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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_과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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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말년성이 조화와 해결의 징표가 아니라 비타협, 난국, 풀리지 않는 모순을 드러낸다면 어떨까? 조화롭지 못하고 평온하지 않은 긴장, 의도적으로 비생산적인 생산력을 수반하는 말년의 양식을 탐구하고 싶다.'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  뒷날개를 훑어보다가 공인된 연륜과 지혜에 안주하지 않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저 사유가 얼마나 매력적이던지 가슴이 뛰었어요. 남들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는 건, 복종이지 생각이 아니잖아요. 작가는 적어도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표현할 줄 알아야하고요. 대개가 자연에서 평화와 위안을 구할 때 자연은 무질서하고 무례하다고 말하는 보들레르, 모두가 자연의 재생력과 복원력을 신비스러움으로 찬미할 때 그것을 어쩐지 뻔뻔함이 있다고 말하는 이상, 공연장이 아니라 녹음실이 상상력과 잠재성의 원천이라며 말년에 녹음실을 고집했던 굴드. ‘배반이 영원히 반항하는 개인에게 자유와 아름다움이라는 특권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혁명의 경로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을 미리 얻게 해준다고 말하는 장 주네 등등.

 

 

저는 이들의 길들여지지 않는사유와 의심하고 발가벗기는실천을 본받고 싶습니다. 중요한 건 이들이 괜히 삐딱하게 말만하고 트집 잡는 이들이 아니라는 거죠. 자기의 생각을 귀히 여기고 펼치고 나누고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검증하고 의심하고 수정하면서 엄청난 작업량과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었으니 말이죠.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는 난감한 책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 예술가들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내용 이해가 어렵지요. 그런데 이해한다는 것이 어차피 자기에게 익숙한 사유 회로의 틀로 지식과 생각을 수용하는 일이기에 그리 좋은 상태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이렇게 한번쯤 자기 수준을 배반하는 고급한 독서로 점프하지 않으면 다른 세계를 기웃거릴 기회가 없습니다. 이구동성으로 너무 어려워서로 시작한 책 나눔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했고, ‘아도르노의 원한을 기억하는 것의 의미도 얘기했고, 굴드의 허밍에 대해서도 존 로이의 음악에 대해서도 굴드와 서편제를 오가는 음악적 경험도 풍부하게 나누었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말들이었으니 그걸로 책을 잘 읽은 거라고 생각해요. 100% 이해했어도 나를 바꾸지 못하면 내면의 바다를 깨지 못하면 좋은 책이 아니고 한 줄만 이해했더라도 내 삶을 흔드는 혁명의 말이 들어있다면 좋은 책이 아닐까요.

 

 

옥탑방 수업 하고 종종종 내려오는 길 율마님이 옆에서 그러셨어요. “글쓰기 너무 어려워요.” 아웅. 안타깝고 애달파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들 글쓰기가 정히 어려우면 책 정리라는 노가다를 하면서라도 자기 생각에 물을 주고 아름다운 표현을 볕처럼 쬐고 그러면 좋겠어요. 아니면 추상적이든 관념적이든 자폐적이든 쓸 수 있는 만큼만 계속 써서 자기 한계를 응시하던가요. 뭐든, 도움이 되지 않는 경험은 없습니다. 뭐라도 써서 조금씩 몸부림치면 어느 새 우리는 또 다른 삶의 자리에 놓여있고 그럽니다. 힘내시고요. 경험이 없고 관계가 없으면 말들도 자라지 못한답니다. 남은 시간도 서로의 인연에, 글쓰기에, 책들에, 흥놀이에 최선을 다해요. 과제 올리면 언제라도 친절히 봐드립니다~ ㅋ

 

 

++

삼백에 삼십으로 녹번동에 가보니


동네 지하실로 온종일 끌려 다니네

이것은 방공호가 아닌가

핵폭탄이 떨어져도 안전할 것 같아요


평양냉면 먹고 싶네.

- 씨없는 수박 김대중 '300/30' 

 

율마가 과제에서 올린 노래가사. 자신의 옥탑방 이야기를 써서 자취가 꿈인 뭇 여성들 가슴에 불을 질렀죠. 옥탑방 수업이 성사되었습니다. 사진을 다양하게 못 찍었어요. 제게 있는 것들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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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내음이 살아있던 맑음님 파전, 오이의 향긋함과 참치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는 김밥,

스말러의 광장시장 녹두전, 광화문 김밥도 짱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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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지역 구민회관 대피소? ㅎㅎ 상다리 부러지는 명절? 고급한 엠티? 이갈리아의 딸들? ㅋㅋ 암튼 최고의 럭서려 돗자리 식탁입니다. 율마님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연신 기타등등을 챙겨주셨고요. 만취된 우리들을 위해서 토마토, 샐러리 후식까지.. 많이 고마워요. 우리맘 알죵? ^^  

 

 옥탑방 외관을 느끼기보다 옥탑방 방안을 느끼기에 주력했던 나들이, 다음에는 꼭 하늘 한 평의 호사를 누리리라.  아쉬운대로 은재가 찍어놓은 옥탑방에서 본 서울 하늘 한 자락.