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CD 고 김주현님(남,26) 빈소 순천향천안병원에 와 있습니다. 사측관리자들 말고는 너무도 적막하네요. 조문, 내일 11시 기자회견, 반올림카페에 격려글 올리기 등 마음과 힘을 모아주세요.'
어제 오후에 공유정옥 활동가에게 문자가 왔다. 삼성전자 직원이 또 죽었다니 무슨 일인가 기사를 찾아봤다. 하루 12시간-15시간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한 26세 남성의 자살이다. 전혀 몰랐다. 포털화면에는 삼성가재벌녀 이부진 이서진의 패션감각 분석 기사가 떠있었다. 그동안 삼성에서만 100여 명의 노동자가 죽었고 죽어 가고 있으며 죽을 것이다. 전에 삼성일반노조 위원장님이 삼성전자에서 직원 뽑는 방법을 들려주셨다. 실업계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관광버스에 태우고 가서 강도 높은 체력테스트를 거친 이들만 합격시킨다고 했다. 그만큼 반도체 산업이 노동강도가 높다는 얘기다.
삼성이 초일류기업이니, 반도체 산업이 과학의 진보이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지고 있다. 상식이 뒤집힌 세상이다. 살기 위해 일하는데 일하다가 죽다니. 전태일이 일했던 70년대 평화시장이 아니라 21세기 첨단기업 삼성전자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노동착취가 비단 삼성의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삼성은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대표 기업인데 노조가 없다. 이것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해치는 심각한 인권유린이다. 자본은 인간의 피를 먹고 자란다. 거대자본일수록 더 많은 피가 필요할 것이다. <자본론> '자본의 시초축적' 장에 맑스가 '자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털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면서 이 세상에 나온다'며 각주로 달아놓은 글이다.
자연이 진공을 싫어하듯이 자본은 이윤이 없거나 이윤이 매우 적은 것을 싫어한다.
상당한 이윤만 있다면 자본은 과감해진다.
10%의 이윤이 보장되면 자본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투자한다.
20%라면 자본은 활기를 띠며
50%라면 대담무쌍해지고
100%라면 인간의 법을 모두 유린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300%라면 단두대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범하지 않을 범죄가 없다. (더닝. <노동조합과 파업>)
우리가 홍대청소노동자 해고와 삼성노동자의 죽음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자본에 종속돼서 사는 한,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자본(가)는 단두대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범죄를 저지르며 노동자의 피땀을 뽑는다. 인간다운 삶은 자본가의 시혜나 알량한 성과급으로 절대 얻어지지 않는다. 어떤 것이 인간다운 삶인가 각자의 물음 속에서, 이웃에 대한 관심에서 발명될 뿐이다. 삼성직업병으로 스러져간 또 하나의 꽃다운 청춘이 가슴 아프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삼성이 사과할 때까지 장례치르지 않고 싸우실 거라며 곁에 있어달라고 어머님이 두손 꼭 잡고 말씀하셨다고 공유정옥 씨가 전한다. 언론이 외면하는 삼성노동자의 죽음을 널리 알려주시길...
[한겨레] 유족, 장례 미루고 재수사 요구 노동 강도 묘사한 공책 발견
"12시간 근무 기본…나 죽었다"
지난 11일 충남 천안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기숙사에서 투신해 숨진 김아무개(25)씨( < 한겨레 > 1월13일치 10면)의 유품과 병원 진료기록에서 업무상 스트레스가 상당했음을 드러내는 정황이 발견됐다. 김씨의 유족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이 부른 사건이라며 장례 절차를 연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 한겨레 > 가 입수한 김씨의 유품을 보면, 공책에 "12시간 근무=기본" "1년은 나 죽었다"는 문장이 발견된다(사진). 또 김씨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인천의 ㄱ신경정신과 의원에서 6차례 진료·상담을 받은 기록에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모든 걸 놔버리고 싶다"는 말을 담당 의사와 나눈 것으로 돼 있다. 김씨의 누나(29)는 "동생이 하루에 12시간 근무는 물론 15시간씩 일할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회사에선 '3교대 주5일 근무라 문제없다'고 하니 어떡하면 좋으냐"며 울먹였다.
회사 쪽에서 유족들에게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서둘러 장례를 치를 것을 종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씨의 유족은 "인사 담당이라는 사람이 나에게 아들의 1년치 연봉인 2760만원과 1년치 보너스, 위로금 등을 제시했다"며 "자신들과 얘기한 금전적 문제를 외부에 말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삼성의 몇몇 직원은 빈소가 마련된 아산 ㅅ병원 근처에서 24시간 숙박을 하며 유족과 언론의 동향을 파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유족들은 △2차례나 자살을 시도한 아들을 기숙사 방에 홀로 둬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고 △하루 10~15시간씩 과도한 노동에 치여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렸는데도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회사 쪽에 '자살 방조' 책임을 묻고, 경찰에도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4일 오전 열 계획이다. 13일 예정됐던 김씨의 영결식은 유족의 뜻에 따라 '무기한 연기'됐다.
삼성전자 쪽은 "장례 절차 등을 원만히 처리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게 우선"이라며 "김씨의 근무 여건과 시간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