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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백의 그림자_ 광화문 나들이 수업

저도 제가 있는 대학의 입시논술 채점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놀랍게도 학생들이 써낸 논술의 80퍼센트 가량이 비슷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문제의식을 갖게 하지 않고 계속 답만 달게 한 교육이 낳은 참담한 결과죠. 지금 교수님께서는 논술을 포함한 글쓰기의 출발점은 의 경험이어야 한다는 것, 어떤 글을 왜 쓰는지 스스로 알고 써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계신데요, 경험에서 출발한 글쓰기는 내가 살아온 삶,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능력과 연관되며, 글쓰기와 기본 능력은 질문을 구성하는 능력이라는 말씀도 해주고 계십니다.

 

 

최재천 교수님과 함께 펴내신 <<대담: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에서도 과학과 인문학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유사한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과학은 답을 추구하고, 인문학은 질문을 추구한다고 하셨지요. 인문학적 상상력을 기르는 가장 중요한 동력은 글쓰기이고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인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논술 교육은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글쓰기를 학생들에게 억압과 두려움으로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선생님들부터 글쓰기에 대한 피로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지난주 홍대 앞 어느 카페에서 갔습니다. 그늘진 테라스에 앉아있는데 두어 시간 지나니까 무릎부터 등골까지 서늘해지더군요. 커피도 금세 식어버리고요. 가을이구나, 체감했습니다. 몸도 풀 겸 일어나서 카페 서가를 기웃거리다가 책을 한권 봤네요. 글쓰기에 관련된 책이었습니다. 여러 필자들이 글쓰기에 관한 방법론을 써놓은 것인데, 공유하고 싶은 부분을 스마트폰으로 찍었습니다.

 

경희대 국문과 교수인 김수이(문학평론가)씨가 도정일 교수랑 대화하는 내용입니다. 익숙한 내용이 보이죠. *글쓰기의 출발은 나의 경험이어야 한다. *글쓰기의 기본능력은 질문을 구성하는 능력이다. 우리가 배운 용어로 축약하자면 경험야마입니다. 성실히 지면을 채우는 글쓰기 과제도 힘든데 문제의식이 웬 말이냐 하기보다는, 그런 지향을 늘 떠올리고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이번주 교재 <백의 그림자>는 경험(관찰력)+환상(상상력)+문제의식(창조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훌륭한 소설이었습니다. 아이 적부터 아버지가 있는 허름한 전자상가 가게를 드나들면서 아이가 느꼈을 다양한 감정들 가난한 풍경들 오가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묵혀 있다가 어른의 언어로 정제되어 우러나왔어요. 농익은 문체라서 그런지 문체가 살아있죠. 내장된 리듬이 자연스럽게 흘러요. 오랜만에 '글 읽는 맛'에 취했더랬습니다. 낭독해서 좋은 책이 정말 좋은 책인데, 경희궁터에서 너른 하늘 거느리고 한 페이지씩 돌아가면서 음미하니 더 좋더라고요.

 

황정은 매력적인 작가죠. 일상 속에서 얼핏 지나가면서 우연히 볼 수 있는 곳이 아니고 그런 가게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갈 수 있는’(100) 그런 오무사를 잘 알아보는 사람이고 자기가 발견한 장면을 손실 없이 그대로 잘 전달해주니까요. 대개가 무시하는(보지 않는) 그런 세계를 드러내 밝히는 게 작가의 본연의 임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는 삶의 옹호자다. 삶의 옹호는 자기 탐구, 자기 인식, 자기 돌봄과 다르지 않겠지요. 얼마 남지 않은 수업시간에 자기 경험을 더 파고들어 글 쓰는 시간을 가져보아요. 늘 마지막은 공부 잘하자로 끝나서 민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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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과제는 미완이 많아서 다음주에 통합 리뷰할게요. 저 토라졌답니다. 흥! 

그러면서도 "과제 안 해도 좋으니까 좋은 거지요"라며 마음을 다스려봅니다.   ㅋ

 

 

 

++

씨네큐브에서 우디 앨런 영화 <블루재스민> 보고, 박물관 옆 고궁 잔디밭에서 글 읽고,

서촌에서 벗들과 술 한잔 기울이는 풍류 가득했던 그 가을 나들이 현장 대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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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단체사진인데 sd님, 벌꿀님, 스말러님 얼굴 안 나왔습니다. 제가 부덕한 탓입니다 ㅜㅜ

뒷풀이 자리에서 골든벨 울려주신 스말러님 가을여자 콘셉트로 크게 한 장(찍어두길 잘했지;;), 보은합니다. 

 7기의 황정은 벌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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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시간 미리 광화문에 갔어요. 교보에서 소풍기념 선물 사고, 서울역사박물관 한바퀴 돌고 수업할 자리 답사하고 그리고 파라솔 아래 앉아서 커피 마시면서 책 봤지요. 데이트생활자로서 말씀드리자면 서울에는 은근히 비용 안 들이고 호사 누릴만한 곳이 꽤 있습니다. 틈틈이 공유할게요. 도시가 주는 선물,  같이 누릴 수 있어서 행복했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