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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반복을 견디자


“귀에서 불난다. 일단 끊자.”
겨우 달래 전화를 끊고 핸드폰 액정을 보니 60:44 라고 찍혔다. 한 시간 넘게 통화했다. 귀가 아직까지도 욱신거린다. 다짜고짜 멋지게 죽는 방법을 물어오는 그에게 다정하게 위로의 말을 건네진 못했지만, 매정하게 끊어버릴 수도 없었다.
두서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어떤 사건이 있었다. 자기는 교사로서 당연히 말려야했고 제지했는데 아이들이 “선생님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했고 그게 서운하단다.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상처받은 거다. 교직을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모든 걸 다 걸고 아이들을 사랑했는데” 돌아오는 건 배신감뿐이라고 한숨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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