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 / 천양희

[올드걸의시집]


가시나무

누가 내 속에 가시나무를 심어 놓았다
그 위를 말벌이 날아다닌다
몸 어딘가, 쏘인 듯 아프다
생이 벌겋게 부어오른다. 잉잉거린다
이건 지독한 노역이다
나는 놀라서 멈칫거린다
지상에서 생긴 일을 나는 많이 몰랐다
모르다니! 이젠 가시밭길이 끔찍해졌다
이 길, 지나가면 다시는 안 돌아오리라
돌아가지 않으리라
가시나무에 기대 다짐하는 나여
이게 오늘 나의 희망이니
가시나무는 얼마나 많은 가시를
감추고 있어서 가시나무인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나를
감추고 있어서 나인가
가시나무는 가시가 있고
나에게는 가시나무가 있다

- 천양희



구멍과 가시. 인간의 몸에 필요한 것, 두 가지다. 우물처럼 깊은 심연. 뻥 뚫린 가슴. 마음이 허하다 할 때는 필시 가슴에 구멍이 생긴 거다. 영원히 메워지지 않는 심연. 메워진 듯 보였다가 조금만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다시 드러나는 훤한 구멍. 구멍으로 날선 바람이 들고 난다. 구멍이 더 커진다. 영혼은 감기에 걸린다. 그런데 이는 소통의 구멍이기도 하다. 가슴에 구멍이 있는 자들은 서로를 알아 본다. 윤성희의 단편 <감기>에서 서로의 상처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했듯이, 때로 상처는 서로의 존재증명이다. 구멍의 모양까지 닮았다면 '우린 영혼쌍둥이인가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고통겨루기의 친교. 위험한 사랑놀이. 사랑의 체험은 남의 말을 듣기 위해 필요하고, 고통의 체험은 그 말의 깊이를 느끼기 위해 필요하고 구멍의 표시는 그 말의 울림을 위해 필요하다. 가시는 구멍을 지키는 병사다. 구멍이 있는 사람은 가시돋힌 날들을 살 수밖에 없다. 아프니까, 아플까봐. 들짐승처럼 사납게군다. 가시를 갖고도 탱자나무처럼 교교히 꽃피울 수는 없는 것일까. 내 가시를 어루만지며 그런 온순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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