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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답안지

고통의 구원에 대하여

우리는 살면서 시간이 역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해한다. 실연, 실패, 사고, 암 등 나에게 닥친 끔찍한 우연,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질질 끌고 다니며 부여안고 운다. 그렇게 고통은 과거에서 오고, 또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온다. 자식이 나중에 밥 굶을까봐 조금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일자리를 얻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자식과 불화하며 현재를 고통으로 몰아간다. 

이는 인간의 한계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살이는 다 그랬던 가보다. 현존의 의미, 즉 ‘산다는 것’이란 근본물음에 천착했던 철학자들은 사는 동안 벗어날 수 없는 이 고통이란 놈에 나름대로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농부철학자 피에르라비는 ‘이전에 나는 언제나 과거에 대한 억압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것들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내 삶을 방해했다.’고 고백하면서 ‘영원한 순간’을 긍정하는 것에서 고통의 해법을 찾았다고 말한다. 
 

‘나는 시간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시간은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자신을 과거나 미래 속으로 내던집니다. 거기에서 고통이 오며, 그 고통은 우리가 현재 속에 살 때만 사라집니다. 왜냐하면 현재는 영원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 <농부철학자 피에르라비> 42쪽

니체 또한 ‘순간=우연=창조’를 구원의 키워드로 제시한다.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지난날을 구제하고 일체의 “그랬었다”를 “나는 그렇게 되기를 원했다”로 전환하는 것, 내게는 비로소 그것이 구제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