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시 - 막힌 것들을 뚫는 詩

[극장옆소극장]

나는 시란 말만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누구도 행복할 땐 시를 쓰지 않을 것이다. 아니, 내가 살만할 땐 시를 읽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해서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생이 막막할 때 삶에 지칠 때 처방전을 찾기 위해 시집을 편다. 톨스토이의 통찰대로 행복한 사람들의 이유는 대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그 오만가지 상처의 사례가 시에 들어있다. 발생 가능한 사건과 충돌 가능한 감정이 정결한 언어로 상차림 돼있다. 시를 읽다 보면 생각이 가지런해지고 울렁증이 가라앉는다. 시라는 언어의 상찬 덕에 삶은 종종 견딜만해진다. 식탁위에 말라붙은 김칫국물도 생이 흘리고간 빨간 구두발자국이 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세계를 감각할 수 있으므로 고통도 충분히 아름답다. 시 안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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