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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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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훈일 민통선통일봉사단 사무국장- 나는 가난한 통일농부 국토분단은 이제 영화 속 소재로 더 익숙하다. 그러나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마을 사람들에게 6.25전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전쟁 당시 매립한 지뢰 피해주민들이 모여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국토 끝자락에 있는 그들을 ‘용케도’ 찾아내어 손잡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민통선 통일봉사단’이다. 라훈일 씨는 ‘민통선 통일봉사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너나없이 잘 먹고 잘사는 법에 온통 관심이 쏠리는 이즈음, 그로 하여금 역사의 뒤안길에 소외된 사람을 찾아가게 한 사연은 이렇다. “분단이 없었다면 38선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38선이 없었다면 민통선과 지뢰는 없었을 것입니다. 6.25전쟁 직후 가난한 주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지뢰가 살포되어 있..
신관웅 재즈계의 거장 - "고통스러울 때 더 행복했다" 이곳은 지도에 없는 섬이다. 하늘에 홀로 뜬 달이다. 홍대 앞 재즈클럽 문글로우(moon glow). 한 남자가 피아노를 친다. 고요하고 시린 달빛 선율이 흐른다. 재즈의 황무지를 일궈낸 저 유장한 40년 울림. 반달이 온달로 차오르듯 완숙한 정취를 자아내는 재즈계의 전설 신관웅의 행복한 느낌, 흐느낌이다. 지나온 자리마다 고통의 우물이 군데군데 패였다. 고통의 시간이었으되 돌이켜보니 그 자리에 행복의 샘물 찰랑인다. 신기한 일이다. 그에게 행복이란 과거의 불행을 소급해 구성한 아련한 추억들이다. “어렸을 때 불행했다.”며 말문을 연다. 여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새엄마는 동화 속에서 그려진 대로 푸근하진 않았다. 게다가 아버지가 편찮으셨다. 풍금이 유일한 벗이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던 아버..
채지은 최초여성오페라지휘자 - "학예회같은 오폐라 만들고싶다" “오페라 지휘를 위해서는 음악을 얼마나 완벽하게 이해하느냐가 중요하지 여성이기 때문에 오페라 지휘가 어렵거나 더 쉬운 건 없어요. 남성이라도 섬세하고 감성적인 사람도 있듯이 성별보다는 성향이나 기질과 역량이 문제지요. 그간 여성지휘자가 없었던 것은 의지와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지휘자의 카리스마는 단원을 잘 이끌고 음악을 잘 다스릴 줄 아는 너른 포용력과 음악적 색깔에서 발현되는 것이지 남성의 전유물은 아니잖아요.” 의 강마에가 베일듯하다면 그는 녹일듯하다. 태양처럼 환한 표정과 열띤 자태로 천상의 화음을 빚어낸다. "나는 악보에 적혀 있는 것을 그대로 소리로 옮기고 있다"고 말한 토스카니니처럼 정교하고 섬세한 지휘로 압도한다. 피아노 치는 소녀에서 우리나라 유일의 여성 오페라 지휘자로 서기까지,..
손숙 연극인 - 일상은 남루하여도 황혼은 아름다워라 한 사람의 정신이 악기가 된다면 그는 깊은 음색의 첼로가 아닐까. 나눔과 순환의 사랑방 ‘아름다운가게’ 대표로, 서민들의 애환과 웃음을 전하는 라디오 진행자로, 무대에서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는 연극배우로 살아가는 손숙. 붉은 단풍색 카디건을 걸치고 카페에서 시집을 읽는 그에게서 ‘텅 빈 우아함’의 첼로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젊음과 문화의 거리 대학로, 금요일 오후의 북적이는 인파 사이에서 그가 걸어오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이다. 주변의 모든 소란과 소음이 지워지고 그의 동선 따라 천연조명이 쏟아진다. 20대부터 체중변화가 거의 없는 날렵한 체구, 해바라기처럼 큰 키, 주먹만 한 얼굴, 눈가의 웃는 주름은 잘 여문 생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드러냈다. 온갖 장신구로 치장하고 돈방석을 깔고 앉아 늙어..
