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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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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존엄 사이 - 북콘서트 현장 북콘서트 현장. 간첩으로 몰려 13년 징역 살고 나와 30년 만에 무죄 밝혀낸 김용태 선생님이 재심청구할 때 검찰에서 "기록이 없다"고 나몰라라해서 4년 동안 싸운 이야기 들려주셨다. 피해자가 생업 전폐하고 국가를 대상으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하는 이 불합리함. 간첩 만든 사람은 있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무죄를 밝혀냈고 자신의 무죄를 증언한 책도 냈다. 김용태선생님이 "45년 만에 이 책 들고 동창회 나간다"는 말에 울컥했다. 이 책에 나오는 박순애 선생님도 처음으로 동창회 나갈란다고 가서 이 책을 나눠준다고 하셨단다. 어르신들께는 가 자신의 무결함을 증명하는 '사면증' 같은 것이다. 누군가의 존재 증명이 되어주는 귀한 책, 많이 팔리면 더 좋겠지만 -.- 안 팔려도 울지 않겠다. 인터뷰이가..
11/12 민중총궐기 수업 풍경 집회 참석으로 마음이 바빠서 합정동 말과활아카데미에서 광화문 근처로 수업 장소를 옮겼다. 경복궁역 근처 '푸른역사아카데미' 강의실에서 이동 수업. 마침 최승자의 시집 을 읽는 시간. 거리엔 전경차가 빼곡하고 낙엽이 흩어지는 가을 풍경을 등지고 우리는 최승자의 시를 낭랑하게 읽었다. 광화문에서 급한대로 한컷 사람 좀 빠져나가서 '대학광고' 같은 연출샷. 저기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자! 해방구가 된 도심을 걷고 걷고. 휘엉청 달밝은 서울의 밤을 누볐다.
엉덩이의 힘으로, 740번 버스 창가 자리에서 무심코 내다본 바깥. 노점상 할머니가 카트에 신문지 몇장 깔고 앉아있다. 내가 자주 지나는 보행길이다. 할머니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물건도 몇번 샀다. 앞에 있을 때 못 본 그것 뒤에서야 본다. 글을 엉덩이의 힘으로 써야하는 건, 삶이 엉덩이 근육으로 사는 일이기 때문인가보다.
방학 없는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 특강 “대입시를 위한 방편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자기를 이해하는 수단, 타인과 관계를 잘 맺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글쓰기를 저희 아이들에게 (…)” 연초에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에게서 메일이 왔다. 교내 책 쓰기 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요청이다. 아이들을 위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행간에 가득했다. 날짜를 택일했다. 강연 때 프로젝터 같은 영상 기기를 쓰는지 묻기에 강의안을 메일로 보내주며 종이 인쇄를 부탁했다. 파워포인트로 꾸민 자료를 커다란 화면에 띄워놓고 몇 가지 키워드와 이미지로 설명하는 게, 예능프로그램 자막처럼 화면에 공히 ‘느껴야 할 것’을 제시하는 게 나는 영 어색하다. 인문학 정신에 위배된다고 여긴다. 타인과 관계 맺는 방편으로써의 글쓰기 공부니까 더욱이 아이들과 얼굴 보..
아이들에게 잘 권리를 새해 들어 고등학교만 두 군데 특강을 갔다. 강화와 대전.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 글쓰기에 관심을 둔 아이들 이삼십명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 어른들 특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나는 아이들이 워낙 공부에 시달리니까 나마저 힘들고 지루하게 할까봐 전전긍긍 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 몇 명이 엎드렸다. "여러분 졸려요? 잠이 부족한가보네.." "네. 졸려요." 선생님에게 여쭈니 아침에 8시에 학교에 와서 밤 9시에 간단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을지. 고등학생이면 한참 먹고 잘 나이인데. 우리집 애들은 잠이 워낙 많았고, 난 야간자율학습 시키지 않아서 이 고생을 몰랐다. 애들이 수업시간에도 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그러지? 상상이 안 갔는데 쉬는시간에 자는 걸 봐도 가슴이 철렁하다. 난 ..
삼성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농성장에 가다 함께 글쓰기 공부하는 학인들과 보내고 왔습니다. 이어말하기 대회에 저 은유와 학인들이 참여해서 일인일시, 낭독하고 손맛 좋은 학인이 육개장 끓이고 과일 챙겨와서 배불리 먹었습니다. 사람 곁에 사람, 시 곁에 밥.
강남역 8번 출구 ‘날씨가 추워지는데 혹시 담요는 있나요.’ 근 5년 만에 메시지를 보내고 답을 기다리다 무작정 발길을 옮겼다. 강남역 8번 출구 방향이랬다. 지하도를 빠져나오니 또 하나의 도시다. 잿빛 하늘 아래 푸르스름한 건물들이 어지러이 완강하다. 몇 걸음 내딛자 야트막한 비닐 천막 앞. 이곳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지난 10월 7일부터 농성 중이다. 똑똑, 지나가는 시민인데요. 굵어지는 빗발을 피해 몸을 접어 안으로 들어갔다. 준비한 담요를 건네고 전단지를 보는 둥 마는 둥 나는 뿌연 비닐 천장 위로 고개를 들어 삼성전자 건물을 찾았다. 대관절 어딜까 물었더니 이 일대가 전부라고 했다. 저게 삼성전자, 저건 삼성물산, 이건 홍보관…. 아, 건물 외벽에 회사 로고가 없다. 기둥마다 감사카메..
북앤카페 쿠아레 - 낯설지만 꽤 괜찮은 만남 북앤카페 쿠아레에서 '낯설지만 꽤 괜찮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글쓰기의 최전선 독자들과의 자리. "은평구에 처음 오시죠?" 하고 주인장님이 물어보셨어요. 북한산 아래 명당자리, 서울 변방의 동네에 자리 잡은 영화 같은 북카페. 들어서자마자 저무는 햇살과 좋은 파장이 끼쳐오는 공간이었습니다. 영화 보면서 파리의 '세익스피어앤컴퍼니 서점'(과 에단호크)을 동경했는데 꿈을 이룬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글쓰기-살아가기의 분리되지 않는 이야기 나누었고, 나중에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어떤 분이 물어보셨어요. "사는 게 행복한지?" " 글쓰기 수업할 때는 많이 행복하고 다른 일로 안 행복해서 밤에 누워 눈물이 날 때도 있고 오락가락 하는 삶이지만, 여기서 이런 만남을 갖는 순간이 있으니 행복하다."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