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 유하 - 빛을 구할 데는 마음밖에 없나니

- 자전거의 노래를 들어라 7     어둔 밤, 페달을 돌려     자전거 전등을 밝히고     사랑의 편지를 읽는 사람아     그 간절함의 향기는 온 땅에 가득하기를     사랑은 늘 고통을 페달 돌려      자기를 불 밝힌다      자전거의 길을 따라 어떤 이는 와서     그 빛으로 인생을 읽고 가기도 하고     구원을 읽고 가기도 한다      그대, 부디 자전거가 가는 길로     사랑의 편지를 부쳐다오     세상의 유전이 다하고 암흑이 온다 해도      빛을 구할 데는 마음밖에 없나니      나는 나를 불 밝혀 그대 편지를 읽으리라     - 유하 시집, <천일馬화> 중에서

'내 설움에 겨워서 우는 거지 뭐. 죽은 사람 위해 우나'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엄마의 절친 아줌마가 한없이 목놓아 울면서 하신 말씀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막 울고 싶을 때 초상집에 가서 울고 오면 티도 안 나고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막상 엄마가 돌아가시고나서는 단 한번도 '통곡'을 하지 않아서 만약 내가 며느리였으면 어른들 입에 오르내렸을지도 모를만큼 독종노릇을 했지만 말이다. 불지르고 싶었던 전경차가 사라지고 며칠 사이에 제법 으리으리해진 덕수궁 분향소 앞. 주사 맞고 돌아서는 아이들처럼 줄줄이 잔뜩 온몸을 웅크리고 눈물을 훔치며 돌아서는 이들을 보면서, 아주머니의 말씀을 떠올린다. 자기 설움에 겨워서 우는 거라던. 

울어서 휘청이는 마른 나뭇가지 같은 마누라 손을 꼭잡고 가는 노부부. 유모차 끌고 아기띠 하고 나온 아기엄마. 검은 바지에 검은 블라우스 입고 심은하처럼 참하게도 훌쩍이는 젊은 여성. 쓰레기 봉투 들고 자원봉사하는 교복입은 여학생들. 일인용 돛자리 깔고 한귀퉁이에서 백팔배를 올리는 아저씨. 던킨도너츠 앞에서 종이컵 세개 두고 하나는 담배꽁초를 쌓아두고 소줏잔을 기울이는 할아버지들. 모두 눈자위가 벌겋다. 사람들은 사진 속의 노무현대통령의 백만불짜리 웃음을 보고 울고, 눈물의 꽃가루가 들어간 난 덩덜아 운다. 살기 힘들었던 우리들. 한강의 기적이라도 다시 한번 일어나서 경제도 펴고 살림도 펴고 어깨도 펴고 살기를 꿈꾸었던 우리들. 순식간에 민주주의와 정의와 자유와 광장을 강탈당한 우리들. 가슴속 응어리진 울분과 설움을 토해낸다. 강직하고 소탈했던 동네 이장같던 그의 너른 품에 얼굴을 묻고 엉엉 눈물을 쏟는다. 차마 찢기고 부서진 그의 갈비뼈일지라도 빛을 구할 데는 마음밖에 없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