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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10기 수업을 앞두고 인터뷰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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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쓰기의 최전선 10기 반장을 맡은 까탈림입니다. 글로 먹고 살지는 않더라도 보고, 듣고 읽고난 뒤에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만나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글쓰기의 최전선> 10기 강사 은유 쌤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까탈림 >> 은유쌤 안녕하세요. 인터뷰로 인사를 드리니 느낌이 새롭네요(웃음). 미래의 학인들을 위해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면

어떤 수식어를 붙여서 소개하고 싶으세요?

 

은유 >> 안녕하세요 저는 ‘글 쓰는 은유’입니다.

 


까탈림 >>왜 ‘글 쓰는’ 은유라고 소개하고 싶으신 건가요?

 

은유 >> 글 쓸 때 제일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일상에서는 집필 가능한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니까
스스로 주문을 거는 마음도 있어요. 나를 내 자리로 돌려놓는 자기 최면 같은.

까탈림 >> 저는 왜 이번 글쓰기 수업의 주제가 <기억의 말, 삶의 발화>인지 궁금했어요. 수업 주제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세요.

 

은유 >> 살면서 누구나 어떤 일을 겪고 기억을 하잖아요. 어떤 기억은 은폐하고, 어떤 기억은 미화하고.
시대의 규범이나 도덕, 관습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서 자기검열이나 사회적 검열을 하죠.
그러다보니 놓치는 기억, 방치된 기억, 왜곡된 기억이 많아요.
내 삶의 일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언어로 풀어 놓을 것인가. 기억작업 과정에서 자기서사가 만들어지거든요.
삶이 말하게 한다는 의미의 ‘발화發話’이자 삶이 피어난다는 의미의 ‘발화發花’라는 뜻입니다.

 


까탈림 >> 10기 주제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건가요?

 

은유 >> 글쓰기는 기억작업이죠. 시나 소설 같은 순문학도 그렇고 (조용미 시인의 제목은 ‘기억의 행성’이다)
현장의 일을 기록하는 르포르타주 문학도 그렇죠.
그간 수업에서 읽는 책, 학인들이 쓴 글을 떠올려보니 결국 이것이더라고요. ‘기억의 말, 삶의 발화’

 


까탈림 >> 그러면 글쓰기 수업에서 읽는 책과 삶의 발화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책을 흝어보니까 1~4차, 5~8차, 9~12차 세 부분으로 나뉜 것 같은데요.

 

은유 >> 1-4차시는 자기고백적 에세이. 5-8차시는 시, 9-12차시는 소설이에요.
글쓰기는 무엇을(내용) 보다 어떻게(형식)이 관건이므로 장르별로 음미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까탈림 >> 5~8차시 수업은 전부 시집이네요? 시집을 선택한 이유와 시집에서 읽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은유 >>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고, 시는 패배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어요. 이장욱 시인이 한 말인데,
그래서인지 시가 내 몸에 매우 잘 맞습니다(웃음). 시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고 정서는 비효율적이거든요. 쓸데 없는 걸 붙들고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삶에서 놓치는 장면, 감각을 잘 보여주죠. 글 쓸 때 도움이 많이 돼요.
박연준, 박준, 조용미는 학인들과 꼭 읽어보고 싶었어요.

까탈림 >> 총 11권의 책 중에서 가장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책은 어떤 책인지 궁금해요. 쌤 책을 꼽으셔도 좋아요(웃음).

 

은유 >> 하하. 내 책은 민망한데.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지 알면 학인들이 수업에서 챙겨갈게 많을 것 같아서 넣었습니다. 작년에 읽은 책 중에 『밀양을 살다』 『소년이 온다』가 아프고 좋았어요. 교재는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난 책들입니다.

 

까탈림 >>
10기까지 글쓰기 수업을 이끌어 오셨으면 느낀 점이 많으실 것 같아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나, 수업 자체의 한계, 고질적인 문제 등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은유 >>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건 글쓰기 팁, 책 토론, 글 합평 세 가지를 동시에 하려니 다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 것.

그런데 다 필요해서 뺼 수도 없어요. 이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확실히 남기자는 실용 마인드가 부족하 것 같아요. 자구노력 중입니다.^^


 

까탈림 >>
수업 자체의 한계나 반복되는 문제는 어떤게 있나요?

 

은유 >> 글쓰기는 기예의 영역이죠. 12회 차에 글쓰기를 정복할 수 없으니 불가능성을 안고 출발합니다. 또 논술시험이나 기자교실 과정이 아니라 배움의 성과가 뚜렷하지 않으니까 취준생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태어나면 한 평생 성과 올리고 배움을 점수화 하면서 자기를 측량(당)하는데, 이것과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낯설 수 있겠고요. 또 문제라고 하긴 그렇지만, 매주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간단치가 않죠.

까탈림 >> 그러면 마지막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학인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은유 >> 우선은 일단 쓰기. 학인들이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수업에 와 놓고 막상 글을 '쓰는' 건 회피하려고 해요.

이 자기모순을 직시하고 '조속히' 빠져나와야합니다. ㅎㅎ 쓰기 전엔 잘 쓸 수도 없지만 자기가 얼마나 못 쓰는 줄도 몰라요.

 

둘째는 과제하는 날 정하기. 매주 하루는 과제하는 날을 정해서 조금씩이라도 분량을 읽고, 뭐라도 써보는 습관을 들이세요.

글은 재능으로 쓰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이 되면 책상이 앉아 있는 사람이 쓰는 거니까요.


세째는 낯선 책 견디기. 내게 익숙하지 않은 말을 받아들이기는 원래 고통스러워요.

타자와 교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길 수 밖에 없는건데, 사유가 단련되는 진통의 시간이기도 하죠.

아는 걸 확인하는 독서는 혼자해도 족합니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다라는 걸 아는게 진짜 공부죠.

부디, 같이 읽고, 쓰고, 말하는 복락을 끝까지 누리길(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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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글쓰기는 요리다.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 공을 들이게 되고 실력이 쑥쑥 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