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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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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은 두 번 절망한다 딸아이가 기르던 머리를 단발로 잘랐는데 친구들이 예쁘다고 했다며 하는 말. “엄마, 나 평생 이 머리만 할래. 박근혜처럼.” 이것은 엄마의 화를 돋우려는 중2의 반항인가. 하필 그분을 따라하느냐 물었더니 박근혜가 평생 한 가지 머리만 했잖아 한다. 그런데 왜 딸아이에게 대통령이 반면교사든 교사든 인생의 중요한 지혜를 알려주는 사람으로 나타나지 않고, 헤어·패션·코스메틱의 교본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각인됐을까. 삼십대 후반인 비혼 친구는 수난을 당했다. 엄마가 제발 결혼하라 다그치며 한마디 했단다. “너 그러다가 박근혜처럼 될래!” 엄마는 설상가상 내가 널 박근혜처럼 외롭게 한 거냐고 자책했다고 한다. 완고한 스타일, 드라마 덕후, 미용 시술 애호가, 부모 여읜 불쌍한 딸, 남편도 자식도 없는 외로운 여자 ..
폭력과 존엄 사이 북콘서트 http://ch.yes24.com/Culture/SalonEvent/7983 예스24 신청페이지 http://blog.aladin.co.kr/culture/8921203 알라딘 신청페이지
은유의 새 책 - 폭력과 존엄 사이 “이것이 국가인가?” 어느 날 갑자기 간첩이 되었다. 국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간첩이기를’ 강요했다. 그날 이후, 삶은 돌이킬 수 없는 엉터리 소설이 되었다.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7인, ‘시효 없는 역사’를 말하다 김순자(71) 1979년 강제 연행(징역 5년) → 2013. 11. 14. 무죄 확정 이성희(90) 1974년 강제 연행(징역 16년) → 2014.12. 무죄 확정 박순애(86) 1977년 연행(징역 15년) → 2015. 11. 7. 무죄 확정 김흥수(80) 1977년 강제 연행(징역 15년) → 2014. 10. 10. 무죄 확정 김평강(76) 1981년 강제 연행(징역 7년) → 2014. 11. 13. 무죄 확정 고 심진구 1986년 강제 연행(징역 2년, 자격정지 2년) → ..
죽여주는 여자 - 한 병 딸까요? 배우 윤여정이 ‘박카스 아줌마’로 나온다기에 영화 를 챙겨보았다. 윤여정이 맡은 배역은 소영.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에 ‘삼팔3.8따라지’(전쟁 고아)로 태어나 식모살이, 공순이, 양공주 등 여러 직업을 거친다. 젊었을 때 미군 흑인 병사와 살림을 차렸고 아이를 낳았지만 키울 여건이 안 돼 해외로 입양 보낸 사연이 있다. 하필 전쟁통에 삶에 제약이 많은 ‘여자’로 태어난 것을 필두로, 살면서 몇차례 난폭한 우연을 통과하자 남은 거라곤 몸뚱이 뿐. 65세 여성 노동자는 가방에 박카스를 챙겨넣고 파고다 공원 일대에서 남성 노인들에게 다가가 안색을 살피며 슬쩍 운을 뗀다. “한 병 딸까요?” 날 밝으면 가방 챙겨 출근하고 ‘한 건’ 하면 먹을거리 사들고 너털걸음으로 귀가하는 소영.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노..
11/12 민중총궐기 수업 풍경 집회 참석으로 마음이 바빠서 합정동 말과활아카데미에서 광화문 근처로 수업 장소를 옮겼다. 경복궁역 근처 '푸른역사아카데미' 강의실에서 이동 수업. 마침 최승자의 시집 을 읽는 시간. 거리엔 전경차가 빼곡하고 낙엽이 흩어지는 가을 풍경을 등지고 우리는 최승자의 시를 낭랑하게 읽었다. 광화문에서 급한대로 한컷 사람 좀 빠져나가서 '대학광고' 같은 연출샷. 저기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자! 해방구가 된 도심을 걷고 걷고. 휘엉청 달밝은 서울의 밤을 누볐다.
나는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나는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를 다녔다. 중3 초에 그 학교를 알게 됐고 '공부 잘해야 가는 학교' '취업 명문'이라는 말을 듣고 그냥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가까스로 합격했고, 잠실에서 무악재까지 왕복 서너 시간 등하굣길을 힘든 줄도 모르고 다녔다. 난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일찌감치 따두었고 2학년 올라가서 5월에 국내 최대의 증권회사로 취업이 결정됐다. 그때부터 책 보고 시 베껴 쓰고 음악 듣고 학교 건물 뒤편 우애동산에서 낙엽 주우면서 한량처럼 놀았다. 금융권에서 여직원은 여상출신이 대부분이었는데, 여상 중에서도 서울여상 출신인 나는 어딜 가나 대접받고 똑똑한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기죽을 일이 없었다. 고졸의 불편을 느낀 건 결혼할 때였다. 시가에서 노골적으로 내 학력을 문제 삼았다. 2세를 생각하면..
북바이북 작가번개 2016 쓰기의 말들 지난 10월 24일 상암동 북바이북에서 기념 작가번개를 했다. 작년에 나왔을 때 작가번개 이후 1년 만이다. "혹시 작년에 오셨던 분 계셔요?" 했더니 두 명이 손 들었다. 괜히 코끝이 시큰. 시간이 쌓이고 인연이 만들어지는 건 좋은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