윤호섭 그린디자인 교수 - 푸른지구별을 사랑한 자유인 ‘그게 문제야’라는 지식인의 언어는 쓰지 않는다. ‘뭐 할 일 없을까’ 두 눈 반짝이며 골몰한다. 승용차도 없고 냉장고도 진작에 없앴다. 쌓아두고 연연하지 않는다. 한줄기 바람처럼 가붓하다. 일요일이면 인사동에서 환경티셔츠를 쓱쓱 만들어 나눈다. 과도한 포장을 줄이고 디자인은 간소화한 '친환경제품'을 선보인다. 머플러 메고 등산화 신고 일상 곳곳에서 그린디자인 퍼포먼스를 즐긴다. 지구오염과 디자인의 불가분한 관련성을 간파해 ‘그린디자인’ 개념을 착안한 윤호섭 국민대 교수이야기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는데 낙엽뭉치가 딸려 나온다. “느티나무 잎인데 나무냄새가 좋다”며 한번 맡아보라고 권한다. 그의 손 위의 낙엽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바스락댄다. 신통하고 신기하다. 낙엽을 비닐봉투에 잘 보관해두면..
고병권 인문학자 - 니체적인, 너무나 니체적인 이른 아침, ‘연구공간 수유+너머’ 카페는 텅 비어 있다. 음악도 없고 사람도 없는 그곳은 얼핏 영화 의 첫 장면처럼 스산했다. 커다란 창문만이 초여름 흐린 공기와 서울풍경을 덤덤히 담아내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왔다. 주인 없는 카페. 그래서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카페에서 그는 서툰 솜씨로 커피를 갈고 뜨거운 물을 받아 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커피를 잘 내리는 사람이 해준 맛있는 커피를 먹고는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 뒤로 직접 해 먹기도 합니다. 뭐든지 그런 거 같아요. 잘 하는 사람을 통해 진짜 맛을 느끼고 좋아하게 되잖아요.” 어쩌면 그는 커피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서 ‘커피’ 대신 ‘니체’를 넣으면 고스란히 고병권이 설명된다. 니체라는 쓰디 쓴..
신용진 헤어디자이너 - 위대한 미용기업 꿈꾼다 ‘누구에게 공이 돌아갈지 개의치 않는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그 무엇이라도 성취할 수 있다.’ 이는 내려놓아야 얻는다는 인생의 역설이 담긴 얘기다. (주)뷰쎄의 신용진 대표가 그렇다. 두툼한 손, 두꺼운 스크랩북, 두터운 신뢰로 헤어디자이너의 성공신화를 이룬 그는 승승장구의 정점에서 후배에게 자리를 내줌으로써 사업가의 안목과 꿈을 얻었다. 트렌드 변화가 심한 미용업계에서 25년간 ‘실시간 인기검색어’로 그의 이름이 오르내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제오헤어 압구정점. 입구에서부터 가을을 꺾어다 놓은 듯 갈대향이 은은하다. 탁 트인 공간감, 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벽면과 커다란 꽃문양은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미를 연출한다. 카페의 낭만과 마루의 편안함이 공존하는 자연친화적 분위기에, 그의 질박한 미소가 너무..
신형진 컴퓨터과학도 - 호흡재활로 학업지속 '한국의 스티븐호킹' 공부하랴 치료하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신형진씨(연세대 컴퓨터과학과4). 척추성근위측증으로 태어나 호흡곤란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던 그가 소프트웨어개발자의 꿈을 안고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강성웅 교수의 호흡재활치료 덕분이다. 부모님은 감사의 마음으로 연구기금을 냈다. 희망의 꽃씨다. 근육병환우들이 다 같이 꽃처럼 환하게 웃는 그날을 위해. ‘호흡재활치료’ 받으며 '안구마우스'로 공부 영동세브란스병원 별관 앞마당. 10월의 투명한 햇살이 형진씨의 희고 가는 손등 위로 살포시 스민다. 아들의 손을 잡은 어머니 이원옥 씨는 웃으며 말한다. “우리 애가 풍상을 안 겪어서 손이 이렇게 고와요. 그런데 형진이는 뭐래는 줄 아세요? 후배가 왜 그렇게 손이 예쁘냐고 물어봐서 엄마 영양크림을 몰래 발라서 그렇다고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