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중학교는 특목고를 많이 보내기로 유명하다. 해마다 신문지상에 학교이름이 오르내리다 보니 각지에서 학생들이 모여드는 모양이다. 학부모의 열성은 교사들의 실사로도 쉽사리 진화가 되지 않았는지, 중학교 한 학급 인원이 46명이다. 콩나물시루가 따로 없다. 유명세가 무색하게 열악한 교육환경이다.
아이와 부모 2인3각, '특목고' 향해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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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특목고나 일류대를 가는 아이들은 극소수지만 일단 준비하는 인원은 열 배가 넘는다. 가족이 쏟아 붓는 돈과 시간, 에너지는 엄청나다. 이사하고 주소 옮기고, 기러기 아빠도 감내한다. 일부 엄마들은 전문직도 그만두고 아이 뒷바라지에 전념하는 추세다. 여름방학이지만 초등 4학년부터 '특목대비반' 특강을 받는 통에 사교육 시장은 더욱 성행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부모의 가없는 자식사랑은 마땅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특목고나 일류대 뒷바라지'로 대표된다. 그러는 사이 집안의 기둥뿌리가 뽑히고 부모의 등골이 휘고 아이들이 시들어간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다들 목 끝까지 차오르지만 달리 사는 법을 모른다. 남들 가는대로 간다. 한숨 한 번 쉬고, 다시 아이와 부모는 이인삼각으로 달린다. 호루라기 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은 위대한 교육열이 아닌 천박한 '학벌열'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됐을까. 질문해야 한다. 호루라기 부는 자 누구인가. 언제부터 각종 경시대회와 영재반과 특목고, 국제고, 자사고가 늘어가는 정책이 펼쳐지고 그걸 가급적 일찍 준비시키는 게 부모 노릇이 됐는지를. 평범한 대다수의 아이들이 아닌 일부 뛰어난 아이들만의 학교가 됐는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
근데 호루라기 부는 자, 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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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 1위 대한민국'의 위대한 모성이 '사교육 1위 대한민국'의 극성스런 모성으로 추락하게 된 과정을 짚어봐야 한다. 엄마도 아이도 장마철 빨래마냥 눅눅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미친 교육풍토에서 콧노래 부르는 자 누구인가. 등 따시고 배부른 자 누구인가. 결국, 일부 교육 관료와 학원업자만 행복하다. 이 상황을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바꿔낼지 곰곰이 궁리해야 한다.
7·30 서울시 교육감선거는 좋은 기회다. 후보들은 저마다 아이를 위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집 근처에는 '우리 아이들 숨 좀 쉬게 합시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어째 내 눈에는 '정권퇴진'보다 '숨쉬기'가 더 급진적으로 보였다. 거창한 교육제도 혁신은 바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먹고 자고 숨 쉬는 일'이 절박한 구호가 되는 세상은 아니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
내일로 다가온 교육감 선거를 위해 투표장을 알아봤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 좀 귀찮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들은 유명학원이나 족집게 강사 알아보는 정성의 반만 들인다면 인물선택부터 투표까지는 일도 아니다. 마감시간이 저녁8시까지라 퇴근길에도 할 수 있다. 예비 학부형들은 공교육이 정상화되면 사교육비로 노후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 보험 드는 수고로움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에게 물었다. 어떤 후보를 찍으면 좋겠느냐고. "0교시 안 하는 사람 뽑아주세요"라고 답한다. 이유를 물으니 늦잠자서 아침도 못 먹고 학교 가게 될까 봐 걱정이란다. 한참 크는 아이들에게 '밥'과 '잠'은 중요하다. '땀' 흘려 운동하고 '끼'를 발산하고 '꿈'을 키우는 교육이라야 아이들이 '숨'을 쉴 것이다. 아이들은 답을 알고 있다.
*오마이뉴스 2008.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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