바닥 절로 나오겠지만 난 그에 대해 아..
<이주노동자소설> 이주노동자는 삶의 선택권이 있는가 3. 이주노동자로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얼까 소설 속에 그려진 이주노동자는 “한 달에 오십만 원을 벌어 반쯤 저축하고 딱 삼년만 참으면 된다는 순진한 믿음”을 갖고 대한민국의 후미진 공장지대로 모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계획대로 돈을 모아 나간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고, 열악한 시설의 공장에서 불이나 단체로 죽고, 돼지우리 축사 개조한 집에서 살고, 산업재해 당해 불구가 되는 등 아주 참혹하다. 한마디로 인간의 삶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왔을까. 의 설정대로 누가 네팔에서는 ‘천문학’을 공부한 아버지를 한국에서 ‘전구공’으로 살게 했을까. 돈 인가? 돈/행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욕망인가? 그럴 것이다. 더 많은 돈을 벌려고 만리타국으로 왔다. 전 지구적으로 ‘돈’은 최고..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가> 타자를 사유한다는 것 이 가을, 문학을 벗삼아 '타자성과 소통'을 사유하고 있다. 오랜만에 소설도 읽고 김현선생님 책도 뒤적여 본다. '문학'이란 말에선 고색창연한 느낌이 우러난다. 우러르고 싶어지는 저 먼 나라. 문학평론가 고봉준이 민족문학과 아시아에 대해 쓴 글 를 읽었다. 훌륭한 글이었다.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타자성만 재확인하는 소통, 위험하니 하지 말까? “먼 곳에 대한 상상력이 증가할수록 가까운 곳에 대한 모멸감은 커지고, 가까운 곳에 대한 모멸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먼 곳에 대한 상상력은 확장된다.”(복도훈) 눈먼 연대, 위험한 연대가 있다. 상호 타자성을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귀결되는 경우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이 곧 연대의 불가능성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말하기 이전에, 이 어떻게 라는 물..
[안산외국인주민센터] 이주노동자 위한 '연중무휴' 동사무소 국내 체류 외국인 백만 명 시대다. 우리는 외국인노동자를 ‘그들’이라고 부르지만, 그들은 이미 ‘우리’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안산시는 58개국 3만 명의 외국인노동자가 먹고 자고 일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안산시 원곡동에 ‘외국인주민센터’가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문을 열었다. 은행, 보건소, 동시통역센터 등 행정시설과 문화공간이 갖춰진 최첨단 ‘외국인 동사무소’다. 울타리도 문턱도 없다. 두 팔 벌린 그곳으로 성큼 들어가 보자. 다문화중심지 "부라보! 안산!" 5월의 미풍 따라 네팔, 중국, 스리랑카 등 형형색색 국기가 펄럭인다. 대리석 분수대 뒤편 아담한 무대 벽면에는 각국 언어로 된 인사말이 새겨져 있다. 넓은 앞마당을 낀 벽돌색 3층 건물은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늠름한 자태를 ..
[꼬마도서관] '책도 있고 친구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사랑방 경기도 부천시 도당동 강남시장 끝머리, 이곳에 자리한 '꼬마도서관'은 돌 틈 사이 핀 들꽃같은 책방이다. 재래 시장통의 들쑥날쑥 간판 사이 숨어 있어 지나치기 일쑤지만, 마음 기울여 발견하면 쉽사리 지나치기 어렵다. 원래 '책과 사람'만한 풍경이 없는 데다 이색문화가 어우러져 향기 또한 그윽하다. 꼬마도서관은 아시아인권문화연대(대표 이란주)가 운영하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도서관이다. 이 곳에는 네팔·베트남·파키스탄·태국 등 12개국과 우리나라 책을 포함해 6000여 권이 구비돼 있다. 이주노동자와 지역 주민에게 책을 무료로 대여해 준다. 1월의 마지막 날, 꼬마도서관을 찾았다. "책도 있고 친구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사랑방 "이주노동자가 책을 다 보느냐고 의아해하세요. '이주노동자' 하면 대개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