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고등학교만 두 군데 특강을 갔다. 강화와 대전.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 글쓰기에 관심을 둔 아이들 이삼십명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 어른들 특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나는 아이들이 워낙 공부에 시달리니까 나마저 힘들고 지루하게 할까봐 전전긍긍 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 몇 명이 엎드렸다.
"여러분 졸려요? 잠이 부족한가보네.." "네. 졸려요."
선생님에게 여쭈니 아침에 8시에 학교에 와서 밤 9시에 간단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을지. 고등학생이면 한참 먹고 잘 나이인데. 우리집 애들은 잠이 워낙 많았고, 난 야간자율학습 시키지 않아서 이 고생을 몰랐다. 애들이 수업시간에도 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그러지? 상상이 안 갔는데 쉬는시간에 자는 걸 봐도 가슴이 철렁하다. 난 수레가 야간자율학습 하지 않을 수 있는 학교를 보내야겠다. 애들을 하루종일 책상에 묶어놓는 건 엄연한 인권침해이고 학대다.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는커녕 잠 좀 자고 잘 먹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고등학교 돌면서 괜히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라 사진을 찾아봤다. 학교가 나 졸업하고 2년후인가 무악재에서 신림동으로 이전을 했다. 내가 공부하던 교정은 건물 하나만 남기고 사라지고 아파트가 지어졌다고 들었다. 옛날 나의 교정 사진은 구글 이미지 검색에도 잘 나오지 않았다. 겨우 건진 사진. 난생 처음 '총동문회' 홈페이지를 들어가게 되었다. 나 꽤 멋진 학교에서 청소녀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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