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저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입니다. 이제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저를 포함해서 대통령님께 실망과 울분을 터뜨리고 있는지 아시는지요. 대통령님께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 기대는 억울함으로 다가오네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23)씨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띄웠다.
희아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관련하여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며 "국민들의 의식이 놀랍게 성숙한 만큼 예전처럼 밀어붙이기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천주교 신자인 이희아씨는 또한 "예수님께서 진노하실까 두렵다"며 "국민의 마음을, 국민의 생각을, 국민의 말을 대변하시는 지혜로운 대통령이 되어 달라"는 부탁으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지난 1일 연주회를 앞둔 이희아씨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이희아씨는 전날 개최된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이명박 정부, 국민 말 듣지 않고 계속 오만한 태도로 나와 화가 났다"
- 정의구현사제단 시국 미사를 본 소감은?
"5·18 광주민중항쟁 때도 신부님들이 나섰다. 추기경님이 나를 밟고 가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다고 해서 경찰이 진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5·18다큐멘터리에서 봤다. 삼성특검 때도 신부님들이 계셨다. 중요한 시기마다 신부님들이 나서주셔서 든든하다."
-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게 된 계기는?
"지난달에 일본·멕시코 등 해외공연을 다녀왔더니 광우병 쇠고기 협상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했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오만한 태도로 나오니 화가 났다. 이렇게 국민들이 원하면 좀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은 무어라고 생각하나.
"오만함과 불손함이다. 임기도 끝나지 않은 기관장들을 자르는 등 마음대로다. 말이 안 된다. '사랑의 열매' 신필균 이사장님도 잘렸다고 들었다. 자기 사람으로 다 바꿔놓는 등 안하무인이다. 유인촌 장관에게도 정말 실망이다. 권력의 하수인이 됐다. 99년도에 당시 탤런트 유인촌씨랑 무슨 상을 같이 받고 사진찍은 게 있는데 엄마한테 찢어버리자고 했다."
- 연예인이나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정치적 입장 표명을 꺼리기도 하는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을 뽑듯이 자연스럽게 의견을 표현하는 거다. 난 공인으로서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발언한다. 불이익을 걱정한다는 건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다. 불이익이 받을 것도 없다."
옆에 있던 어머니 우갑선씨는 "진실하게 살면 된다"며 "후한이 두려울 줄 알라고 겁주는 사람들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들먹이며 현실의 문제를 피해가는 비겁한 사람들"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희아씨는 지난 주말 포항MBC에서 주최하는 초청연주회를 울진문화예술회관에서 가졌다. 공연 중에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역사가 짧습니다, 어린 민주주의를 지킵시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어릴 때 꿈이 '애국자'였다는 이희아씨는 지난 2006년부터 북한장애인을 위해 휠체어 1004대를 보내는 등 지속적인 통일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래 6월에 북한공연이 예정되었으나 일정상의 문제로 매니저가 대신 북한을 방문해 감사패를 받아왔다.
최근 남북기류와 관련해 그는 "북미관계도 좋아지는데 남북관계만 꽁꽁 얼어붙어 속상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촛불집회에 나가고 싶지만 공연스케줄이 계속 잡혀 있어 마음으로 함께 한다는 이희아씨는 매일 밤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 등을 꼭 챙겨본다고 말했다. 또 "정말 열 받았을 때는 아고라에 찬성 댓글을 달기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뜨거운 가슴 행동하는 청춘' 이희아씨는 오는 7월 12일 중국에서 사천지진 자선모금공연을 갖는다.
"대통령님, 이제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이희아씨의 공개서한 전문)
이명박 대통령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입니다.
대통령님! 이제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저를 포함해서 대통령님께 실망과 울분을 터뜨리고 있는지 아시는지요. 대통령님께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 기대는 억울함으로 다가오네요.
대통령님께서 머슴이 되겠다고 하셨잖아요. 머슴은커녕 오히려 국민을 머슴 삼으실 것 같아서 많이 걱정입니다. 이제 국민들, 주변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지만 예수님 믿는 사람으로서 예수님과 국민여러분을 욕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산쇠고기 협상도 그렇습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른 채 졸속적으로 협상을 감행하신 것도 정말 잘못된 것이지요. 미국 광우병 소가 들어오면 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먹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예전처럼 밀어붙이기 정치를 하셔서는 안 됩니다. 국민들이 의식도 놀랍게 성숙되어 있고, 자기 나라를 지킬 주권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국민의 생각을, 국민의 말을 대변하시는 지혜로운 대통령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진노하실까 두렵습니다.
좀 더 서민들을 생각해주시고 대한민국을 행복하고 갈등이 없는 나라를 지금이라도 다시 정신 차리시고 만들어 주시길 소망합니다.
2008. 7.1 이희아 드림.
* 오마이뉴스 7.3
***지난 주 희아를 만났을 때 희아와 시국관련 토론을 하느라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였다. 우린 인터뷰 예정시간을 훌쩍 넘어 토킹어바웃의 물결을 이어갔다. 희아는 원래부터 정치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건전한 가치관을 가진 젊은이었기에 죽이 잘 맞았다. 어찌나 아는 것도 많은지 내가 물어봐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어머니도 옆에서 "그런 건 다 언제 알았느냐"며 대견해하셨다.
희아가 꼭 시민발언에 한 번 나가고 싶어했는데 방송차 탈취, 폭력진압 등 난리가 나고 말았다. 그리고 어제 다시 김동원 감독님이 선물한 <송환> 디비디를 전달하기 위해 희아를 만났다. 희아가 종이에 편지를 써놓았다. 매니저가 대필한 종이였다. "희아야, 평소 네 발언수위에 비하면 너무 온건한걸?" ㅋㅋ예의를 아는 희아가 예뻤다. 퍼주기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꼬깔콘을 좋아하는 희아. 사랑을 아는 희아,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