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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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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미래> 삶과 삶 아닌 것, 글과 글 아닌 것 낭독과 합평의 불꽃같은 2차시, 엠티도 아니고 두 번째 수업부터 4시간을 달렸습니다. 릴레이 발표의 기록을 세운 것 같네요. 막판에는 (멜로님 표현대로) ‘글이 잘못인지 내가 잘못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모두 애쓰셨습니다. 우리 장했어요. 고된 시간이었지만 ‘몸풀기’는 확실히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앞으로는 체력을 감안해서 속도를 조절할게요. 글이란 게, 엑스레이처럼 삶-마음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마련이거든요. 첫 글을 읽고 나니 비로소 여러분들 만난 기분입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글쓰기의 원칙을 반영해서 쓰는 노력을 기울여주세요. 14차시 수업을 마쳤을 때는 ‘내용전달’을 기본으로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공감가능’한 고유한 글쓰기를 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고3 엄마로서의 마지막 수업 + 수업 마지막 수업 날, 뭔가 포옹이라도 하고 끝냈어야하는데 저녁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후다닥 자리를 나와서 영판 아쉽습니다. 7기 수업 일정표 짤 때만 해도 12차시 수업이 수능시험은 전전날 이라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고3 엄마로서의 자의식이 형성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수능 열흘 전 즈음에야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어쩌지 못해 안절부절 했고, 마땅한 노릇을 찾지 못하다가 겨우 사골을 우리고 유기농 혼합 잡곡을 사고 성능 좋은 보온도시락을 마련하고 등등 끼니를 헐하지 않게 채워주는 것으로써 제 소임을 자처했습니다. 그렇게 ‘고3 엄마 벼락치기’를 하는 동안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하루 무탈하게 돌아가는(듯 보이는) 일상의 위대함이랄까요. 입학, 졸업, 진학, 취..
사르트르_말_과제리뷰 # 사르트르와 실존주의 사르트르 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첫 교재로 택한 이유는 ‘유년’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 때문입니다. 이 엄청난 말의 성찬, 말의 인플레, 말의 폭포수를 느껴보시라고요. 에서 김영민이 그랬죠. 짐작컨대, 사르트르는 성행위를 하면서도 계속 떠들었을 것이라고요. 인간은 분자나 원자가 아닌 '이야기'로 구성된 존재라는 것을, 본디 훌륭한 작가들은 보여줍니다. 글 쓰려면 자기 안에 수다가 많아야합니다. 풍부한 표현, 날카로운 문제의식은 절차탁마의 영역이고요. 우선은 우리 몸을 이야기를 생성하는 24시간 공장의 신체로 만들어야 합니다. 좋은 작가는 경험+관찰력+상상력이 있어야 한다고 하죠. 사르트르는 실존주의자라는 말이 꼭 따라 붙습니다. 수업시간에도 수능 세대들, 윤리 ..
강사 인터뷰 - '자본의 멈춤을 도모하며 ㅋ' * 글쓰기의 최전선 7기 수업을 앞두고 강사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어는 6기에서 '울분을 글쓰기로 승화'시켜 주목과 갈채를 받고 7기 반장으로 스카웃된 '이슷트'입니다. ------------------------------------------------------------------------------------- 신청은 해놓고 잘할 수 있을까? 하며 (초큼) 쫄아 있을 수강 신청자들과 수유너머R 강좌 게시판의 조회수만 높이고 신청을 망설이고 있는 당신을 위해 글쓰기의 최전선 강좌에 대해 궁금한 점 몇 가지를 물어보기로 했다. 이것은 큰 모험임을 여러분 중 누군가는 부디 알아 주길 바란다. 내 글쓰기를 지도해 줄 사람, 그것도 위클리 수유너머 (수유너머에서 발간하는 웹진)에 몇 년 간 인터뷰 ..
글쓰기의 최전선_7기 모집합니다 글쓰기는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대화를 위해서는 생각과 표현을 담아낼 자기 언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아도 자기를 아는 것, 즉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기인식으로서의 글쓰기는, 외국어를 공부하듯 새로운 언어 감각을 기르는 일입니다. 지속적인 동기 부여와 반복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글쓰기의 최전선’은 읽고 대화하고 쓰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성장기를 빛나는 문체로 담아낸 자전적 에세이, 사물과의 관계를 섬세한 언어로 그려낸 시, 가난과 사랑과 욕망을 묘사한 소설, 세상을 보는 사려 깊은 눈을 길러주는 산문을 함께 읽습니다. 꾸준히 읽고 대화하고 쓰는 과정에서 나의 경험을 비추어보고 재해석하고 기록합니다. 글 쓰는 일은, 나의 욕망..
<혼자 가는 먼 집> 과제리뷰 - 정념엔딩 허수경의 을 읽고 쓴 여러분들 과제를 읽어보았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문장이 안정적이고 줄거리도 제법 잘 읽힙니다. 글이 재밌어졌습니다. 문득, 저도 글이 쓰고 싶었어요. 억지로라도 과제를 내야하는 여러분이 질투가 나고 부러웠습니다. 이번이 벌써 7차시 과제이더군요. 매주 한 편의 글을 낳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전전긍긍 하다보니 변화가 일어나는구나, 성급히 그런 판단을 내려 보기도 합니다. 모든 반복적인 행위는 힘 방향을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틀어놓는 법이니까 아주 근거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 수업의 가장 큰 공부는 자기가 쓴 글만이 아니라 다른 학인들의 글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의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쓰니까 재밌다’ ‘이건 좀 밋밋하다’를 가늠하실 거에요. 그게 가장 큰 공..
<삼십세> 과제리뷰_이미지_과거_기억 그 때가 언제였던지, 저는 한 사람에게 단교를 선언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고마워. 그래도 나 죽을 때 그날 그 기억은 떠오를 것 같아.” 기억에 남는 생의 장면들. 돌이켜 보면 무덤에 안고 가고 싶은 이미지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여기서 이미지가 단순히 빼어난 영상미를 일컫지는 않겠지요. 독일어는 이미지(Denkbild)가 이미 ‘사유-이미지’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이미지란, 사유를 자극하고 확장시켜 자기 속성을 변환시킨 어떤 생의 강력한 순간이겠지요. '전면 진실'의 환상을 안겨주는 그런 느낌들, 오롯한 느낌들. 헤세도 말합니다. '이미지가 되지 않는 과거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우리 수업에서는 기억-기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복구 작업이 힘들지만, 자기 삶을 성찰하고 ..
<베를린의 유년시절> 과제 리뷰 "기억의 빈곤은 의식의 빈곤이다. 베르그손 등 많은 철학자들이 의식의 블랙박스를 기억에서 찾았다. 기억과 더불어 희비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기억은 나의 정체성을 마련해 주고 미래를 계획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를 발견하는 것도 기억이다. 미래를 계획하는 것은 과거 감정을 재조합하는 것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기억의 삼단논법. 장소-기억-의식. 인간의 의식 활동은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능력에 달려있고 친숙한 장소가 많으면 풍부한 의식 활동이 가능하다."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기억의 장소’가 사라지면서 현대인이 과거를 상실한 현재인이 되어가는 문제점을 지적한 조대호 연세대 철학과 교수의 글을 대략 정리한 것입니다. 벤야민의 도시철학도 비슷해요. 현대인의 특징으로 ‘경험의 위축’과 ‘이야기하는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