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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아들과 딸

며칠 전 아들 학교에 갔다. 아들 학교가 내년에 실시될 교원평가제 시범학교로 선정되어 공개수업을 실시했다. 아들 반은 체육시간이었다. 전교생이 이천 명인데 운동장이 매우 협소하다. 100m달리기를 못해서 50m달리기로 시험을 봤을 정도다. 그 좁아터진 곳에서 다섯 학급이 체육을 하러 나왔다. 한 반에 40명 씩 200명에 학부모까지 모이니까 이건 완전히 추석 연휴 전날 서울역 대합실보다 더 바글바글 복잡했다. 체육수업이 과연 가능할까 염려스러웠는데 세상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 학급별로 달리기, 줄넘기, 농구 등등을 하고 있었다.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롭기까지 했다. ‘다 살게 마련이구나...’  

감탄을 하면서 지켜보는데 어떤 엄마가 말을 건다. “누구 엄마세요? 애가 학교생활 재미있다고 하죠? 담임선생님이 애들한테 참 잘해주시더라고요....” 아들네 반 딸아이의 엄마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나로서는 죄다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민망했다. 난 있는 그대로 말했다. “울 애는 집에 와서 학교 얘기를 상세히 안 해요. 뭘 물어보면 ‘좋아요.’ ‘없어요.’ '몰라요' 이렇게 세마디면 끝나요. 단답형이에요.^^;”   “아들들이 좀 그렇죠. 저도 둘째가 아들인데 학교 돌아가는 사정을 전혀 몰라요.” 그 엄마가 아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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